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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남지 연꽃과 부소산 솔향에 `백제'의 품 속으로
궁남지 연꽃과 부소산 솔향에 `백제'의 품 속으로
  • 의사신문
  • 승인 2018.08.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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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교수의 걷기 예찬 〈34〉 `부여 사비길'

700여 년 역사의 백제는 한성(서울), 웅진(공주), 사비(부여)로 도읍지를 옮긴다. 마지막 도읍지였던 부여는 강성해진 백제가 찬란하고 화려한 문화를 꽃피웠던 곳이다. 부여와 함께 공주, 익산에 있는 백제역사유적지구는 2015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으며 사비길은 이들을 둘러볼 수 있는 길로 사랑을 받고 있다.

■아름다운 연꽃과 수련들의 향연이 어우러진 길
이름 그대로 궁궐의 남쪽에 있는 커다란 연못인 궁남지에는 화려한 연꽃들로 가득하다. 세상 속 더러움에 물들지 아니하고 아름다움을 간직하며 산다는 연꽃은 불교를 상징하는 꽃이다. 연꽃은 7, 8월 무더위와 함께 만개하는 꽃으로 이들을 보기 위해 걷기도 앞당겼다. 이른 아침에 도착하였는데도 벌써 출사를 나온 사진작가들이 여럿이다. 큰 빅토리아 연잎 위에 청둥오리의 도도한 모습은 모델로서 벌써 여러 번 해본 솜씨다.

아침 햇살 아래 만개한 붉은 홍련들과 초록 연잎들의 조화가 너무 환상적이다. 모두들 연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느라 정신없다. 연꽃 군락 사이로 만들어진 길을 따라가니 시원한 분수대가 우리를 부른다. 드넓은 연못 중앙의 멋들어진 정자에 푸른 하늘과 물빛의 풍경은 한 폭의 수채화다. 호숫가 한편에는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며 열심히 그네를 타는 여인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연꽃 군락 사이로 만들어진 나무데크를 따라 걸어가 보니 하얀 백련들이 저마다 자태를 자랑하며 늘어서 있다.

연꽃길을 따라 천천히 걷고 있노라면 어디선가 나타난 개구리들이 연못으로 줄달음을 친다. 하늘에는 잠자리들이 맴돌고 꽃에는 꿀벌들이 바삐 움직인다. 또 다른 연못에는 형형색색의 수련들이 연못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커다란 잎을 가진 가시연꽃은 아프지도 않은 듯 자기 잎을 뚫고 얼굴을 내민다. 보랏빛 가시연꽃 사이로 쇠물닭 가족들이 나들이가 한창이다. 넓은 연잎 위로 까만 병아리들의 아장아장 발걸음이 너무 귀엽고 재미있다. 

■백제의 고귀한 숨결과 향기가 가득한 아름다운 숲길
부소산은 해발 106m 밖에 안되는 나지막한 산이지만 백마강 옆에 동쪽과 북쪽으로 두 봉우리를 가진 부여의 진산이다. 길이 2.5km 정도의 부소산성은 평소에는 백제 도성의 후원으로, 전쟁 시에는 최후의 방어성으로 사용했던 사비백제시대의 대표적 산성이다. 소나무와 참나무로 우거진 부소산성 숲은 2002년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22세기를 위해 보전해야 할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되었다. 

부소산성 길에서 제일 먼저 만나는 삼충사는 백제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세 충신을 모신 사당이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계백장군의 기개 당당한 모습이 존경스럽고 멋있다. 곡식을 보관했던 군창지를 둘러보고 태자숲길로 향한다. 옛 백제 왕자들의 산책로로 가볍게 편한 맘으로 걷기에 아주 좋은 숲길이다. 솔향 가득한 맑은 공기를 마시며 푸른 숲길을 천천히 걷노라니 이곳이 바로 낙원이다.

백제 멸망의 슬픈 역사 속 주인공들인 3천 궁녀들을 기리는 궁녀사를 가는 오솔길에는 초록 이끼들이 가득하다. 부소산에서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하여 주변의 멋진 풍광을 즐길 수 있는 사자루를 보고 낙화암으로 향한다. 소풍을 나온 다람쥐 녀석이 사람 눈을 속일 듯 숨바꼭질 하면서 나란히 간다. 3천 궁녀가 몸을 던져 꽃처럼 떨어져 죽었다는 낙화암에 다다르니 아름다워야 할 푸른 하늘과 뭉게구름의 풍광이 서글프다. 3시간여의 걷기일정을 마치고 시원한 정림사지 박물관의 관람으로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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