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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 1인실 건강보험 적용'으로 분만 인프라 붕괴 우려
'임산부 1인실 건강보험 적용'으로 분만 인프라 붕괴 우려
  • 홍미현 기자
  • 승인 2018.10.02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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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승철 이사장, "분만=소방서… 정부 지원 절실"

분만 인프라 붕괴에 대한 대책, 상대가치 2차 개정, 포괄수가제 개선, 임산부 상급병실 급여화 대책 등 정부의 각종 보장성 강화 정책에 대해 산부인과 의사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김승철 이사장(이대목동병원)은 최근 인터뷰를 통해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이 환자들의 진료비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의사들의 안정적인 진료 환경은 보전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복지부, 적정수가 기준 마련’ 

우선 김 이사장은 지난 한 해 동안 대한산부인과학회의 노력과 성과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대한산부인과학회와 양 산부인과의사회, 보건복지부가 한 자리에 모여 산부인과 수가체계의 문제점과 현안을 논의하고 개선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제1차 의정간담회를 개최하고 산부인과의 적정한 수가와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제도=공적자금 지원 타당'

학회는 헌법재판소가 분만 과정에서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 보상에 드는 재원 중 30%를 분만 실적이 있는 의료기관이 부담하도록 규정한 의료분쟁조정법이 합헌이라고 결정한 것에 대해 '독소조항으로 과실책임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김 이사장은 “불가항력적 의료사고란 의사의 과실이 없는, 혹은 의사의 과실을 입증할 수 없는 사고”라며 “의료사고 이후 의료중재원의 조사와 감정 결과로 무과실 판정에도 분만의사가 30%를 부담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의 다양한 지원정책에도 우리나라의 분만 취약지는 줄지 않고 있다"며 "산부인과 분만병원의 보상액 분담은, 고위험 산모가 점차 늘어나는 상황에서 산부인과 의사들의 분만 포기현상을 가속화시키고 분만 인프라 감소는 더욱 심각하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일본은 뇌성마비에 대한 무과실보상제도 재원을 100% 정부가 지원하고 있는데, 이는 현재 일본에서 산부인과 의사 재원의 증가와 분만기피 현상 완화에 일조하고 있다"며 "대만에서도 분만과 관련한 의료사고에 있어서 100% 정부지원이 시행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보상제도의 보상재원은 다른 국가들처럼 전적으로 공적자금으로 지원되는 것이 사회보장적 제도의 개념과 모성보건 보장 차원에서 합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 이사장은 “보상의 수준도 일본이나 대만과 같이 현실적인 수준으로 상향 조절돼 환자의 가족이나 의료진 모두의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는 입장도 내놨다.

그는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제도와 관련해 개선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국회와 보건복지부에 발송했다”며 “아직 의견서에 대한 회신은 없었지만, 조만간 이명수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을 만나 학회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1인실 급여화, 분만 인프라 붕괴’ 

학회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과 관련해 ‘임산부 1인실’을 2019년까지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였다. 

김 이사장은 “임신·출산 관련 의료비 부담을 줄여 임산부가 진료비 걱정 없이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보장성 강화대책은 바람직하지만 적절한 보완대책 없이 산부인과 병의원의 일방적인 희생을 전제로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정부를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임산부 1인실 급여화 정책은 오히려 임산부들이 역차별을 받는 현상을 초래하고,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출산 인프라 붕괴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의학적으로 필수적인 요소가 아닌 선택적 요소에 불과한 상급병실 사용에 대해 요양급여를 적용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국민건강보험의 취지에 어긋난다"면서 "1인실 급여화는 의학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경우, 예를 들어 격리가 필요한 감염 환자 또는 감염에 취약한 중증질환 환자들에게 우선적으로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1인실 병실료는 의원, 병원,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 사이에 평균 4배, 최대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최저 5만원, 최대 80만원 이상)"며 "이렇게 편차가 심한 상급병실료를 단일 수가체계로 산정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현재의 종별가산으로는 이 편차를 극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1인실 등 상급병실료는 종별, 지역별 차이가 너무 심하고 같은 종별기관 내에서도 차이가 심해 적정 급여화는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며 "임신부의 상급병실 비용 부담을 경감시키는 목적이라면 현재 시행되고 있는 국민행복카드와 별도로 상급병실료 비용으로만 사용할 수 있는 상급병실료 바우처 제도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분만병원=소방서'… 정부 배려 절실

김 이사장은 분만병원을 ‘소방서’에 비유했다. 그는 "불이 많이 나야 소방서를 많이 짓는 것이 아니라 ‘필수안전망’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소방서와 같은 개념으로 분만 인프라도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나라에서 정책적으로 배려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학회는 저출산, 분만취약지 등 분만 인프라 붕괴를 막기 위한 대책으로 '분만 취약지 해결 방안 마련', '분만실 유지비 지원제도 도입', '분만 참여 의사의 체계적인 현황 파악 및 유입 대책 마련'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그러면서 그는 분만취약지 해결 방안 마련을 위해 ‘의-정 협의회 구성’을 제안했다. 

김 이사장은 “분만 취약지 해결은 분만병원, 분만의사, 응급환자 연계체계가 구축이 돼야 하는 복잡한 문제”라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 개선안 마련과 산부인과학회의 논의가 필수적으로, 의정 협의회를 구성해 지속적인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분만실 유지비 지원제도 도입과 관련해선 “분만 취약지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안은 분만 병원의 폐업을 억제하는 정책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1년에 12건 이상 분만이 이루어지는 분만 병원은 폐업을 막기 위해 분만실을 유지하는 비용을 지원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분만 참여 의사의 체계적인 현황 파악 및 유입 대책에 대해선 “임산부가 원하는 지역에서 안전하게 출산하는 것이 저출산을 막는 방안”이라며 “이를 위해서 가장 시급한 문제 해결은 분만의사의 자발적인 참여 및 참여 동기 부여 지원정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까지 전국 단위에서 분만의사의 체계적인 현황 파악은 부족한 상태로, 정부와 산부인과 학회에서 공동으로 2년 마다 공식조사하고(연구과제) 체계적으로 지원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분열된 산부인과의사회 통합 추진’ 

아울러 김 이사장은 현재 분열돼 있는 산부인과의사회의 통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사장 직속 개원통합 TFT를 신설해 양 산부인과의사회 임원진과 수차례 회의를 개최해 통합 방안을 논의했다”며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이 직접 참석한 회의에서 의협이 주관하는 회원 여론 수렴을 통해 조속한 통합을 이끌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대집 회장에게 전국 산부인과 회원을 대상으로 여론 조사를 언제 진행하면 좋을지 협조를 요청해 놨다"며 "결과에 따라 로드맵이 나올 것이라 생각된다. 조속한 시일 내에 통합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개원의사 학회 참여 높일 것’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지난 9월 28일~29일 양일간 제104차 학술대회와 제23차 서울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에는 약 1000여 명이 참석했다. 

외과, 내과 등 다른 큰 학회에 비해 다소 적은 회원들의 참여율에 대해 김 이사장은 “개원의들의 참여율이 낮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원의들은 병원 생존과 관련된 미용, 성형 등에 대한 공부를 원하는 반면, 학회는 질환, 질병 등 학술적인 부분을 공부하는 장을 원하다 보니 학술대회에서 배울 것이 없다는 입장인 것 같다”며 “내년부터는 개원의사들도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개원의 회원들에게 맞는 강의를 개설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김 이사장은 "이번 학술대회에서 300편이 넘는 구연, 포스터 필름 발표를 통해 모체태아의학, 부인종양학, 생식내분비학, 일반부인과학 등 각 분야에서 산부인과의 연구성과와 학문적 발전을 엿볼 수 있었다"는 평가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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