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한라산 돈내코길<3>
5월의 한라산 돈내코길<3>
  • 의사신문
  • 승인 2010.06.30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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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앵초<사진 위>와 흰그늘용담<사진 아래>
돈내코길은 천천히 걸어야 한라산의 맛이 느껴지는 길입니다. 입구에서는 뒤돌아서서 보는 서귀포와 남쪽바다의 너른 풍광이 일품입니다. 그리고 울창한 밀림 속으로 풍덩 빠지면 작은 산새들의 속살거림과 햇빛을 보기 위해 위로 또, 위로 자라 오르는 나무들의 아우성이 들립니다.

길은 잘 정비되어 있어 다른 곳으로 빠질 염려는 없습니다. 해발 100m 마다 표지석이 서 있고 중간 중간 현 위치와 남은 거리를 알려주는 안내석도 있으니 산행에서 시간 계획을 놓칠 일은 없습니다.

해발 900m 표지석을 지나면서 드문드문 소나무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껍질이 붉고 하늘 높이 곧게 뻗어 자라는 자태가 여성스럽습니다.

난대림의 빠르게 자라는 나무들 사이에서도 이 적송들은 전혀 기죽지 않고 높이 솟아올라 뭇 나무들을 굽어보고 있습니다. 고도가 높아지면서 적송의 수는 점차 많아집니다.

입구에서 5Km쯤 올라 해발 1300m 표지석을 보고나니 홀연히 나무들이 낮아졌습니다. 그 울창하던 숲도 사라지고 적송도 보이지 않습니다. 저 높은 곳에서 선홍색 꽃을 피운 철쭉 대신 무릎 아래에서 핑크색 꽃을 달고 있는 다른 종류의 키 작은 철쭉이 일행을 반기고 있습니다.

소나무의 키도 낮아졌고 송화도 채 피지 않았습니다. 눈높이에서 갖가지 나무 꽃이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단 몇 분 만에 열대우림 속에서 고산지대로 날아오른 느낌입니다.

그렇게 꽃과 나무에 취해 걷다보면 하늘이 열립니다. 멀리 앞에는 한라산 꼭대기가 보이고, 뒤돌아보니 서귀포와 남쪽 바다가 다시 보입니다. 이곳이 참 좋습니다.

해발 1400m 표지석 근처에 있는 철쭉은 아직 꽃봉오리도 다 크지 못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걷기를 더 느리게 하면 눈에 더 많은 것이 보입니다. 키 낮은 조릿대가 마치 융단처럼 온 산을 덮고 있습니다.

길옆에는 아주 작은 꽃들이 조릿대 사이에서 얼굴을 내밀고 있습니다. 연분홍 설앵초, 흰색이 눈부시도록 맑은 흰그늘용담, 보라색과 노란색과 흰색의 제비꽃, 키 낮은 연보라 붓꽃이 저마다 보아달라고 말을 걸어옵니다. 모두들 한 겨울에는 조릿대를 덮고 매서운 추위를 피하는 꽃입니다.

이젠 머리 위로 높이 자라 오른 나무는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7Km가 꿈처럼 지나갔습니다. 숲은 사라지고 하늘엔 까마귀 몇 마리가 맴돌고 있습니다. 행여 방문객이 먹고 남은 음식이라도 얻어먹을 생각인가 봅니다.

한라산 남벽이 웅장하게 더 가까이 다가옵니다. 그 아래 나무로 지어 놓은 돈내코길의 남벽분기점 사무소가 보입니다. 거기엔 첫 등산객과 함께 올라가 마지막 방문객과 함께 내려온다는 직원이 한 사람 근무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애써 그 뒤쪽의 막아 놓은 길을 넘어 백록담을 가려고 하지 않는다면 저 이는 하루 종일 저기에 서서 사람들을 바라보고 서 있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그런데 여긴 이제야 진달래가 피어나고 있습니다.

오근식
〈건국대병원 홍보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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