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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최대집 회장과 은인자중(隱忍自重)
[기자수첩] 최대집 회장과 은인자중(隱忍自重)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8.08.20 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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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당선 초창기 ‘기필코 의료를 멈춰 의료를 살리겠다’는 다짐과 달리 ‘얌전한 고양이가 된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입을 열었다. 

최근 들어 최 회장의 언론 노출이 줄어들고 후보시절부터 강조했던 문재인 케어 저지도 눈에 띄는 성과가 보이지 않자 일각에서 최대집 회장이 취임 100일 만에 힘이 빠진 것 아니냐는 추측부터 시작해 뜻대로 문 케어 저지가 진행되지 않자 언론 노출을 일부러 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어 왔다.

이에 대한 최 회장의 발언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드러내야할 때와 감출 때를 알아야 한다’로 요약할 수 있다.

즉 많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단번에 일을 추진해야할 때가 있고 말과 행동 하나하나를 조심하며 조용하고 순차적으로 일을 처리해야할 때가 있다는 말이다.

최대집 회장은 지난 8일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 자리에서 “복지부를 상대하고 유관 정부 기관 단체들과 관계를 맺어야 하는 수많은 회의들이 있다. 최근에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새로 구성돼 국회와도 상시적인 대화창구 열어둬야 하는 상황”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13만 의사들의 대표로서 이들과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것이 상당히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을 알게 됐고 의도적으로 6월, 7월 언론 노출을 줄였다. 정부 및 유관단체들과의 대화 창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회장으로서의 안정감을 유지할 필요가 있었다”고 그간의 생각을 털어놨다.

아울러 “주요 사안에 대한 나의 말과 행동이 관련 유관 기관 및 단체, 언론에 큰 영향을 끼치고 그 영향이 나로 끝나는 것이 아닌 13만 회원의 권익에 까지 상당한 파급력이 있다는 점을 회무를 진행하며 느꼈다”고 전했다.

사실 강력한 투쟁을 강조하고 강한 언행으로 주목 받아온 지금까지의 최 회장의 행보를 생각한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다.

그러나 110년 역사를 지닌 국내 의료 전문가 단체의 수장으로서 최 회장이 지금껏 느꼈을 무게감을 생각해 보면 이번 발언이 어느 정도 수긍이 가기도 한다.

때문에 최 회장의 이번 발언은 겉으로 드러내지 않더라도 자신의 도리를 신중하게 깨달아 가는 은인자중(隱忍自重)의 자세를 통해 의협 회장이라는 자리에 걸맞게 회무를 추진하겠다는 그의 새로운 출사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같은 날 최 회장은 “의협은 사단법인임과 동시에 법정단체이기 때문에 거의 공공기관 중앙부처에 가까울 정도로 많은 정관과 규정에 의해 사안을 처리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회무의 투명성이 있기도 하지만 회무 추진이 생각처럼 빠르게 진행되지 않을 때도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중요한 점은 빨리 가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일일수록 책임감을 갖고 신중을 기해야 하는 법이다.

명필로 분류되는 작가들도 아무리 짧은 글을 쓰더라도 기본적인 기승전결을 따르며 문장 구성에 있어서도 서론-본론-결론을 존중한다. 

다른 명칭으로 기승전락 또는 기승전합이라고도 하는데 이 네 구의 교묘한 구성으로 한 편의 절구를 만드는 방법이 문장 구성에서 있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그간 강한 이미지로 비춰졌다는 점에서 단기간에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기 위해 조급하게 일을 추진하고 자극적인 언행을 반복하기 보다는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회무를 추진함이 바람직해 보인다.

기승전이 있어야 빛나는 ‘결’이 있기 때문이다.

최대집 회장이 남은 임기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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