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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의 의학의료기기 사용, 법원의 입장은 무엇인가
한의사의 의학의료기기 사용, 법원의 입장은 무엇인가
  • 의사신문
  • 승인 2018.10.07 21:3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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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변호사의 친절한 법률 이야기' 〈13〉
전 성 훈 서울시의사회 법제이사법무법인(유한) 한별

최근 한의사의 의학의료기기 사용은 뜨거운 감자이다. 많은 의사들은 `말도 안 되는 일인데, 정부는 그렇다 치고 왜 법원조차 분명하게 처벌하지 않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는 반응을 보인다. 반면 한의사들은 `의학의료기기 사용을 모두 막아 놓으면 한의학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의술로만 환자를 진료하라는 말이냐'라며 반발한다.

한의사의 의학의료기기 사용에 대하여 법원은 지금까지 다양한 판결을 내 놓았다. 대부분의 경우, 즉 주사, CT, X선 골밀도측정기를 이용한 성장판 검사, 필러시술, IPL시술 등에 있어서는 한의사의 의학의료기기 사용을 불허하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안압측정기, 자동안굴절검사기, 청력측정기와 같은 것들은 사용할 수 있도록 판결하였다. 2016년에는 서울고등법원이 보건복지부의 입장과 정반대로 한의사가 뇌파계를 이용해 파킨슨병과 치매를 진단할 수 있다고 판결하여 큰 이슈가 되기도 하였다.

정리하면, 한의사의 의학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법원의 정확한 입장은 `어떤 것은 되고, 어떤 것은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되고 안 되고를 판단하는 법원의 판단 기준은 무엇인가? 이를 알기 위해서는 하급심의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치는 최고법원인 대법원이 제시하고 있는 판단 기준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는 향후 한의사들의 `침투경로'를 미리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대법원은 `한의사의 의학의료기기 사용이 무면허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 4가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쉽게 풀어보면 이렇다. ① 법이 한의사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지, ② 한의학 원리에 기초하여 개발·제작한 의료기기인지, ③ 한의학 원리의 적용을 위하여 그 의료기기를 사용하여야 하는지, ④ 그 의료기기를 사용할 때 의학적 전문지식과 기술이 필요하지 않아 한의사가 사용하더라도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없는지이다.

①의 경우 당연히 한의사가 쓸 수 없는 것이고, ②의 경우라면 한의사가 사용할 수 있을 것이지만 과연 이런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 싶다. ③의 경우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지만 기와 혈과 맥을 보기 위하여 의학의료기기를 사용하여야 한다는 것은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실제 사건에서 유무죄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④의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이다. 이와 관련하여 얼마 전 서울고등법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 나왔다. 이 사건은 부인과 진료를 하는 한의사가 자궁내막증으로 내원한 환자에 대하여 초음파 진단기를 사용하여 복부 초음파 검사를 시행하였는데, 한의사의 이러한 초음파 진단기 사용행위가 무면허의료행위인지가 문제된 사건이었다.

피고인인 한의사는 ① 초음파 진단기의 개발·제작 원리는 의학이 아닌 물리학에 기초한 것이고, ② 자신은 의사의 초음파 검사와는 전혀 다른 한의학적 방법에 따라 초음파 진단을 한 것이며, ③ 진단 결과에 따라 환자에게 침 치료와 한약을 처방한 이상 이러한 행위는 전체적으로 볼 때 한방의료행위에 해당하며, ④ 한의사도 초음파 진단기 사용에 관한 충분한 교육을 받고 있으므로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를 사용하더라도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의 주장들이 이유 없다고 하면서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 사용을 무면허의료행위로 판단하여
 유죄를 선고하였다. 법원이 설시한 이유가 모두 설득력 있으므로 잘 살펴보자.

① 초음파 진단기는 의학에서 활용될 것을 예정하고 개발·제작된 것이며, 초음파 검사는 영상을 판독하는 과정이 필수적인데 이를 위해서는 의학적인 전문지식이 필요하므로, 초음파 진단기는 그 판독에 있어 의학의 원리가 적용될 것을 전제로 개발·제작된 것이다.

② 피고인은 초음파 영상의 음영 등에 따라 병을 진단하는 한의학적 방법으로 초음파 검사를 하였다고 주장하나, 초음파로 자궁내막의 두께를 관찰하는 것은 산부인과에서 전형적으로 행하는 초음파 검사 방법일 뿐이다.

③ 의료행위에 있어 진단의 중요성은 두 말 할 필요가 없고, 진단의 중요성에 더하여 오늘날 그 이론과 기술이 갈수록 복잡화·전문화됨에 따라 의학의 전문 진료과목으로 영상의학과가 별도로 존재하기까지 한다. 피고인이 그 진단에 있어 의학의 전형적인 방법인 초음파 검사를 시행한 이상 그 치료방법으로 침이나 한약 등을 사용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한방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④ 초음파 진단기는 그 조작방법이 비교적 간단하기는 하지만 안압측정기, 청력측정기 등과 달리 측정결과가 자동으로 추출되는 것이 아니고, 탐촉자의 방향 등에 따라 허상이 자주 발생하며 실시간으로 영상을 확인하면서 검사가 이루어진다. 따라서 정확한 초음파 검사를 위해서는 신체 장기의 형태·위치·상태, 환자의 과거 병력 등과 같은 초음파 영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이해하여 검사 및 판독을 할 수 있는 풍부한 지식과 경험이 필수불가결하다. 피고인은 2년여 동안 총 68회에 걸쳐 초음파 진단기를 사용하여 환자의 자궁내막의 두께를 관찰하였음에도, 자궁내막증이 자궁내막암으로 진행된 것을 발견하지 못하였다.

위 판결에서 역시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유무죄 판단에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법원은 초음파 진단기는 의료기기 등급 중 2등급인 `잠재적 위해성이 낮은 의료기기'에 해당하지만, 이런 의료기기라 하더라도 그 검사 결과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는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사용하여 그 진단을 잘못한 경우,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보았다. 즉 기기 자체는 위험하지 않더라도 기기 사용자가 지식과 경험이 없어 판독을 잘못하면 위험하다는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것 아닌가?

“2년 넘게 총 68회나 초음파 진단기를 사용하여 환부를 관찰하였는데도 자궁내막증이 자궁내막암으로 진행하는 것을 발견하지 못 하였다면, 기초적인 의학 지식이 없는 것 아닙니까?”라는 재판부의 질타가 들리는 것 같다.

위 판결에서 법원은 나아가 “한의사에게 의학의료기기의 사용을 허용할지 여부는 국민 보건위생상 위해의 발생 가능성을 중점으로 하여 신중하게 고려해서 결정해야 하고, 한의학 발전이나 한의사와 환자의 편의성만을 따져 허용할 것은 아니다”라고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이번 회에서는 한의사의 의학의료기기 사용에 관한 법원의 정확한 입장과, 그 판단 기준을 살펴보았다. 위 판결과 같이, 환자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험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한 아무리 그 확률이 낮다 하더라도 `학문의 발전'이나 `의료인의 현실적 필요성'만을 따져 한의사의 의학의료기기의 사용을 허용하여서는 안 되며, `환자의 편의'를 이유로도 허용하여서는 안 된다. 두 말 할 필요도 없이, 환자의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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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서비스 2018-10-08 22:32:34
그런 극단적인 오진의 예를 들어
한의사 현대의료기 사용 하지 말라고 하면
의사들 50% 이상은 현대의료기기 만질 생각도 하지 말아야함
최근 대리수술하고 링겔 사망 사고만 봐도 ㅠ~
진심 그런 오진이 걱정되면 임상교육을 강화하라고 해야지
오히려 현직 의사들 한의대 출강 하지말라고 이짓하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