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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유철웅 교수
고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유철웅 교수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8.08.08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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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최초 수술 후 승모판협착증에 경피적판막치환술 성공

국내 최초로 수술 후 발생한 승모판 협착증 환자에 대한 판막이식이 수술 없이 성공해 더 많은 환자들에게 새 생명을 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쾌거의 주인공은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유철웅 교수팀(정한샘 교수, 주형준 교수, 심재민 교수, 박성미 교수, 유철웅 교수).

유철웅 교수(사진)는 최근 의사신문과 만나 “경피적 승모판막 이식술이 국내에서 이뤄진 적은 있었지만 모두 승모판 역류증 환자였고, 승모판 협착증 환자를 대상으로 시술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번 시술 성공으로 대동맥 판막 협착증뿐만 아니라 대동맥 판막 역류증, 승모판막 역류증, 승모판막 협착증 모두에 경피적 시술이 가능함을 입증했다”고 이번 성과의 의의를 전했다.

경피적 승모판막 이식술(TMVI 또는 TMVR)은 가느다란 도관을 이용해 대퇴정맥을 통해 심장의 우심방으로 접근하고 심방중격에 인공적인 구멍을 뚫어 이를 통해 인공 판막을 진행시켜 승모판에 넣는 시술을 말한다. 매우 복잡하고 정교한 시술 기법이 필요해 세계에서도 성공 사례가 극히 드물며 국내에서는 아직 도입단계인 최신치료법이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단 두 번 성공했을 뿐이며 그 중 한 예가 유철웅 교수팀에 의한 것이었고 모두 수술적 승모판막 치환술을 받은 환자에서 발생한 승모판막 역류증에 대한 치료였다.

경피적 판막 치환시술은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를 대상으로 널리 쓰이는 치료법이지만, 승모판막 질환 같은 경우에는 매우 제한적인 경우에만 시술이 가능하다. 특히 승모판막 협착증은 승모판막 역류증에 비해 시술하기가 더 어렵다.

승모판 판막이식은 현재까지는 가슴을 여는 수술적 치료가 표준치료다. 그러나 고위험환자의 판막에 기능이상이 발생했을 때는 손을 쓸 수 없어 생명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수술 위험도를 측정하는 STS점수(수술 후 30일 내 사망가능성)가 8% 이상이면 고위험으로 분류하며 이 경우 수술에 대한 부담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이번 시술을 통해 새 생명을 얻은 환자는 81세 고령으로, 2010년 중증 승모판협착증으로 인해 승모판막 치환수술을 받았지만 수술 후에도 승모판협착증이 진행돼 결국 중증 승모판막 협착증에 폐고혈압까지 동반됐다. 2017년 경피적 승모 판막 풍선확장술을 받았으나 이후에도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호흡곤란이 진행됐고, 숨이 차서 도저히 잠을 잘 수 없을 정도에 이르러 전신쇠약으로 컨디션은 날이 갈수록 악화됐다.

약물로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손을 쓰지 않으면 당장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환자의 저조한 컨디션, 기존 개흉수술 경험, 고령의 나이 등 위험요소들이 얽혀 있어 재수술도 위험한 상황이었다.

첩접산중의 위기 속에 유 교수팀은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국내에서 단 한 번도 시도되지 않은 승모판막 협착증에 대한 경피적 승모판막 치환술을 통해 인공판막을 삽입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물론 지난한 설득과정을 통해 생명윤리위원회(IRB) 심의를 통과했고, 환자와 가족에게 충분한 설명을 통한 동의도 얻은 후에 이루어졌다. 고난이도 수술에 있어 이제는 필수적이라 할 수 있는 흉부외과, 마취통증의학과, 영상의학과 등의 전문의도 함께한 다학제 진료가 있었기에 가능하기도 했다.

많은 이들의 초조와 기대 속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이루어진 본 시술은 결국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환자의 승모판막 협착증은 현재 완전히 교정돼 건강을 회복하고 있는 중이다.

유철웅 교수는 “경피적 판막 치환술은 개흉수술로 인한 여러 합병증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환자의 회복 및 일상생활로의 복귀도 훨씬 빠르게 돕고, 병원 입원기간 단축과 추후 재발 시 재시술에도 용이하다”며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이루어졌지만 해외 선진국에서는 임상경험이 있는 치료법이기 때문에 이번 시술 성공을 계기로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적응증을 넓혀 그동안 수술위험도가 높아 생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많은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유 교수는 “시술 비용이 고비용이기 때문에 저소득층의 경우 선뜻 시술받기로 결정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내며 “앞으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겠지만 의사 입장에서는 현재 20%밖에 되지 않는 국내 건강보험 적용범위를 확대함으로써 치료를 통해 당장 눈앞에서 꺼져가는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현재 유럽이나 캐나다에서는 100% 급여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유 교수는 현재 20%에 불과한 건강보험 적용률을 50%까지 높이는 방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복지부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한편, 유철웅 교수팀은 이번 시술뿐 아니라, 카바 수술 후 발생한 중증 대동맥판막 역류증에 대한 경피적 대동맥 판막치환술을 국내 최초로 성공했고, 중증 승모판막 역류증에 대한 경피적 승모판막 치환술을 국내에서 두 번째로 성공했으며, 국내 최초로 중증 승모판막 협착증에 대한 경피적 승모판막 치환술을 성공하는 등 경피적 판막치환술에서 독보적인 행보를 보이며 국내외의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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