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사기로 처벌되는 세 가지 경우
의사가 사기로 처벌되는 세 가지 경우
  • 의사신문
  • 승인 2018.10.15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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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변호사의 친절한 법률 이야기' 〈14〉

의사와 사기? 이 두 단어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히포크라테스 선서 하에 최선을 다하여 환자를 돌보는 전문가인 의사. 그리고 거짓말로 상대방을 속여 금전적 이익을 취하는 사기. 이 두 단어는 아무리 보아도 교집합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세상사가 단순하지만은 않은지라, 판사가 처벌받기도 하고, 검사가 구속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전직 경찰청장이 경찰관서에 수감되기도 하였다. 이런 일들이 일어나기도 하니, 이번 글에서는 의사가 사기에 연루되는 대표적인 세 가지 경우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첫째 경우는 의사가 `고전적 의미의' 사기를 치는 경우다. 이것은 의사에만 국한된 특수한 경우는 아니지만, 이와 같은 사례는 극히 드물지 않을까 싶다. 지금까지 경험한 많은 의사 관련 형사 사건 중에서도 아직 본 적이 없다.

둘째 경우는 청구로 인하여 사기가 문제되는 경우이다. 즉 허위청구가 의심되어 보건복지부가 사기로 고발하는 경우를 말하는데, 의사 관련 형사 사건 중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공단의 방문확인에서 청구 기준 위반이 발견되는 경우에는 통상 부당청구로 처리하여 부당금액을 환수하는 것에 그친다. 하지만 명백하게 고의성이 확인되고 상당기간에 걸쳐 청구된 경우라면 허위청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보건복지부가 현지조사를 시행하여 허위청구 사실이 확인되고,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고려되기는 하나 허위청구액이 1500만 원을 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사기로 고발된다.

허위청구라 함은 요양기관이 공단에 대하여 `서류의 위조·변조와 같이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 비용을 받는 경우를 말한다. 그러면 허위청구와 부당청구는 어떻게 구분되는가? 구체적인 사안마다 달리 판단되나, 아주 간략하게 구분하자면 ① 진료행위 자체가 없이 청구하였다면 허위청구 ② 진료행위는 있었으나 기준에 맞지 않게 청구하였다면 부당청구라고 할 수 있겠다. 이를 기초로 청구기간, 청구내용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한다.

셋째 경우는 보험사고와 관련하여 사기가 문제되는 경우이다.
우리 사회는 고령화사회, 고령사회를 지나 초고령사회의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고령화로 인하여 공공보험의 경우 급여수령자는 늘어나고 재원부담자는 줄어들고 있으며, 민간보험의 경우 보험시장의 성장 둔화와 경쟁 과열화로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 이로 인한 보험 재정에 대한 관리 강화의 현실적 필요성에 더하여 보험사기의 방지라는 명분으로 2016년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 제정되었다.

보험사기를 더 강하게 처벌하겠다는 취지는 이해가 가는데, 의사가 무슨 상관이냐고 묻는 분이 있을 것 같다. 이 법 중 특히 문제가 되는 조항은 “수사기관은 보험사기행위 수사를 위하여 보험계약자등의 입원이 적정한 것인지 여부에 대한 심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그 심사를 의뢰할 수 있으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그 의뢰를 받은 경우 이를 심사하여 그 결과를 수사기관에 통보하여야 한다”는 조항이다.

이는 보험사기를 수사하는 것은 수사기관의 당연한 권한이지만 수사기관은 비전문가로서 입원필요성 여부를 판단할 능력이 없으므로, 수사기관이 입원필요성에 대한 의사의 판단에 대하여 의심이 가는 경우 심평원에 입원적정성에 대한 심사를 의뢰하여 그 심사결과를 받아 이를 보험사기범죄의 성립 여부에 대한 판단자료로 쓰겠다는 것이다. 즉 심평원의 심사결과가 청구삭감과 같은 민사적 처분의 근거로 쓰이고 있는 것에서 더 나아가, 경우에 따라서는 형사처벌의 근거로도 쓰일 수 있게 된다는 의미이다.

이 조항에 대하여 의료계는 입법 당시부터 그 문제점을 강력하게 지적하였지만, 아쉽게도 그 지적이 입법에 반영되지는 못 하였다.
보험사기와 관련하여 최근 있었던 사건 중에 전형적인 사례가 있었는데, 교통사고가 발생하여 상해를 입은 환자에게 브로커가 접근하여 `아마 장해가 남을 것이다. 장해 등급을 높게 받게 하여 더 많은 보험금을 타게 해 주겠다'고 설득하고 이에 환자가 동의하여 사기를 공모한 사건이었다.

공모 후 브로커는 환자에게 `민간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받기 위하여 입원과 장해 판정이 필요하다'라고 알려주었고, 그 환자는 브로커가 소개한 원무실장이 일하고 있는 의원에 찾아와 입원을 요청하였다. 의사는 그 환자에 대한 이학적 검사 결과와 함께 “아프다”, “잘 안 움직인다”, “이 각도 이상 안 올라간다” 등의 환자 진술에 따라 입원을 결정하였고, 입원기간 중에 그 환자에 대하여 적절한 절차를 거쳐 장해진단서를 발급하였다.

그러나 보험회사 조사팀의 암행조사에 의하여 그 환자는 이른바 나이롱 환자임이 밝혀졌고, 해당 환자, 브로커, 원무실장은 사기죄로 고발되어 구속수사를 받게 되었다. 그런데 수사기관이 의사의 입원 판단 및 장해진단서 발급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여, 의사를 사기죄의 공범으로 수사하기 시작하였다.

2차례의 압수수색을 받고 원무실장 등에 대한 조사가 몇 개월간 계속되면서 의원 업무는 혼란에 빠졌고 의사도 심리적으로 흔들려 의원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하였다. 선임된 변호인이 철저하게 소명한 끝에 최종적으로 의사는 누명을 벗기는 하였지만, 계속되는 매출 감소를 견디지 못하고 해당 의원은 결국 폐원하게 된 억울한 사례였다.

법적으로 의료인은 진료 요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할 수 없고, 의학적으로도 예후가 불확실한 경우 환자의 안정가료가 환자에게 도움이 되며, 현실적으로도 환자의 입원이 의료기관의 운영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으므로, 의사가 입원필요성의 판단에 있어서 다소 느슨하게 판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이 의사의 전문적 영역인 입원필요성 판단에 있어서도 보험사기의 혐의가 있을 수 있고, 이에 대하여 사법적 절차가 진행될 수 있음에 유의하여야 한다. 이러한 점은, 진단서 발급시 (실손보험과 관련한) 환자의 요청이 판단의 경계선상에 있는 경우 환자와의 관계를 고려하여 고심하게 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민간보험사들이 유도리(?) 있는 진단서 발급을 문제 삼아 의사를 상대로 각종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점차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환자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극소수 문제 환자에 연루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서라도, 입원 여부 판단에 있어서 환자의 진술에만 의존하지 말고 검사결과를 입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유와 함께 진료기록부에 자세하게 기재하여 놓는 것이 좋다. 또한 환자의 외출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하게 할 것을 직원들에게 지시하되 이를 간호기록지 등에 `원장님 지시사항'과 같은 형식으로 기재하여 두도록 할 필요가 있다. 작은 번거로움이 큰 번거로움을 예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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