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의료인 방어진료 부추기는 ‘악법’ 도 넘었나
[초점] 의료인 방어진료 부추기는 ‘악법’ 도 넘었나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8.08.29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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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 먼허 취소 사유에 ‘업무상과실’ 포함 법안 발의…응급의료서도 면책 입증 어려워

최근 의료인의 방어진료를 부추기는 악법에 의료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우선 지난 28일에는 의료행위 중 업무상과실이 발생했을 때 의료면허를 취소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이 발의돼 논란이 됐다.

해당 발의안은 의료인이 의료행위와 관련해 환자를 죽거나 다치게 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 의료행위 중 성폭력범죄를 범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를 의료인 면허취소 사유로 포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면허가 취소된 의료인이 면허를 다시 교부받을 수 있도록 제한하는 기간도 최대 5년으로 늘리도록 했다.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8일 이 같은 내용의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법 상 진료 중 환자에게 성범죄를 저지르거나 업무상 과실로 환자를 사상에 이르게 해 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도 면허를 취소하거나 자격을 정지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다는 것이 윤후덕 의원실 측의 설명이다.  

윤후덕 의원실 관계자는 29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의료행위 중 성폭력범죄를 저지르거나 업무상 과실로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해 형을 선고받은 경우를 의료인 면허의 취소 또는 자격정지 사유로 추가하고 면허가 취소된 의료인에 대한 면허 재교부 제한기간을 연장함으로써 의료인의 불법행위에 대한 제제를 강화하기 위해 이번 법안을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 같은 규제로 인해 의료인들의 소극적‧방어적 진료와 같은 부작용이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4월 대한변호사협회가 주최한 의사의 형사범죄와 면허 규제의 문제점 및 개선방향 심포지엄에서 복지부는 의사면허취소 사유 강화에 대해 여러 가지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충분한 사회적 합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오성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서기관은 “의사는 전문직으로서 다른 전문직과 다르게 환자에 몸에 직접적인 행위를 한다는 점에서 특수성을 갖는다”며 “규제를 강하게 할 경우 위험성이 강한 과목은 애초에 의료인들이 선택하지 않을 우려가 있다. 충분한 고려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의사에 대한 의료행위를 사전에 방지함으로써 얻는 사회적 이득도 있겠지만 위험성이 따르는 진료에 대해 소극적으로 반응하거나 방어적으로 진료하는 부작용도 있을 것”이라며 “이 같이 의료 현장에서 문제가 될 여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의견수렴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을 아꼈다.

의료계의 입장도 다르지 않다.

방상혁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은 “이번 발의안은 의료인들에 대한 진료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처벌을 해서 개선이 될 것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 정말 국민 건강 위한다면 이 같은 규제보다는 의료인들이 적극적으로 진료 할 수 있는 환경 만들어야 줘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규탄했다.

의료인의 면허취소 여부를 다른 전문가 집단과 동일 선상에서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도 나왔다.

기본적으로 의료 행위가 선의를 전제하며 의료라는 특성상 타 직종과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전성훈 서울시의사회 법제이사 (법무법인 한별)

전성훈 서울시의사회 법제이사 (법무법인 한별)는 “의사와 변호사 등의 다른 직종을 같은 선상에서 판단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것”이라며 “변호사의 경우 신뢰가 중요하고 업무상 과실이라는 부분이 의료상황과는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전 법제이사는 “해당 발의안은 환자를 살리기 위한 소극진료 현상을 분명히 야기 시킬 것”이라며 “그럼 일차의료기관은 위험도가 따르는 환자를 모두 대형병원에 전원 시키고 국내 의료전달체계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 의료기관 외 응급의료에서도 방어 진료 촉진?

한편 의료계는 의료기관 내 의료뿐만 아니라 의료기관 외 응급의료에 대한 방어 진료를 부추길 수 있는 법률도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현행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5조의 2(선의의 응급의료에 대한 면책)’에 따르면 응급의료종사자가 아닌 의료인이 응급처치를 제공해 발생한 재산상 손해와 사상에 대해 민·형사적 책임을 면책하기 위해서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 중대한 과실 여부가 사안에 따라 법원에서 달리 판단될 수 있어 의사의 응급의료 행위에 대해 민·형사상 소송이 부당하게 제기될 우려가 있다는 문제제기인 것이다.

의협 측에 따르면 최근 한의원에서 봉침시술을 받고 환자가 아나피락시스 쇼크로 뇌사 상태에 빠지자 같은 층 가정의학과의원 원장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의사는 구급대원이 오기 전까지 에피네프린 투여,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를 시행했으나 유족으로부터 빠른 응급처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9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린 상황이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29일 오후 2시 의협회관 7층 회의실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응급상황에서의 국민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의료인들은 선의의 응급의료에 대해 면책성을 부여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 면책은 응급의료행위에 대한 완전한 면책이 아닌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에 한해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하도록 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선한 사마리아인의 법리가 적용된 현행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의해서도 법적 책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며 “응급환자가 사상에 이를 경우 응급구조활동을 한 의사는 과실이 없음을 입증해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민·형사적 처벌을 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대한의사협회는 29일 오후 2시 의협회관 7층 회의실에서 의료기관외 응급의료에 대한 소송제기 관련 긴급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즉 의료를 제공하는 의료인이 고의가 없을 경우 행위 결과에 대해 반드시 면책을 해주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5조의2, 제63조’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의협 측의 입장이다.

최 회장은 “의료는 기본적으로 선한 의도로 하지만 의료의 특성상 좋은 의도가 꼭 좋은 결과를 담보하지는 않는다”며 “무조건적으로 의사에게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는 지금과 상황이 계속된다면 방어진료가 팽배해 지게 된다. 의협은 해당 사건에 대해 법률적 비용을 지원하는 등 피해 회원과 긴밀한 협조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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