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건강보험 진료비 청구건별 심사 방식을 경향 심사로 전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정부의 심사체계 개편 방향에 대해 의료계가 강력한 반감을 나타내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심평원)은 지난 19일 복지부와 심평원, 공단 등 유관 기관과 의협과 병협, 치협, 한의협 등 공급자단체, 대한의학회 등 전문가단체와 소비자단체 관계자 20여 명이 참석한 ‘건강보험 심사평가체계 개편 협의체’ 제1차 회의를 개최하고 ‘건강보험 심사평가체계 개편(안)’을 언론에 공개했다.
당시 의협 대표자로 회의에 참석했던 변형규 보험이사는 “회의가 경향심사 도입을 기정사실화하고 진행되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내며 회의 중간에 회의장을 벗어났고, 다음 날인 금일(20일) 오후 3시 의협은 최대집 회장이 직접 기자회견을 주재해 “정부 주도 경향심사 논의를 중단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이러한 가운데 전라남도의사회(회장·이필수 이하·전남의사회)도 경향심사 도입 논의에 대한 강력한 반감을 나타내고 중단을 촉구했다.
전남의사회는 20일 성명을 통해 “언론에 공개된 개편안에 따르면 ‘현행 제한적 심사기준 기반의 건별심사를 의료의 질과 의학적 타당성기반의 주제별 경향심사평가심사체계로 전환’하겠다는 것인데, 문제는 동 개편안이 언론에 발표되기까지 직접적 당사자인 의료계와 단 한 차례의 논의도 없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사자인 의료계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일방적인 개편안을 회의 개최 전 사전 보도자료를 배포한 상황에서 대체 회의를 통해 무엇을 논할 것이며 어떤 의견이 반영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전남의사회는 기관별 경향심사에 대해 “과소진료로 인한 진료의 하향평준화 유도, 심사지표의 단순화에 대한 문제점, 신의료기술발전 저해, 환자와 의료인 간의 불신조장, 의사의 전문성 불인정 등 직관적으로 예상되는 문제점만 해도 모두 나열하기 어려울 만큼 부지기수”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아울러 “현행법상으로는 현지조사 시 경향심사만으로는 위법성 판단 기준을 확보하기 쉽지 않아 기존의 허위·부당청구 심사기준을 유지할 수밖에 없기에 의료계 입장에서는 기존 건별심사체계와 경향심사체계가 공존하는 이중심사체계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결국 합리적인 심사체계로의 개편을 요구한 의료계에게 올바른 방향으로의 개편은 차치하고 또 하나의 옥상옥을 만드는 꼴이라는 지적이다.
심사체계개편안에는 포함된 동료평가제(peer review) 도입과 관련한 내용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전남의사회는 “현재도 심사위원의 공정성에 대해 논란이 있어 이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인데, 추후 동료평가제가 확대 시행된다면 의사가 동료의사를 평가하게 함으로써 결국 의료계의 분열을 조장하게 하는 악법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의사회는 또 “기관별 경향심사는 현행 행위별수가제와 상호 상충되는 부분이 많아 부적절한 심사체계임에도 정부의 정책 추진의 의지가 매우 강한 것으로 보인다”며 더 나아가 “향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따르는 건보재정 부담을 완화시키기 위한 지출합리화라는 미명하에 총액계약제로 가려는 정부의 의도가 아닌가”라는 의구심까지 나타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 27일 심사평가원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보건의료단체와의 심사기준개선협의체 1차회의에서 경향심사는 추후 공급자인 의사협회를 비롯한 보건의료단체, 시민사회단체, 정부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서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 나가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전남의사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제 개최된 제1차 심사평가체계개편협의체 회의에서는 이미 개편안을 다 만들어 놓은 상태에서 의료계의 의견을 듣겠다는 기만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정부가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심사체계개편 초기부터 백지상태에서 의료계와 논의 후 안을 조율해 나가는 것이 올바르지 않은가?”라고 물었다.
전남의사회는 “의료계는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을 합리화 해주기 위한 거수기가 아니다”라면서
정부의 일방적ds 심사체계개편안은 절대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전남의사회는 정부에 대해 △의료계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편향된 심사체계개편 강행을 즉각 중지 △국민건강을 위한다면 원점에서부터 의료계와 논의 시작 △심사평가체계개편에 앞서 의료계가 지난 국민건강수호 비대위에서 주장하고 의정협의체를 통해 합의한 불합리한 심사기준개선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 등을 요구하고 △경향심사와 심사기준개선이 연계되면 의협이 심사기준협의체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전남의사회는 “이 같은 우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 일방적인 심사체계개편을 계속 강행한다면 2,700여 전남의사회원은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하며, “향후 의정관계의 파국이 올 수 있음을 경고함과 동시에 이와 관련된 모든 책임은 심사체계개편을 입안하고 강행한 관계자들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