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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교향곡 제38번 D장조, 작품번호 504 〈프라하〉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교향곡 제38번 D장조, 작품번호 504 〈프라하〉 
  • 의사신문
  • 승인 2018.08.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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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446〉 

■모차르트에 열광하는 프라하 청중들에게 바쳐진 헌사
1787년 1월 무렵 프라하에서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이 연일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었다. 당시 그가 누군가에게 쓴 편지의 일부이다. “여기 프라하에서는 오로지 피가로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네. 그들이 연주하는 곡도 노래 부르는 곡도 휘파람 부는 곡도 오직 피가로뿐이지. 피가로만큼 사람들 마음을 잡아끄는 오페라는 없다네. 오로지, 온통 `피가로'라구! 나에게는 크나큰 영광이 아닐 수 없지.” 프라하 청중들이 자신의 음악을 진심으로 환영하고 즐기는 것을 보면서 오히려 빈의 청중들보다도 자신의 작품을 더 잘 이해해준다고 느꼈다. 교향곡 제38번은 그런 프라하 청중들에게 바쳐진 헌사였다. 하지만 원래 이 교향곡이 프라하 청중을 위해서 작곡된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가 〈프라하〉 교향곡을 쓴 것은 프라하 방문전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 목록'에 이 교향곡이 기입된 것도 1786년 12월 6일이었던 반면, 그가 프라하에 도착한 것은 1787년 1월 11일이었다. 프라하에서 〈피가로의 결혼〉이 대성공을 거두자 툰 백작이 그를 초청하였고 마침 도착한 날 이 오페라 공연에서 청중들로부터 열광적인 갈채를 받았다. 얼마 후 1월 22일 공연에서는 직접 지휘봉을 들기도 했다.  그가 빈으로 돌아갈 땐 프라하극장 감독인 본디니가 새로운 오페라를 주문했는데, 바로 그의 마지막 오페라가 된 〈돈 조반니〉였다.

프라하에서 그는 스스로 연주회를 열어 자신의 다른 작품들을 청중들에게 들려주기도 했다. 1월 19일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그랜드콘서트에서는 피아노 연주와 함께 신작 교향곡도 선보였다. 당시 그의 음악과 연주에 매료된 프라하 청중들의 모습을 작곡가 프란츠 니메체크는 이렇게 술회하였다. “극장이 그렇게 꽉 들어찬 경우를 본 적이 없었다. 그의 신성한 연주에 고무된 청중들의 열광보다 더 강력하고 한결같은 것도 본 적이 없었다. 사실상 우리는 진정 감탄해야 할 것이 그의 탁월한 작품인지, 아니면 그의 탁월한 연주인지 알 수 없었다.” 그날 공연되었던 교향곡이 바로 〈프라하〉 교향곡이었다. 프라하 청중들은 제3악장에 사용된 주제 첫 부분이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제2막에서 수잔나와 케루비노가 부르는 이중창의 선율과 일치하고, 제1악장의 제1주제에도 역시 이 오페라에서 사용된 동기들이 나타면서 더 즐거워하였다. 그런 배경으로 모차르트 사후 프라하의 한 신문은 이 교향곡이 프라하 청중들의 호응에 대한 답례로 작곡되었다고 하였다.

모차르트의 작곡 기법은 교향곡 제36번이래 많은 변화와 발전이 있었다. 특히 빈에서 유행했던 `하르모니무지크(관악앙상블 음악)'의 영향을 받아 관악기법이 더욱 다채롭고 풍부해졌으며, 바흐와 헨델 음악을 연구하면서 나름 체득한 반음계와 대위법이 본격화되었다. 이 교향곡에는 그의 완숙한 면모가 온전히 반영된 모습들이 선명하게 부각되어 있다. 그 결과 비로소 이전 교향곡이 도달한 적 없는 깊이와 높이에 이르게 되었고 독자적인 가치와 완성도를 지닌 예술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그의 마지막 시기 작품인 교향곡 제35번에서 제41번까지와 하이든의 `런던 교향곡' 시리즈, 그리고 베토벤과 슈베르트에 이르기까지 고전주의 교향곡들 중 유일하게 이 작품만이 미뉴에트 악장이 생략된 3악장 구성으로`미뉴에트 악장이 없는 교향곡'이라 불리기도 했다.

△제1악장 Adagio - Allegro 장대하고 화려한 아다지오 서주 후 당당하게 울리며 출발하는 드라마틱하면서도 자유분방한 선율, 그리고 변화무쌍한 변조는 오페라 〈돈 조반니〉를 연상시킨다. 알레그로의 주제는 활기찬 제1주제와 유려한 제2주제를 중심으로 진행되며,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을 연상시키는 쾌활함과 유연함, 그리고 대위법적인 풍성함을 지니고 있다.

△제2악장 Andante 이 악장에서는 트럼펫과 팀파니가 침묵한다. 여기에서도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의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전편에 흐르는 따스한 기운에서는 목가적 평화를, 중간에 부각되는 강렬한 울림에서는 비극적 격정을 떠올리게 된다. 얼핏 단조로워 보이지만 정서적 깊이와 음악적 아이디어를 겸비하면서 보다 차분하고 세밀하게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제3악장 Finale; Presto 오페라 부파적인 경쾌함과 아기자기함으로 가득하다.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의 `수잔나와 케루비노의 주제'로 출발하며, 장쾌한 울림과 쾌적한 흐름 속에서 목관악기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모차르트 교향곡 전곡 가운데 길이가 가장 짧은 악장이다.

■들을 만한 음반
△브루노 발터(지휘), 컬럼비아 심포니 오케스트라(CBS, 1959) △칼 뵘(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G, 1959) △크리스토퍼 호그우드(지휘), 고음악 아카데미 실내앙상블(L'oiseau-Lyre, 1981) △요제프 크립스(지휘), 암스테르담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Decca, 1972) △프란츠 브뤼헨(지휘), 18세기 오케스트라(Philips, 1988) △톤 쿠프만(지휘), 암스테르담 바로크 오케스트라(Erato,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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