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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의사 수필가들 한자리서 ‘문학의 진정성’ 논의
국내 의사 수필가들 한자리서 ‘문학의 진정성’ 논의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8.09.17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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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수필가협회 심포지엄·의학도 공모전 개최…대상에 이재원 가톨릭 의전원생

어느덧 창립 10주년을 맞아 국내 대표 수필가 단체 중 하나로 성장한 한국의사수필가협회 회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기념 수필집 발간과 젊은 의사 수필가 발굴을 자축하고 그 의미를 되새겼다.

한국의사수필가협회(회장·김인호)는 ‘제8회 심포지엄 및 한국의학도 수필공모전 시상식’을 9월 15일(토) 오후 5시 서울시의사회관 5층 강당에서 개최하고 지난 1년간 활동상을 돌아보며 문학의 진정성을 위해 전문가 수필이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김인호 한국의사수필가협회 회장(사진)은 대회사를 통해 “이번 시상식은 큰 의미가 있다. 의료계 전 직역에서 의학도들의 인문학적 소양과 정부 정책과 규제에 시달리는 후배 의학도들의 수필 문학적 접근을 돕기 위해 장학금을 지원했기 때문”이라며 “오늘 대상 수상자는 이제 수필가로 등단했기에 의사수필가협회 회원이 될 것이다. 다른 수상자들도 협회 문턱에 섰기에 큰 축하와 행운을 빈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정해진 한계 속에서 환자들의 아픔에 접근하며 크고 작은 상처를 받다가 하루를 뒤돌아 볼 때 침묵하며 순수로 일관된 글을 쓰는 길을 먼저 지나온 우리들은 알듯 말듯한 그 길에 동행의 카펫을 깔아보려 힘써왔음을 고백한다”며 “이번 행사의 모든 과정은 협회 백서로 남겨 앞으로 보다 체계적 시스템으로 준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 첫 순서인 심포지엄은 ‘문학의 진정성을 위하여(전문가 수필이 나아갈 길)’를 주제로 열려 김종완 문학평론가(사진, 에세이스트 발행인, 서울디지털대 교수)가 연자로 나서 “모두 촉망받는 젊은이들이었던 의사 선생님들이 이제 흉내내기 문학이 아닌 진짜배기 문학을 하기 바란다”며 진정성에 대해 설명, 강조하고, “깨어있는 일상의 이야기는 비록 작고 초라한 일일지라도 결코 작고 포라한 게 아니다. 삶이 예술이 되는 경지가 문학이 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한국의학도 수필공모전 시상식’에서는 예심을 거쳐 최종심에 오른 21편에 대한 수상이 이뤄졌다. 한 편의 글을 제외하고 소재가 모두 의업에 관한 글로 의대생들이 삶의 현장에서 소재를 발견하는 능력이 탁월함에 심사위원들(이방헌, 정덕민, 정명희, 김종완)은 큰 기쁨을 나타냈고 그런 만큼 우열을 가르기 어려워 심사과정에 장시간의 진통을 겪어야 했다고 전했다.

특히 올해부터 대상 수상자가 격월간 ‘에세이스트’에 등단돼 기성작가로 대우되고 본 ‘한국의학도 수필공모전’이 한국수필 문단에서 주목받는 행사로 위상이 한층 강화됨에 따라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고 고민했음을 나타냈다.

지난한 과정을 통해 이날 공모전에서 영예의 대상은 <교차(交叉)>를 쓴 가톨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4학년 이재원 학생(사진)이 차지했다.

이재원 씨는 “의전원 4년을 마무리하는 순간에 본 수상을 하게 돼 너무나 영광스럽다. 그동안의 과정이 저에겐 선물 같았던 시간이었다”며 “아직은 누군가 제 글을 읽는다는 게 어색하고 떨리지만 이번 공모전을 통해 그렇게 된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경험하게 됐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심사를 맡은 김종완 문학평론가는 <교차(交叉)>에 대해 “섬세한 손길로 긴 시간성을 가진 서사다. 영리하게도 추상화와 관념화마저 효과적으로 이용했다. 추상화의 임계치를 테크니컬하게 걸어가 매력적이고 지성의 감각화를 거뜬히 해낼 것 같다”며 “정확히 독자의 감정선을 건드릴 줄 안다. 돌아가신 아버지와 마지막 순간을 회자정리(會者定離)를 통해 우리에게 영원한 만남의 비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한 번만이라도 가슴에 제대로 담으면 된다. 그런 점에서 제대로 문학을 했다”고 심사평을 밝혔다.

이재원 학생 외에 7개 대학에서 배출된 의학도들에게도 소정의 상금과 상장이 수여돼 미래 의사 수필가로서 등단에 한층 더 가까워졌다.

김종완 평론가는 또 “최종심에 올라온 의학도들의 21편의 글들이 너무나 좋아 어떤 작품을 선정할지 많은 고민을 했다”며 “사실 의사들 모두 젊은 시절 이렇게 촉망받던 젊은이들이었던 만큼 글을 너무나 잘 쓴다. 이 때문에 한국의사수필가협회는 국내 수필문단에서 가장 실력 있는 단체가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날 행사를 축하하기 위해 참석한 의료계 주요단체 수장들도 축사 및 격려사를 통해 한국의사수필가협회의 앞날에 큰 기대를 나타내며 이를 바탕으로 의료계 발전을 기원했다.

박홍준 서울시의사회장은 “오늘 행사가 특별히 서울시의사회관 강당에서 개최돼 더욱 감개무량하다. 고색창연한 본 건물에서 느껴지는 정서적 안정감과 진정성을 더하기 위해 앞으로 더 노력할 것”이라며 “의료계가 외부환경에 의해 점점 갈등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지만 여기 모인 의료계 리더들이 공동의 목표를 갖고 다양함과 역동성을 바탕으로 창조적으로 장애물을 넘어 비전과 도전을 보여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홍준 서울시의사회장, 박정율 대한의사협회 부회장,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 이향애 한국여의사회장(사진 왼쪽부터)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박정율 부회장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글을 쓴다는 것은 평범한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깊은 공감과 넓은 소통을 하는 것”이라며 “자연과학인 의학을 다루는 의사들에게 인간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한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지만 그럴 기회가 부족하다. 이런 면에서 큰 역할을 하는 의사수필가협회 주최 공모전에서 영광을 안게 된 오늘 수상자들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앞으로 지원과 협조를 아끼지 않겠다”고 전했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은 “앞으로 의사들에게 의학적 실력만큼 여러 사회적 환경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인문학이 대세가 될 것”이라며 “오늘 수상자들이 더욱 열심히 글을 써서 훌륭한 의사가 되길 바라고 이번 행사를 마련한 임원들에게 감사드리며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향애 한국여자의사회 회장은 “그동안의 한국의사수필가협회의 활동 및 발전상에 대해 알고 깜짝 놀랐다. 탈무드에서 ‘사람을 자신의 인생을 가꾸는 정원사’라고 한다”며 “한국 의학도들이 수필을 쓰는 것은 정원사로서 기록을 남기는 것이다. 감탄과 존경 그리고 축하를 전한다”고 말했다.

심포지엄 및 시상식이 끝나고는 전체 수상자들의 소감을 듣고 수상자와 한국의사수필가협회 회원들이 글쓰기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이 있은 후 본 행사는 막을 내리고 내년을 기약했다.

▽다음은 이번 공모전 수상자 명단

△대상(대한의사협회 회장상)
수상자: 이재원 가톨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4학년
작품명: 교차(交叉)

△금상(서울시의사회 회장상)
수장자: 신달식 순천향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 3학년
작품명: 암병동에서

△금상(한국의사수필가협회 회장상)
수상자: 최병진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 4학년
작품명: 작은 손의 질량

△특별상(박언휘젊은슈바이처문학상)
수상자: 허성미 강원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2학년
작품명: 어떤 날들의 기록, 응급실

△은상(대한의학회 회장상)
수상자: 전재준 연세원주 의과대학 의학과 2학년
작품명: 금붕어가 숨을 쉰다

△은상 한국여의사회 회장상
수상: 김진하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 2학년
작품명: ‘검’, 마주하기

△동상(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상)
수상자: 어효신 계명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 4학년
작품명: 그늘의 초상화

△동상(보령시의사회 회장상)
수상자: 김태성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 3학년
작품명: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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