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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청 환자 늘어나는데 국가주도 관리체계 구멍
난청 환자 늘어나는데 국가주도 관리체계 구멍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8.09.12 1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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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토론회서 각종 정책 제언 이어져…생애 전주기 국가주도 프로그램 강조

생애 전주기에 걸친 국가주도 청력관리체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난청 질환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일상생활에 큰 제약이 따르는 환자들의 고통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 국가 주도 정책이 논의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각 관리 단위를 포함해 다양한 연령대의 위험요소를 고려, 통일된 관리체계를 갖추는 일이 시급하다는 것이 해당 주장의 주된 골자다. 

실제로 건보공단 발표에 따르면 난청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인원은 2012년 27만 명에서 2017년 34만 명으로 연평균 4.8%씩 증가 중이다. 20대 미만 1인당 진료비도 같은 기간 43% 늘었다.

정종우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12일 오후 1시 30분 국회에서 개최된 ‘2018, 난청 없는 사회를 위한 시작’ 정책 토론회에 참석해 “청력관리는 생애 전주기에 걸쳐 이뤄져야 한다”며 “각 주기에 맞는 확인, 예방, 재활 방법이 적용돼야 한다. 이런 관리체계는 개인적으로 사업장 단위 관리가 어렵기 때문에 국가적인 관심을 갖고 이뤄져야 효율적이고 통일된 절차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각 관리 단위는 시범사업까지 포함해 신생아 청각선별검사, 학교청력검사, 영‧유아 선천성 이상 관리, 청각장애인 등록, 청각장애인에 대한 보청기 지원 등이 있다”며 “이외에도 다양한 연령대의 다양한 위험요소를 고려할 때 통일된 관리체계를 갖추는 일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정종우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서울아산병원 교수

이날 토론회에서는 세계보건기구(WHO)가 난청의 예방과 치료에 있어 국가 주도의 관리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됐다.

박상호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정책이사는 “난청은 매우 흔하고 유병률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 상대적으로 사회적 관심이 부족한 점, 생애 어느 시기에라도 다양한 원인으로 난청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등으로 WHO에서 평생관리를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난청 중 일부는 조기에 치료하거나 예방을 통해 진행을 막을 수 있고 난청의 조기 진단, 예방, 청각재활은 경제적-사회적 비용 효과성이 매우 크다는 점에서 WHO에서 국가 주도로 난청의 예방, 조기발견, 치료 혹은 재활을 추진하도록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WHO에서 제시하고 있는 국가 주도 관리 프로그램도 소개됐다.

WHO의 'Prevention of deafness and hearing loss‘에 따르면 △보건부에 정책 관리자를 임명하고 강력한 행정 구조를 만들어 지원할 것 △보건부가 주관해 여러 직역 이해 관계자를 포함한 국가위원회를 설치해 정책관리자를 지원할 것 △국가위원회 산하 예산 및 재정, 장비 및 기술 지원, 인프라 개발 모니터링 분야 TF 창설을 권고하고 있다.

박상호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정책이사

박 정책이사는 “WHO 권고사항에 따르면 난청은 공중보건문제로 다뤄져야 하며 정책 입안자는 청력 관리에 대한 예산을 할당하고 청력 관리를 지원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청력보건에 대한 전략은 청력 감소의 예방, 선별 검사 및 조기 치료를 포함하고 난청에 대한 비용 및 개입의 비용 효율성에 관해 국가 별로 자료를 만들어 적용이 가능한 근거를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조사 자료 필요성에 대해서는 “난청 현황에 대한 공식적인 조사 자료가 필요한데 이는 국민, 정책입안자, 청력 관리 프로그램의 관리자, 재정 제공자 등 여러 직역의 이해 관계자들을 이해시키고 서로 협조하게 하는데 필수적”이라며 “자료 내용에 대해서 잘 인지하는 것은 정치인들의 관심과 예산을 확보하는데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해외 국가들의 정책 현황 소개도 이어졌다.

박상호 정책이사에 따르면 중국은 2005년부터 보건부 주도로 ‘Hearing the Future·China National Hearing Care Programme'이라는 난청의 조기진단, 예방, 치료 및 재활에 이르는 국가적 사업이 진행 중이다.

인도도 2008년부터 NPPCD라는 국가 주도 정책을 전국의 7개 연방 직할지 및 29개 주로 확대하고 있으며 호주는 정부 주도로 신생아부터 노인까지 난청 선별과 진단, 청력 예방과 재활 서비스를 총괄 관리 및 감독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채성원 고려대 구로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미국의 경우 국가적인 'Healthy People 2020'을 통해 난청으로 인한 사회 문제 발생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우선 청력 상태를 확인하도록 하는 과정을 통해 초기 난청에 대해 청취 방법 교육과 안내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등도 이상으로 진행하는 경우 개인소리증폭기 또는 보청기를 이용한 의료기술과 관리로 문제를 대처하고 있다”며 “이 같은 미국의 노력 사례는 우리에게도 시사점이 있다고 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도 ‘한국형 Healthy 2026’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정책이사는 “해외의 경우 국가주도 정책이 잘 정책돼 있는 반면 국내는 난청질환을 예방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도 부족한 현실이며 청력 관리 정책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 난청문제 해결 위한 정부 노력

난청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부 각 사업의 긴밀한 연계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복지부는 2007년부터 2년간 지역별 신생아난청 조기진단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신생아 청각선별검사와 난청확진검사를 진행한 바 있다.

또한 2013년 기준으로 전국 저소득층 신생아 난청조기진단 사업이 시행되고 있으며 일부 자치단체는 모든 신생아를 대상으로 난청조기진단 사업을 시행 중이다.

특히 제13차 건보정책심의위원회 심의·의결에 따라 오는 10월부터는 모든 신생아에 대해 건강보험 100% 적용에 의해 선천성 대사 이상 검사 및 난청 선별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정부 정책에 대해 김주경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난청 조기진단 및 조기치료는 건보제도 급여 확대 및 국가건강검진체계 개선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사안으로 정부의 정책판단·선택의 문제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청각선별검사와 국가건강검진체계 등의 긴밀한 연계를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학교건강검진 청력검사를 내실화할 필요가 있으며 사회적 소음의 위해성에 대한 국민의 인식 개선도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복지부는 이날 제언된 방안들에 공감을 표하며 향후 관련 학회와 논의를 통해 정부 대책의 방향성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영기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장은 “오늘 토론회 주요 목적은 국가로 하여금 난청 질환 관리에 대해 정부가 문제의식을 갖고 전략적으로 사업을 추진했으면 좋겠다는 취지 같다”며 “토론회를 통해 본인도 그 동안 알지 못했던 새로운 여러 가지 문제점 상황을 인식하게 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정 과장은 “정부의 질환 대책을 보면 한정된 재원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우선순위가 있는데 지금까지 난청과 관련해서는 우선순위에서 좀 밀린 것 같다”며 “정부와 국민들의 의식 속에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보다 우선순위가 낮다는 인식의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동안의 난청 사업은 질환보다 장애인 수혜적 차원에서 접근됐다”며 “이런 부분을 질환 중심으로 바꾸고 해당 질환으로 인해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고려해 정부 정책의 방향이 변화해야 한다. 단기간 안에는 힘들 수 있지만 단계별로 학회 등 관련 전문가들과 자주 모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박홍준 서울특별시의사회장의 모습.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박홍준 서울특별시의사회장,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 송병호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장, 이재서 대한이비인후과학회장, 이주영 국회부의장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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