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7:56 (금)
"한국의사 투쟁, 다시 시작"
"한국의사 투쟁, 다시 시작"
  • 김기원 기자
  • 승인 2010.06.20 19: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 의사들이 의약분업으로 촉발됐던 의권투쟁 10주년을 맞아 ‘잘못된 의약분업의 재평가’ 촉구 등 투쟁을 다시 시작, 귀추가 주목된다.

의권쟁취투쟁(이하 의쟁투)은 지난 2000년 정부의 의약분업 강행을 저지하고 의권 침해에 저항하기 위해 시작, 전국 규모 집회와 파업이 끊이지 않았던 사상 유래가 없던 의사들의 집단 투쟁이자 의료역사다.

대한의사협회(회장 경만호)는 의쟁투 발족 10년을 맞아 지난 19일 의협 동아홀에서 의쟁투 당시 활약했던 인사들을 초청, 간담회를 개최하고 잘못된 정부정책에 맞서 싸웠던 의쟁투 정신과 업적을 재조명했다. 이와함께 한국의사들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향후 비전을 적극 모색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의협 집행부를 비롯 지난 2000년 의쟁투에 앞장섰던 최덕종 전 의쟁투 위원장 직무대리와 1~5기 의쟁투 중앙위원으로 활동했던 지역·직역대표자와 의협 홈페이지 플라자상에서 활약한 논객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특히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의사들은 의료제도 및 정책 개선을 위해 의쟁투를 잇는 새로운 투쟁체를 신설하고 투쟁과 협상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겠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의협은 결의문에서 ▲건강보험재정 파탄의 주범인 의약분업 재평가를 즉각 시행할 것과 ▲약제비 인하, 국고보조금 확충지원, 공단의 구조조정 등 건강보험재정 안정을 위한 대책 조속 시행 ▲교과서적 적정진료를 할 수 있도록 수가체계와 보험제도 전면 개편 ▲원격의료와 건강관리서비스 입법 원천적 반대 등을 요구했다.

이에 앞서 최덕종 전 의쟁투 위원장 직무대리는 ‘2000년 대투쟁이 한국사회에 의료계에 미친 영향 및 성과와 한계’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가뜩이나 저수가 체제로 의료현실이 어려운 와중에 의약분업 전면실시로 인해 의사 생존권이 박탈당하고 권위와 자존심 마저 추락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며 “의사들의 정당한 주장을 그 누구도 들어주려 하지 않는 상황에서 극단적인 투쟁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의쟁투의 탄생배경과 필연성을 강조했다.

특히 최 전 위원장 직무대리는 “의사 대투쟁을 통해 의료문제를 정치문제화 했다”고 의미부여하고 “의료계에 대한 배려나 의지가 부족했던 정치현실, 의료재정을 비생산적인 요소로 간주해온 경제관료들의 후진적 마인드, 의료에 대한 투자를 가능한 억제해온 정부방침 등 일련의 정책들이 필연적으로 의사 대투쟁을 야기했다”고 해석했다.

최 전 위원장 직무대리는 “의료계의 처절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의약분업을 강행했으나 10년이 지난 지금, 당초 정부의 예상과는 딴판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정부당국에 대해 의약분업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등 개선대책을 촉구했다.

최 전 위원장 직무대리가 지적한 의약분업의 악결과 초래는 ▲의약품 오남용 방지효과는 미미하고 ▲건강보험재정은 파탄 지경이며,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로 인한 국민부담 가중, ▲약사의 불법진료행위 만연, ▲의료환경 황폐화로 인한 부작용 초래 등 이다.

초청 의쟁투 위원들은 자유발언을 통해 의쟁투의 의미를 되새기는 동시에 강한 투쟁의지를 내비쳤다.

이들은 각기“의쟁투 당시 의사 입장과 의쟁투 정신을 대외에 적극 홍보했어야 했는데 미흡하고 아쉬웠다”(부산 서진근 위원), “의약분업 강행의 원인을 제공한 김용익 서울의대 교수에 대해 회원 제명을 제안한다”(경남 박양동 위원), “제2의 의쟁투를 재건해 지역별로 활성화하고 정치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자”(울산 한상학 위원), “현안에 대해 의협 안에서 끝장토론이라도 해서 내부의 일을 밖으로 가져가지 말자, 의쟁투를 잘 모르는 의료계 젊은 세대들에게 제대로 알리자”(대구 김완섭 위원), “의쟁투를 재건하고 의쟁투 역사를 정밀하게 기록하자”(서울 김방철 위원), “노력과 수고에 비해 얻은 게 적었던 의쟁투에 대해 평가하고 관련 사이트 및 백서를 만들자”(광주 장경석 위원), “의쟁투 정신이 흐지부지되지 않고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서로 격려하고 견인하자”(서울 이용민 위원) 라고 말했다.

의쟁투 중앙위원 및 ‘국민건강을 위한 의약분업 연구모임’ 회장을 역임했던 송수식 원장(송신경정신과)은 환영사에서 “10년 전 의약분업 시행 이후 약사 조제권, 건강보험 방만운영, 저수가 등으로 의료계 현실은 참담하기만 하다”며 “의사들의 치욕과 수모를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순 없으며 지금이라도 진정한 의권 쟁취를 위해 단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행사와 관련, 경만호 의협 회장은 “의약분업 평가에 대해 지속적으로 요구한 끝에 다행히도 지난 9일 의-정간 대화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건강보험과 의약분업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약속한 바 있다”며 “의쟁투 때의 열정과 노력을 되살려 의사들이 하나로 뭉쳐 의료환경 개선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의협은 이날 행사에서 투옥 인사 1호인 김광훈 대구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에게 공로패를 전달했다. 김기원 기자









<2000의쟁투 10주년 기념식 결의문>

2000년 의권쟁취투쟁 당시 개인적 희생을 감내하고 온 몸을 내던져 투혼을 불살랐던 의약분업 저지 투쟁은 결코 헛된 일이 아니었으며, 잘못된 의약분업의 결과가 이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강제 의약분업 시행 10년이 지난 지금, 의약분업은 의료계가 우려했듯이 국민 건강에 위해를 끼치고 막대한 사회적 경제적 부담을 초래하고 있으며, 당국의 무분별한 저가약 대체조제 조장과 일부 약사들의 임의조제로 국민들은 여전히 약물의 오남용에 노출돼 있고, 조제료 신설과 약가정책 실패, 공단의 공룡화와 방만한 운영으로 보험재정은 파탄에 이르렀으며, 의사의 처방권은 여지없이 훼손되고 말았다.

고령사회 진입으로 의료수요는 급증하고, 신의료기술 발달은 진단 및 진료 총량을 증가시켰으나, 정부는 국고보조나 건강보험료의 적절한 인상 등 재정확보는 애써 외면해 오고 있다. 원가대비 7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가를 현실화하기는커녕 보장성 강화 정책을 확장하고 오로지 의사들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저수가 고효율 건강보험제도의 유지에만 급급하고 있다.

더구나 의료계는 원격의료나 건강관리서비스 관련 입법이 가시화됨으로써 일차의료기관의 몰락과 의료전달체계의 붕괴 등 제2의 의약분업 사태에 버금가는 폭풍전야에 돌입하고 있다.

이곳에 모인 2000의쟁투 기념식 참가자 일동은 참담한 오늘의 의료계 현실을 직시하며 10년 전 미완의 투쟁을 거울삼아, 과거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앞장섰던 선도자의 대회원 사과를 시작으로 꺼져가는 의료인의 자긍심을 일깨우고, 올바른 의료제도를 이룩함으로써 도탄에 빠진 회원들의 생존권을 되찾고 국민건강 파수꾼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것을 다짐하며 우리의 결의를 밝힌다.

다 음

1. 건강보험재정 파탄의 주범인 의약분업의 재평가를 즉각 시행하라.

1. 약제비 인하, 국고보조금 확충지원, 공단의 구조조정 등 건강보험재정 안정을 위한 대책을 즉각 시행하라.

1. 교과서적 적정진료를 할 수 있도록 수가체계와 보험제도를 전면 개편하라.

1. 원격의료와 건강관리서비스 입법을 원천적으로 반대한다.

이상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하여 새로운 투쟁체를 신설하고 투쟁과 협상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여 필생즉사의 각오로 임하고자 한다.

2010. 6. 19. 2000의쟁투 10주년 기념식 참석자 일동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