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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심의 부활, 불법광고 척결·피해 최소화 기대”
“사전심의 부활, 불법광고 척결·피해 최소화 기대”
  • 홍미현 기자
  • 승인 2018.09.10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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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인터뷰 - 의료광고심의위원회 유진목 전 위원장(서울특별시의사회 부회장) 

국회는 지난 2월28일 본회의에서 의료광고 사전 심의를 위한 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불법 의료광고로 인한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개정 의료법은 3월 27일 공포돼 6개월 후인 오는 28일부터 공식적으로 시행된다. 이에 따라 9월28일부터는 정기간행물이나 현수막·벽보·전단·교통시설 내부 광고 등의 옥외광고물, 전광판,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포함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인터넷매체와 광고매체를 통한 의료광고는 의료법에서 정한 민간기관·단체로부터 사전심의를 받아야 한다.

이번 ‘의료광고 사전심의제도’의 부활에 대해 의료계에서 상반된 의견들이 많지만, 대한의사협회 의료광고심의위원회가 약 2년에 걸쳐 이뤄낸 성과라는 평가가 많다. 의료법 개정에 큰 역할을 한 숨은 공신은 바로 지난 8월 31일 임기를 마친 의료광고심의위원회의 유진목 전 위원장이다.

유 전 위원장을 만나 대한의사협회 의료광고심의위원회 위원장으로서의 2년 4개월 행보에 대해 들어봤다.

■`열의와 열정을 쏟은 2년'

유진목 전 위원장은 2년 4개월이라는 시간에 대해 `길지만 짧았던, 보람차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위원장으로서 불법광고의 척결과 함께 의사회원과 환자 모두 올바른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자평했다.

유 전 위원장은 2009년 발족한 대한의사협회 의료광고심의위원회 `내과' 분야 위원으로 2012년부터 약 4년간 참여했다. 당시 그는 위원으로서 매주 200∼300건에 이르는 의료광고를 심의했다. 자연스럽게 2016년 5월 의료광고심의위원회 위원장직을 맡게 됐다.

위원장직을 제안받았을 당시 그는 고민에 빠졌다. 2015년 12월 헌법재판소가 `사전검열금지'를 이유로 행정기관이 주도하는 의료광고 사전심의 관련 의료법 규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이후 의료광고 심의 의뢰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종전에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위탁을 받은 각 의사단체 중앙회가 의료광고 사전심의를 하도록 했지만, 헌재의 위헌 결정 이후 자율에 맡겨진 셈이다.

그는 “위원장직을 맡고 난 이후 의료광고에 대한 `사전심의'가 없어져 위원회 역할이 축소됐고, 그 결과 내과 위원으로 있을 당시 한 주에 2∼300건을 심의했던 반면 위원장이 된 이후에는 하루에 10건을 보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광고 사전심의 자율화로 인해 거짓 또는 과장 광고로 인한 피해가 늘어나는 부작용이 있었다”며 “의협 중앙회 기구로서 환자와 회원들의 불법광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의료광고 사전심의제도 폐지에 따라 무분별하게 만들어 지는 불법 의료광고를 바로 잡는 한편 회원들이 서로 피해보지 않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의료법이 개정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며 “국회에서 법이 통과되기까지 절차가 많다보니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이제라도 통과돼 다행”이라고 했다.

헌재 역시 의료법 위헌 결정 당시 “민간심의기구가 행정권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자율성을 가지고 독립적으로 사전심의하는 것까지 헌법에 위반된다는 취지는 아니다”라며 민간자율심의기구에 의해 의료광고 사전심의가 이뤄질 수 있게 의료법을 개정하라고 한 바 있다.

유 전 위원장은 “이번 의료광고 사전심의제도 부활에 대해 의료계간 의견이 서로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허위 및 거짓 문구를 통해 환자를 유인하는 것은 결국 회원 간에 지나친 경쟁을 유발하고 의료계를 단지 상업적인 시장으로 전략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보편타당의 중심에서 `광고'를 논하다

유 전 위원장은 부임 당시 스스로 다짐한 약속이 있었다. 위원장으로서 의료광고를 심의하면서 무조건 질책하며 매의 눈으로 검토하는 것이 아닌, `의료법 기준에 맞춰 광고 문구는 유연하게 하고, 많은 회원들이 심의위원회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의사들은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의술'을 펼치는 사람이기 때문에 병원 광고에 대한 의료법이나 기준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회원들이 광고 문구 제작 시 사용되는 단어가 불법인지 아닌지 모르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신이 시술하고 있는 치료법이 평가받지 않은 `신 의료기술' 인데 광고 문구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불법 환자 유인 의료광고 유형인 `비급여 진료항목에 관한 과도한 가격할인(50% 이상)'도 모른 채 광고를 내 걸어 주변 의료기관 및 구청에 적발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며 안타까워했다.

특히 “`우리병원에서 성형하면 미인이 된다'라는 문구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여기서 `미인이 된다'라는 기준도 애매한 부분”이라며 “이렇듯 의료기관들은 `보편타당'하지 않는데도 광고제작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법적 기준을 토대로 바로 잡아주는 것이 심의위원회의 역할이지만, 때론 `광고주', `환자', `비회원' 등 이 세 분류의 사람들 편에서 심의를 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을 때도 많았다”고 토로했다.

유 전 위원장에 따르면, 과거 한 의료기관은 정부로부터 `전국 3위' 치료성적을 인정받았는데, 그 성적은 지역에서는 1등이었다. 해당 의료기관은 이를 이용해 `지역 1위'라는 광고를 내걸어 홍보했다. 의료광고심의위원회는 해당 의료기관에 문제를 제기했고, 결국 법정다툼까지 이뤄졌다. 해당 의료기관은 `사실'에 근거해 `지역 1위'라는 문구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 반면, 심의위원회는 `환자를 유인하는 문구로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결국 1년간 소송 끝에 심의위원회가 패소했다. 이유는 `사실'에 근거한 광고로 법적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심의위원회가 `타이트'하게 심의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모든 사람들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심사해야 하는 부분이 어려웠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진료실 속 작업실, `매의 눈으로'

유진목 전 위원장이 임기 동안 병원에 출근해 제일 먼저 했던 일은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함께 홈페이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의료광고 사전심의제도 폐지 이후 하루에 10∼20여 건씩 심의를 거쳐 올라온 광고들을 검토해야 했기 때문이다.

유 전 위원장은 환자 진료에 앞서 홈페이지를 확인하면서 `매의 눈'으로 각 의협 실무직원들이 검토한 광고들을 살폈다. 그리고 `최고, 제일, 정확한' 등 `금기단어'를 정리하는 한편 `애매한 표현' 문구도 재해석하는 작업을 벌였다.

뿐만 아니라 대한의사협회 의료광고심의위원회 의료방송 및 광고 자문단 단장을 겸하고 있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의료자문 의뢰가 들어오면 민원을 해결했다.

자연히 그의 진료실은, 환자를 보는 진료실이라기보다는 공부하고 연구하는 대학교수 연구실을 방불케 했다. 진료실 책상에는 산처럼 쌓인 자료들이 가득했고, 신문 속 불법의료광고를 잡기 위해 신문도 가득 쌓여 있었다.

유 전 위원장은 “하루의 시작을 `광고심의'로 시작해 마지막도 `광고심의'로 끝을 냈다”며 “원래 임기가 4월말이었는데, 4개월 더해 8월에 임기가 끝났다“고 했다.

그는 “위원장직을 내려놓는 마지막 순간에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돼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많은 고민도 겹쳤다”며 “이번 의료법 개정으로 광고주는 3년에 한 번씩 의료광고 심의를 다시 받아야 하는데, 법 개정 이후 심사를 받은 회원까지 재심사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정리하지 못한 채 끝을 맺어 아쉬움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의료광고심의위원회 활성화 `기대'
유 전 위원장은 “이번 의료광고 사전심의제도 부활로 대한의사협회 의료광고심의위원회는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료법 개정으로 의료인은 광고를 할 때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허위·과장광고에 해당하지 않는지 반드시 자율심의기구의 사전심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전심의 대상이 신문, 인터넷 광고, 교통수단 내부에 표시되는 광고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까지 확대돼 심의 범위가 더 넓어졌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심의 받은 의료광고의 유효기간은 심의를 신청해 승인받은 날부터 3년으로 정해졌다. 때문에 유효기간 만료 후 계속해 의료광고를 하려면 유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에 자율심의기구에 의료광고 심의를 신청해야 한다.

유 전 위원장은 “현 위원들이 대한의사협회 의료광고심의위원회의 존재 의미를 더욱 단단히 하고 그 위상을 더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며 “전 위원장으로서 심의위원회가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뒤에서 많은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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