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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면허 취소 기준 '모든 범죄'로 확대" 입법 추진 논란
"의사면허 취소 기준 '모든 범죄'로 확대" 입법 추진 논란
  • 홍미현 기자
  • 승인 2018.10.18 0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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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사실상 이중처벌…'의사면허국 신설'로 자율규제해야"

의사 면허취소 기준을 의료법 위반 뿐만 아니라 모든 범죄에 대해 금고 이상의 형·집행유예를 선고받거나 선고유예를 받은 경우로 확대하기 위한 입법이 추진돼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환자 성폭행이나 대리수술 등 의료계 관련 사고가 이어짐에 따라 중대한 범죄나 비윤리적 행위를 저지른 의사가 다시 환자를 진료하게 되면 환자 안전에 심각한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법에 정해진대로 충분히 죄의 대가를 치렀는데도 의사면허까지 취소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손금주 의원은 지난 16일 의사 면허취소 기준을 확대하기 위한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의료법 위반 뿐만 아니라 모든 범죄에 대해 금고 이상의 형·집행유예를 선고받거나 선고유예를 받은 경우 의사면허를 취소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현행 법상으로는 의료법 위반을 비롯해 형법상 허위진단서 작성죄, 낙태죄, 업무상비밀누설죄 등 일부범죄나 지역보건법,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등 의료관련 법령 위반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만 의사면허가 취소된다.

이와 함께 개정안은 의료법 위반을 포함해 범죄행위로 의사면허가 취소됐을 경우 면허재교부 기간도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늘렸다.

손 의원은 "최근 환자 성폭행, 대리수술 등 납득하기 어려운 의료계 사고가 이어지면서 범죄를 저지른 의사들의 면허취소 기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행법상 의사 면허 취소 기준은 의료법 위반에만 한정돼 있다보니 의사가 중대한 범죄나 비윤리적 행위를 저지르더라도 이를 제재할 방법이 전무한 실정"이라며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에게는 일반인에 비해 엄격한 도덕적 잣대가 적용돼야 한다"고 입법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서울시의사회(회장·박홍준)는 ‘의사’라는 특정 면허를 소유했다는 이유만으로 일반인에 비해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과도한 벌칙의 남발'이라는 우려를 내놨다.

“의사 면허취소는 ‘치명적인 형벌’”

박홍준 회장은 “법은 ‘규제’를 위한 것으로, 일단 법이 만들어지면 규제가 주어지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운을 띄웠다.

그러면서 “의료인이 범죄를 저지르면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똑같이 법의 기준에 따라 처벌받는다”며 “충분히 법에 정해진대로 죄의 대가를 받았는데 특정 면허를 운운하며 면허취소 기준을 확대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의사에게 면허취소는 ‘치명적인 형벌’로, 흔히 운전면허가 취소된 이후 다시 취득하는 것과 같은 잣대로 보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의료행위는 연속성이 중요한만큼, 몇 년간 의료행위를 못하게 되면 그만큼 의료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박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의료인에게 이보다 더 과도한 입법은 없다"며 "결국 의사는 물론 환자들에게도 불이익이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박 회장은 면허 재교부에 대해서도 “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이 법의 처벌을 받은 이후 면허 재교부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저지른 범죄행위에 대한 처벌을 받았냐만 보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사면허관리국 개설로 ‘면허’ 관리해야”

그러면서 박 회장은 의료인 중심으로 의사면허를 관리하는 ‘면허관리국’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놨다.

그는 “대한의사협회와 서울시의사회는 의사로서 반인륜적인 범죄나 환자안전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한 범죄를 저지른 회원에 대해 ‘의사면허국’에서 규제 및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에 뜻을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의사전문가들의 자율적인 규제로 ‘의사면허’를 관리할 때가 왔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범죄를 행한 의료인의 죄질이 반인륜적이거나 의사 위상에 심각한 피해를 준다고 판단되면 현재 규정된 의료법 기준으로 처벌하는 것이 아닌, 의료전문가들이 판단해 적절한 처벌 및 규제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반 형법이나 의료 관련 법령을 잣대로 의사 면허를 정지 및 취소, 규제할 경우 자칫 잘못된 판단으로 오류가 발생될 수 있다"며 "사회적, 도덕적 문제는 법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의사는 의사가 가장 잘 안다. 전문가를 일반적인 시각에서 처벌하려면 ‘법’을 만들어도 구멍이 많을 것”이라며 “전문가는 전문가가 컨트롤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면허 재교부도 3년으로 국한하는 것이 아닌, 면허관리국의 판단과 필요에 따라 10년 내지 20년으로 더 강하게 제재하는 등 실질적으로 규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회장은 "의료전문가인 의사 집단이 전문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의사면허국’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가 왔다"면서 "전문가 집단이 전문가를 규제할 때 가장 강력하고 효율적이며 현실적인 처벌을 내릴 수 있는만큼 의료계와 시민단체가 의사면허국 신설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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