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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제23번 A장조 작품번호 488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제23번 A장조 작품번호 488
  • 의사신문
  • 승인 2018.10.15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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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453〉

■절정기 모차르트의 음악성을 보여주는 심혈을 기울인 역작
1786년 5월 모차르트의 신작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이 초연되었다. 이 오페라를 작곡하던 1785년 10월에서 이듬해 4월까지 그는 피아노협주곡을 세 편이나 나란히 작곡했다. 제22번 Eb장조(K.482), 제23번 A장조(K.488), 제24번 C단조(K.503). 모두 같은 해 빈에서 열렸던 일련의 사순절 예약제연주회(Akademien)를 위해 만들어진 작품들이다. 공히 이 세 곡은 그가 남긴 스물일곱 편의 피아노협주곡들 가운데 정점에 위치한다. 특히 1786년 3월 완성된 피아노협주곡 제23번은 오보에 대신 들어간 클라리넷이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며 부드러우면서도 어두운 음색을 멋지게 이끌어낸다. 친근한 선율과 단순 명쾌한 악상과 함께 감명 깊은 느린 제2악장의 선율로 제21번과 더불어 가장 대중적인 피아노협주곡으로 꼽힌다.

이 작품에 대해 모차르트의 전기 작가인 장-빅토르 오카르는 “모든 것이 여과되어 있는 우아함과 단순성, 동시에 감각적이고 명쾌한 즐거움이 배어 있다”라고 평하면서, “그것이 바로 모차르트가 언제나 꿈꾸어 왔던 양식의 절정”이라고 극찬하였다. 말 그대로 절정기 모차르트의 세련되고 심오한 음악성을 잘 보여주는 걸작이라 할 수 있다. 모차르트 자신 역시 이 작품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있었음이 1786년 8월 어린 시절의 후원자인 피어스텐베르크 공작에게 보낸 편지에서 드러난다. “이 작품들은 저 자신 또는 소규모의 음악 애호가들과 감식가들로 이루어진 동아리를 위해서 남겨두었던 것으로, 아마 다른 곳 어디에서도 알려져 있지 않으며, 심지어 이곳 빈에서조차 알고 있는 사람이 드뭅니다”라며 자신 있게 밝히고 있다. 다만 이 편지에서 거론된 `작품들'은 공작의 후원 약속에 대한 사례로 함께 발송된 다른 네 편의 피아노협주곡(제16∼제19번)을 포함하고 있어 딱히 이 협주곡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이 작품에 관한 첫 스케치는 1784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가 협주곡 한 편을 완성하는 데 걸린 시간이 2년이나 소요됐다는 것은 무척 이례적인 일이다. 나아가 이 작품의 자필 악보에서 피아노는 처음부터 완전한 모습을 갖추고 있었으며, 세부까지 공들여 완성되어 나중에 보충도 필요하지 않았다. 이전에는 대략적인 스케치를 먼저 진행한 다음 나중에 마무리를 했던 모차르트로서는 이 또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대개 작곡가는 독주자를 위해 악보에 독주자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카덴차 자리를 비워두는 것이 관례이다. 모차르트 역시 대부분의 협주곡에서 카덴차의 자리를 비워두었지만, 이 곡에서만은 예외였다. 악보에는 처음부터 완전히 작곡된 상태로 구성되었고, 다른 두 악장에는 카덴차가 들어갈 자리도 남겨두지 않았다. 이는 흔히 다른 협주곡들과는 달리 `완전한 유기체'로서 이 작품을 완성하려 했던 `그의 의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누나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 자신도 이 작품을 연주할 때 카덴차를 즉흥적으로 연주했다고 적고 있는 것을 보면 이 카덴차를 그대로 연주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탈리아의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인 페루초 부소니는 어디까지나 카덴차는 독주자 고유의 영역이라는 주장과 함께 새로운 카덴차를 남겼다. 블라디미르 호로비츠도 이 부소니의 카덴차를 사용한 음반을 남겼다.

이 협주곡은 그의 같은 조성의 클라리넷협주곡 A장조를 떠올리게 한다. 만년의 걸작처럼 쾌활한 흐름 속에 깊은 서정미를 간직하면서도 지극히 깊은 감명의 제2악장은 잔잔한 선율과 단조의 조화로 쓸쓸하고 몽환적인 감상을 자아낸다.

△제1악장 Allegro 아름다운 주제 선율과 화사한 오케스트라 음색의 고전적인 균형미가 돋보인다. 쾌활하면서도 우아한 선율의 전개로 쾌적하고 아늑한 기분을 안겨주는 긴 관현악에 의한 제시부에서 두 개의 주제를 처음에는 제1바이올린이, 다음에는 목관이 반복하는 구성으로 안정감을 준다. 이어 피아노 독주로 코랄풍의 새 주제가 진행되는데 이는 모차르트가 판 스비텐 남작의 집에서 접했던 바흐 음악의 영향으로 보인다. 카덴차가 나온 후 코다로 마무리된다.

△제2악장 Adagio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주고받는 선율은 가슴이 시릴 정도로 애상적이다. 중간에 클라리넷이 이끄는 관악앙상블이 밝은 분위기를 이끌지만 미묘하게 일렁이는 시칠리아노 풍 리듬에 실려 그 위에 얹힌 단순한 선율은 감동적 우수에 더해 신비로움마저 느끼게 한다.

△제3악장 Allegro assai 경쾌한 론도 주제 사이에 매력적인 주제들이 삽입되어 활기차면서 동시에 드라마틱하다.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눈부신 대화를 주고받으며 클라리넷과 바순의 활약이 돋보이고 미묘한 단조 부분들도 절묘하게 뒤섞이면서 상쾌하게 피날레로 향한다.

■들을 만한 음반
△블라디미르 호로비츠(피아노),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지휘), 라스칼라 극장 오케스트라(DG, 1987) △마우리치오 폴리니(피아노), 칼 뵘(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G, 1976) △프리드리히 굴다(피아노),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지휘),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Teldec, 1983) △알프레드 브렌델(피아노), 네빌 마리너(지휘), 성 마틴 인 더 필드 아카데미(Philips, 1971) △로베르토 카자드슈(피아노), 조지 셀(지휘), 컬럼비아 심포니 오케스트라(CBS,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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