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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시도자 `재활 앞장' 자살공화국 `굴레 탈출'
자살 시도자 `재활 앞장' 자살공화국 `굴레 탈출'
  • 홍미현 기자
  • 승인 2018.08.27 0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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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인터뷰 - 중앙대병원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 김선미 센터장(정신건강의학과) 

`잘 지내지? 바람 참 좋다. 많이 힘들었구나, 힘든 일들 모두 지나가는 바람이라 그냥, 생각해보면 어떨까?. 가장 빛나는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어…' 이 문구는 마포대교 생명의 다리에 적혀있는 글귀의 일부분이다.

대한민국은 지난 20여 년간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기록할 정도로 그 명성이 자자하다. 현재 우리나라 자살률은 하루 평균 36명에 달하고 있으며, 청소년 자살률도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 세계가 대한민국을 `자살공화국'이라 칭할 정도다.

정부는 `대한민국=자살공화국'이라는 인식을 없애기 위해 노력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2013년부터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사업(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을 시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앙대병원이 지난 6월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로 선정됐다. 중앙대병원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의 김선미 센터장을 만나 지역 자살시도자를 위한 관리 및 향후 운영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죽음'이 아닌 `희망'을 선물하고 싶다

우리나라에서는 사회·경제적 스트레스와 만성 신체질환, 우울증 등의 정신장애 등이 자살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우리나라는 하루 평균 36명이 자살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2016년 기준으로 자살자 수가 1만3092명으로, 10만명 당 25.6명이 자살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1년 31.7명과 비교하면 비교적 감소하는 추세다.

반면, 자살 시도자는 2011년 2만1237건에서 2015년 2만6750건으로 증가추세에 있다. 특히 자살시도자들은 자살을 시도한 뒤 장시간이 경과한 후에도 자살을 다시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자살 재시도자의 약 50%는 자실을 시도한지 6개월 이상 지난 시점에서 자살을 다시 시도하고 있고, 자살시도자 10명 중 3명이 자살을 다시 선택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 센터장은 “자살이라는 극단의 선택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나름대로의 안타까운 사연을 가지고 있지만, 이 중 상당수는 조금만 관심을 갖고 지원해 주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특히 “우리나라 자살시도자의 60∼72%, 자살로 인한 사망자의 80%가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그 중 80∼90%는 우울증을 겪고 있지만 우울증을 겪는 환자 대부분이 정신과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 않아 자살률이 증가되고 있다”고 했다.

우울증 치료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함께 치료 기록으로 인한 불이익 등으로 치료를 꺼리고 있어 `자살'이 아닌 `삶의 희망'을 주고 싶어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자살시도자들은 응급실 내원 이후 지속적인 관심과 사후 관리만 제대로 이뤄져도 다시 자살시도를 하지 않는다”며 “중앙대병원 응급실을 찾은 자살시도자들이 다시는 `자살'이라는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고 싶다”고 전했다.

김선미 센터장은 보건복지부가 시행하고 있는 `생명사랑위기센터'에 중앙대병원이 선정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 문을 두드렸다. 그 결과 지난 6월 복지부로부터 `생명사랑위기센터에 지정될 수 있었다.

■자살시도자 `0%' 목표를 향해∼`Go'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는 응급실을 기반으로 응급의학과 정신건강증진센터와 연계해 자살시도자의 자살 재시도 방지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자살시도자들의 정서적 안정 회복과 재활 촉진, 자살 재시도 방지를 위한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김선미 센터장은 “응급실로 내원한 자살시도자 대부분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거부한다”며 “치료에 도움을 주고 싶어도 환자가 꺼려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 지정으로 그의 고민이 어느 정도 해결됐다고 한다.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는 응급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의 의료진과 사례관리팀의 정신보건전문요원이 공동으로 자살시도자의 신체적, 정신적 치료 및 단기(1개월) 사례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응급의학과에서는 응급실에 내원한 자살시도자에 대한 응급처치 및 신체적 안정화를 실시하는 동시에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환자의 정신적 문제에 대한 치료를 담당한다.

이와 함께 사례관리팀은 자살시도자가 의료기관을 퇴원한 뒤 상담, 가정방문 등을 통해 1개월 동안 사례관리를 하고, 지역사회 정신건강증진센터로 연계시키는 역할도 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생명사랑위기센터를 통해 `자살 재시도자'의 감소율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
그는 “최근 복지부가 발표한 `2017년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 사업' 결과를 보면, 사후관리서비스에 동의한 환자 중 사후관리 접촉이 4회까지 진행된 자살 시도자들이 호전되고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들은 대부분 자살계획과 시도에 대한 생각이 감소하는 한편 우울증 등 정신상태도 나아지는 결과를 보였다”며 “자살시도자에 대한 사후관심과 치료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결과”라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특히 “환자 및 보호자가 동의를 해야 이 시스템이 운영이 되지만, 병원의 역할은 자살시도자들에 대한 치료와 사례관리 및 지역사회와 연결해 자살 재시도를 최대한 막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살 사망자보다 자살시도자의 재자살률이 더 높다. 자살시도자들의 자살시도가 반복되는 이유는 사회적 기반이 약하기 때문”이라며 “자살시도자들이 사회에 잘 적응해 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한 만큼 환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아 건강하게 사회에 잘 복귀하도록 해 자살률과 자살시도자 재시도률을 낮추는데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다학제시스템 `구축'…매뉴얼 개발 앞장

김 센터장은 중앙대병원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만의 차별화된 장점으로 `다학제진료 시스템'을 소개했다.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는 응급의학과와 정신건강의학과가 협진하는 구조로 돼 있다.

중앙대병원은 위기대응센터 지정과 함께 `신장내과'와 `외과'도 함께 참여하는 다학제 시스템을 갖췄다. 병원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는 응급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신장내과, 외과 등 4개과 전문의 의료진의 다학제적 접근을 통해 자살 시도자의 신체적 치료 및 정서적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자살시도자들의 자살 방법은 약물 음독이 48.2%로 가장 높고, 다음으로 둔기, 농약음독, 가스중독, 목맴, 투신, 교통수단 순이었다”며 “약물과 독성에 관한 진료체계가 빠른 협조와 효율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장내과 의료진들과의 협진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매뉴얼화 했다”며 “응급실은 모든 질환의 환자가 찾는 곳인 만큼 이번 센터 지정과 함께 신장내과는 물론 모든 진료파트와 유기적인 치료가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센터 지정과 진료 매뉴얼 구축으로 병원 의료진들이 `자살환자'를 대하는 개념과 치료에 대해 적극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응급의학과와 정신건강의학과 이외 타 진료과의 경우 자살시도자에 대한 접근에 있어 두려움과 부담감이 있다”며 “이들은 자살자 및 자살시도자에 대해 최소한의 처치 정도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센터 지정으로 타 진료과와 환자에 대한 자문을 유기적으로 구하면서 자살시도자를 진료하는데 모든 진료과가 합심해 노력해 나갈 수 있는 구심점이 생기게 됐다”며 “향후 약물 이외 손목(정형외과), 일산화탄소(호흡기내과), 낙상(신경외과) 등 약물 외 자살시도에 맞는 진료시스템을 활성화하고 치료 매뉴얼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센터장은 환자 사례 관리를 위한 방안으로 `어플리케이션'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 그는 “자살시도자들에게는 병원 방문은 물론, 자주 연락하는 것도 부담이 될 수 있다보니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환자를 관리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환자 기분부터 검사 후 상태, 다양한 스케줄 관리 등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환자와의 관계를 유지해 진료를 원활히 할 수 있도록 IT 기반으로 활성화 할 예정”이라고 했다.

■사후관리, `선택' 아닌 `의무'

김 센터장은 `생명사랑위기센터'를 통해 자살시도자들이 사례관리 제도를 `선택'이 아닌 `의무'로 인식해 `자살재시도'를 예방할 수 있길 바란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생명사랑위기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례관리 제도는 환자 및 보호자가 동의를 하지 않으면 적용할 수 없다”며 “관리 대상자 모두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호소했다.

특히 “환자와 가족들에게 `자살'이라는 이력이 부담감으로 다가오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이는 결국 환자를 다시 어둠의 길로 안내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며 “모든 환자들이 더 이상 `자살'이라는 틀 안에 갇혀 충동적인 행동을 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현재 생명사랑위기센터를 갖춘 의료기관이 51곳인데, 자살시도자들이 센터가 갖춰져 있지 않는 의료기관으로 이송될 경우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향후 센터가 더 확대되겠지만, 우리병원으로 이송된 자살시도자들이 다시 자살 시도를 할 수 없도록 최선을 다해 보살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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