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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제13번 C장조, 작품번호 415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제13번 C장조, 작품번호 415
  • 의사신문
  • 승인 2018.10.07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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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452〉 

■빈의 취향에 맞춘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의 출발점
모차르트가 남긴 작품들 가운데 완숙기인 빈 시절에 탄생한 열일곱 편의 피아노협주곡은 그의 예술적 발전의 선명한 발자취이자 18세기 협주곡 장르의 가장 빛나는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당시 이 피아노협주곡들은 연주회를 통한 수입이었을 뿐 아니라 제자들도 확보하였고, 빈 청중과의 중요한 소통의 역할을 했다.

평소 잘츠부르크 대주교에 전속된 음악가라는 신분에 불만을 갖고 있던 그는 뮌헨 궁정으로부터 사육제에 상연할 오페라를 의뢰받게 되자 1780년 11월 오페라 〈이도메네오〉를 들고 잘츠부르크를 떠난다. 그러자 대주교는 모차르트의 근무 태만에 대해 심한 질책을 한다. 이에 자극을 받은 모차르트는 끝내 잘츠부르크를 떠나 빈으로 이주하여 자립을 하게 된다. 저명한 `음악의 도시'이면서 신성로마제국의 수도였던 빈은 특히 당시 신생 악기였던 포르테피아노(피아노 전신)가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빈에 도착한 그가 아버지 레오폴트에게 보낸 편지에 이런 구절이 있다. “빈은 굉장한 도시예요. 특히 피아노의 도시랍니다. 제 직업으로 보자면 세상에서 가장 좋은 곳이죠!” 어려서부터 건반악기를 장기로 내세웠던 그는 빈에서 피아노를 자신의 특기로 삼았다. 그중에서도 피아노협주곡은 `작곡가 겸 연주가' 모차르트의 존재감을 빈의 청중들에게 각인시키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빈 시절 첫 피아노협주곡들 가운데 제11번 F장조와 제12번 A장조, 제13번 C장조는 1782년 말에서 1783년 초에 작곡되었다. 빈 청중이 가장 선호하는 장르도 피아노협주곡이어서 이 작품들을 쓰면서 그는 청중의 취향에 자신의 음악 스타일을 맞춰나갔고 여기에서 선보인 피아노협주곡들은 자신이 직접 연주할 목적으로 작곡되었다. 그가 1782년 12월 아버지 레오폴트에게 쓴 편지에서 그런 고민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이 협주곡들은 너무 쉬운 것과 너무 어려운 것 사이에서 행복한 균형을 이루고 있어요. 매우 화려하고 듣기에 유쾌하고 자연스러우며 지루한 구석이 없지요. 여기저기에 감식가들만이 만족할 만한 패시지들도 있지만, 감식력이 떨어지는 이들조차 왜 그런지 모르는 상태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작곡되었답니다.”

이들 세 작품은 기본적으로 빈 청중의 보수적인 기호를 거스르지 않는 한도 내에서 마무리되었으면서도 그 특유의 개성은 충분히 드러나고 있다. 피아노협주곡 제11번과 제12번은 다분히 살롱풍으로 수수한 표정과 온건한 형식인데 비해 피아노협주곡 제13번은 과감하고 진취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마도 앞선 두 작품을 통해 빈 청중의 취향을 충분히 파악한 그가 비로소 자기만의 개성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이 피아노협주곡 제13번이야말로 빈 시절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의 본격적인 출발점이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 두드러지는 부분은 대위법인데 서주부터 카논풍의 진행이 나타나면서 첫 악장에 나타나는 여러 주제들도 거의 대위법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유력한 후원자인 판 슈비텐 남작을 통해 바흐와 헨델의 작품 세계를 접하면서 그들의 음악을 연구하여 자신의 양식을 좀 더 발전시켰다. 비록 이 협주곡은 그 초기 단계에 해당하는 작품이었던 탓으로 조금은 불균형의 모습도 보여주지만, 첫 악장의 활기찬 추진력과 마지막 악장의 생생한 색채 등에서 모차르트 특유의 진취성과 독창성이 잘 드러나고 있다.

△제1악장 Allegro 교향곡을 방불케 하는 위풍당당한 울림과 흥미진진한 흐름이 돋보인다. 이탈리아풍 서곡을 연상시키는 밝은 색채와 행진곡풍의 경쾌하고 유려한 선율과 함께 종종 모차르트 특유의 재치가 가득히 전개되면서 유쾌한 흥분을 선사한다. 전 곡에 걸쳐 대위법적인 요소들이 인상적인 역할을 하면서 피아노 독주의 비르투오소적인 활약이 눈에 띤다.

△제2악장 Andante 차분하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서정적인 노래가 흐르며 순수하고 담백하다. 팀파니 등 이른바 `군악대풍' 악기들은 침묵하고, 현악기들의 섬세한 연주가 다정다감한 배경을 조성하는 가운데 피아노가 오페라 아리아풍의 칸타빌레 선율을 유유히 노래한다.

 △제3악장 Allegro 풍부한 아이디어와 대비 선명한 흐름으로 시작하면서 다소 정체되었던 분위기를 전환하는 듯 피아노 독주의 경쾌한 리듬으로 이어지다가 돌연 아다지오로 전환하여 사뭇 진지하고 비장한 표정을 보인다. 이 부분은 원래 이 협주곡의 제2악장으로 구상되었던 스케치가 되살려진 것으로 모차르트의 집요함이 엿보인다. 이후 다채롭고 화려한 흐름을 이어가다가 마지막엔 목가풍의 아름다운 시정을 환기시키며 은은하고 조용하게 사라지듯 마무리된다.

■들을 만한 음반
△클라라 하스킬(피아노), 루돌프 바움가르트너(지휘),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DG, 1960)
△아르투로 베네데티 미켈란젤리(피아노), 프랑코 카라촐로(지휘), 알레산드로 스카를라티 오케스트라 (EMI, 1953))
△머레이 페라이어(피아노, 지휘), 잉글리시 쳄버 오케스트라(CB S, 1975)
△미치코 우치다(피아노), 제프리 테이트(지휘), 잉글리시 쳄버 오케스트라(Philips,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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