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의무, 뭣이 중헌디?
설명의무, 뭣이 중헌디?
  • 의사신문
  • 승인 2018.08.20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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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변호사의 친절한 법률 이야기' 〈7〉
전 성 훈 서울시의사회 법제이사법무법인(유한) 한별

영화 곡성(哭聲)을 기억하는가? 같은 발음인 전남 곡성(谷城)을 그 장소적 배경으로 한 공포영화로, 훌륭한 내러티브와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를 바탕으로 700만 관객을 동원하였다.

예전에 전남 곡성이 실제 고향인 형님을 알고 지냈는데, 그 분은 자신의 고향이 너무 외진 곳이라 고향에 있으면 밤에 어디선가 곡하는 소리(哭聲)가 들리는 것 같다고 농담을 하곤 했다. 영화 곡성이 나오기 20년 전에 말이다. 혹시 그 분이 이 영화에 모티브를 제공했을까?

영화를 본 후에 많은 대사들 중에서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헌지도 모르고!”라는 대사가 귀에 콕 박혔다. 크게는 지금까지의 인생을, 작게는 진행 중인 업무를 되돌아보게 하는 말이 아닌가. 이후로 업무가 폭증할 때마다 혼자서 되뇌는 버릇이 생겼다.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헌디…

의사에게 가장 `중헌' 일은 두 말 할 필요도 없이 의사로서 환자를 치료하여 상태를 개선시키는 것이다. 이 `중헌' 일만을 챙기기에도 정신이 없는데, 의사에게 챙길 것을 요구하는 것들은 점점 늘어난다. 그 중 하나가 설명의무이다.

설명의무, 물론 진료하면서 일정한 내용은 당연히 설명을 한다. 그런데 어느 정도까지 설명하면 되는 것인지, 어느 범위까지 설명하면 되는 것인지 정확히 알 수도 없고, 심지어는 제대로 설명을 안 하면 소송을 당한다니, 의사에게는 참 신경쓰이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인체를 다루는 의료행위의 본질을 고려하여 의료사고 발생시에 의사의 책임을 제한할 수 있다'는 책임제한의 법리가 있다. 의사들은 이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러한 법리가 도입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오히려 설명의무의 법리가 그보다 이전에 도입되었다. 이렇게 설명의무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니, 곧 없어지지도 않을 것이다. 따라서 번거롭더라도 설명의무에 대하여 잘 알아 놓을 필요가 있다. 이 일 역시 `중헌' 일이다.

첫째 설명의무란 무엇인가? 통상적으로 `의사가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 환자에게 질병의 증상과 원인, 진료 필요성, 진료방법, 진료에 따르는 위험, 예후 등을 설명하여야 할 의무'를 말한다. 보험회사, 투신사, 증권회사, 부동산중개인, 변호사 등 전문적 지식의 비대칭성이 인정되는 다른 전문분야에서도 폭넓게 인정된다.

그동안 대법원 판례에 의하여 인정되던 내용들 중 일부를 2016년 의료법에 흡수하여 법적 의무로 명문화하였고, 이 때 위반시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신설되었다. 화가 날 수도 있겠지만, 의료법 최초 개정안에는 1년 이하의 징역과 1년 이하의 자격정지가 규정되어 있던 것을 의료계에서 강력 반발하여 과태료로 수정입법된 것이다. 이쯤 되면 분노보다는 허탈한 웃음이 걸맞을 것 같다. `설명을 대충했는데, 네가 의사라면, 감옥 갈 수 있다'는 법이 입법될 뻔했으니 말이다.

둘째 누가 설명하여야 하는가? 당연히 의사다. 실무적으로 의사가 중요한 내용만을 설명하고, 뒤이어 간호조무사, 코디네이터 같은 직원이 추가적으로 자세한 설명을 하고 동의서에 서명을 받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엄격하게 해석하면 의료법 위반의 소지가 있으니 주의하여야 한다. 또한 대법원은, 설명의무의 주체는 원칙적으로 당해 처치의사이지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처치의사가 아닌 주치의 또는 다른 의사를 통한 설명으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셋째 어느 경우에 설명하여야 하는가? ①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② 수술, 수혈, 전신마취(이하 “수술등”이라 한다)를 하는 경우이다.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없다면 당연히 설명의무가 없다. 또한 설명하느라 수술등이 지체되면 환자의 생명이 위험해지거나 심신상 중대한 장애를 가져오는 경우에는 설명할 필요가 없다. 너무 당연하다.

그러면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수술이 아닌) 검사, 진찰, 투약, 시술 등은 어떤가? 의료법 최초 개정안에는 `진료'라고 규정되어 이것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지만,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의료계의 거센 반발로 인하여 입법과정에서 삭제되었다. 그러면 이러한 경우들에서는 전혀 설명할 의무가 없는가? 만약 이러한 경우들에서 의사가 설명하지 않았고 그로 인하여 악결과가 발생한다면,(의료법에 신설된 과태료 300만 원의 처벌은 받지 않겠지만) 기존의 대법원 판례에 따라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도 있으니 주의하여야 한다.

넷째 무엇을 설명하고 동의받아야 하는가? ① 환자에게 발생하거나 발생 가능한 증상의 진단명, ② 수술등의 필요성, 방법 및 내용, ③ 환자에게 설명을 하는 의사 및 수술등에 참여하는 주된 의사의 성명, ④ 수술등에 따라 전형적으로 발생이 예상되는 후유증 또는 부작용(예상하기 힘든 드문 후유증 또는 부작용까지 설명할 필요는 없다), ⑤ 수술등 전후의 환자 준수사항이다. 또한 위 ②, ③이 변경된 경우 변경사유, 변경내용을 환자에게 서면으로 알려야 한다.

다섯째 언제 설명하여야 하는가? 당연히 수술 등 이전이다. 또한 중대한 신체 침해일수록 환자가 충분한 숙고할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미리 설명하여야 한다. 두개골절개에 의한 뇌종양제거수술에 대한 설명을 수술 전날 밤 9시에 하였다가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된 사례도 있다. 물론 응급환자 같은 경우에는 예외가 인정된다.

마지막으로 이것들은 기억하여야 한다. 동의서에는 “해당 환자의 서명 또는 기명날인”이 있어야 한다(보호자 등에게 대신 서명받으면 안 된다). 동의서는 환자로부터 동의받은 날(또는 알린 날)로부터 2년만 보관하면 된다. 또한 환자가 의료기록사본처럼 위 동의서 사본의 발급을 요청하는 경우 정당한 사유가 없다면 거부할 수 없다.

좋은 방법은, 동의서 말미에 서명만을 받지 말고,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한 후 동의를 받은 것임을 보여주기 위하여 동의서에 밑줄을 긋거나 직접 써가면서 설명하는 것이다. 더 좋은 방법은, 은행·보험사의 동의서처럼 환자에게 동의서의 중요 부분들(예를 들어 `설명을 들었고', `이해하였고', `동의합니다.' 같은 부분들)을 직접 수기로 쓰게 하는 것이다. 설명하는 과정 전체를 녹음하여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의사가 설명하면서 환자에게 알리지 않고 녹음하여도 아무 문제없다.

의술의 본질상 환자와 의사간의 신뢰는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중요하다. 진료에 바쁘고 챙겨야 할 일들이 너무 많겠지만, 잘 설명하는 것도 `중헌' 일임을 잊지 말자. 과태료 따위를 생각할 필요도 없이, `라뽀'의 중요함을 잘 알고 있는 의사 `선생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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