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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거점병원 ‘선도적 역할’… "정부 지원 절실"
발달장애인 거점병원 ‘선도적 역할’… "정부 지원 절실"
  • 홍미현 기자
  • 승인 2018.10.22 0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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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안동현 교수

'발달장애인'은 사전적 의미로 '지적장애인', '자폐성 장애인', 그리고 그 밖에 통상적인 발달이 나타나지 않거나 크게 지연돼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 사람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을 뜻한다.

우리나라 발달장애인 수는 2018년 현재 22만6000명으로 지적 장애인이 20만1000명, 자폐성 장애인이 2만5000명이다. 그중 성인이 17만명(75%)으로 가장 많고, 영유아 및 아동은 4만7000명(21%), 65세 이상이 약 9000명(4%)을 차지하며, 매년 3.6%씩 증가하고 있다.

발달장애인들은 인지와 의사소통의 장애로 자립생활이 어려운데, 다른 장애에 비해 의료이용률이 높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의료기관에서 발달장애인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곳은 한양대병원과 양산부산대병원이 유일하다.

이는 장애특성에 대한 의료진의 이해나 배려 부족, 편의시설 부족, 전문 의료기관과 의료인 부족, 의사소통의 어려움 등으로 의료기관들이 발달장애인들 치료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9월 초 정부가 '다함께 잘사는 포용국가를 위한 발달장애인 평생 케어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한양대병원 발달장애인 거점병원 행동발달증진센터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양대병원 발달장애인 거점병원을 이끌고 있는 발달의학학과(정신건강의학과) 안동현 교수를 만나 센터 운영 및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발달장애인, 마음으로 품다” 

한양대병원은 지난 2016년 보건복지부 지정 ‘발달장애인 거점병원 행동발달증진센터’로 선정됐다. 한양대병원은 복지부 선정을 위해 2014년부터 센터를 만들고 의료진을 구축하는 등 대대적인 준비를 해 왔다. 

안동현 교수는 “현재 국내 발달장애인이 20만 명이 넘는 반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시설이 없다는 안타까움과 함께 항상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발달장애인들은 의사표현이 어렵고 인지기능이 저하돼 있을 뿐만 아니라 난폭한 성격까지 갖춘 경우가 많아 행동문제들이 발생되다 보니 일반 병의원에서는 다루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발달장애인들은 진료실 입구를 넘지 못하다보니 간단한 엉덩이 종기 치료에도 어려움이 있을 뿐만 아니라 충치 치료인데도 전신마취를 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다보니 간단한 혈액 채취마저 병의원은 물론 종합병원에서도 거부하는 사례가 많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안 교수는 “의료이용률이 높음에도 적절한 의료이용을 하지 못하는 발달장애 환자들을 위해 이들이 안정적으로 진료 및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공간과 인력, 시설을 갖추게 됐다”며 “대학병원으로서 조직적이고 효율적으로 발달장애인들을 돕기 위해 센터를 개설했고, 2년 뒤 보건복지부의 참여기관 공모를 통해 거점병원으로 선정됐다”고 했다. 

한양대병원 발달장애 거점병원 행동발달증진센터에는 발달장애 진료 전문의 3명 이상(정신건강의학과, 소아청소년과, 소아정신건강학과)과 임상심리사, 언어재활사, 코디네이터, 행동치료 전문가가 근무하고 있다.

“성인 발달장애인 ‘급증’… 한양대가 보호에 ‘앞장’” 

흔히 '발달장애'라고 하면 아이들에게 기준이 맞춰져 있다. 이는 곧, 아동 발달장애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수준이 높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유아부터 아동까지 발달장애아들은 부모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보호 덕분에 병원 이용률이 낮은 편이다. 반면 성인기로 넘어가면 병원 이용률이 높아진다. 그러나 성인 발달장애에 대한 의료적 처치 등 제도적인 대안과 대책에 대한 고민은 별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안 교수는 “센터 개설 당시 ‘도전적 행동’을 하는 성인기 환자를 어떻게 대처하고 진료해야 할 지 고민이 많았다”며 “성인 환자들을 위한 진료시스템을 만들려고 많은 연구와 시스템을 구상했다”고 전했다.

그는 “인지와 의사소통 장애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성인 환자들을 위해 ‘원스톱 진료시스템’을 구축, 병원에 내원한 환자가 한 번에 모든 진료 및 처치,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대부분의 의료기관이 발달장애 환자들을 꺼려하는 부분도 있지만, 특히 성인 환자를 보는 의료기관이 많지 않다보니 장애인시설에서 도움을 요청해 오고 있다”며 “센터 개소 이후 2곳의 시설을 방문해 직원 교육 및 환자 진료 등 도움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원스톱 시스템 구축...맞춤 의료 제공”

한양대병원은 발달장애인들에게 ‘원스톱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병원은 환자가 내원하면 △초기 계획 수립 △관련 진료과 협의 △진료계획 안내 △사전 준비 △시행 순서로 환자를 관리한다.

안 교수는 “발달장애 환자들은 병원을 방문하면 몇 개의 과의 진료를 받게 되는데, 그 절차가 복잡하고 어려움이 많아 ‘원스톱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며 “원스톱 시스템을 통해 병원에서의 환자 진료대기시간을 최소화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발달장애 ‘조기 발견 및 다학제 협력’ 시스템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안 교수는 “발달장애는 조기 개입 시 의료비용 절감이 가능하다는 연구가 있다”며 “병원은 정신건강의학과, 재활의학과, 임상심리실, 영상의학과/진단검사의학과, 행동발달증진센터, 소아청소년과와 다학제 진료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다학제 의료진들은 발달장애 환자들을 위해 연구 및 논문 발표, 의료기기 제작 등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정부지원 절실...거점병원 ‘네트워크 구축’ 앞장”

이와 함께 안 교수는 “최근 정부가 발달장애인 평생케어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거점병원을 8개로 확대한다고 했는데, 한양대병원이 8개 거점병원 간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앞장설 것”이라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한양대병원은 지난 5년간 발달장애인들에 대한 문제행동, 진료 및 치료방법 등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며 “발달장애 거점병원으로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온 만큼 우리가 가지고 있는 노하우를 제공하고 싶다”는 뜻도 내보였다.

아울러 안 교수는 "정부의 지원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쓴소리도 더했다. 그는 “거점병원이 운영되기 위해선 격리 병동 확보, 치과 치료 시설 및 공간 확보, 행정적 지원 등 충분한 시설을 갖춰야 하지만 발달장애 환자에 대한 수가 및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거점병원 제도가 확대되는 만큼 정부의 관심과 전폭적인 예산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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