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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를 향한 정부의 '사랑'…죽지 않을 만큼만 '목을 조여라'쏟아지는 의료 관련 법·제도, “의료계 시름시름 죽어간다”
홍미현 기자 | 승인 2018.08.07 06:55

지금 의료계는 국회가 쏟아내는 의료 관련 법안과 정부의 각종 규제 및 정책으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 발표되는 법과 규제에 의료계는 숨이 턱턱 막히는 실정이다. 이에 진료실에서 환자의 건강을 책임져야 하는 의사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 4월 서울시의사회 새 집행부가 출범한 이후에도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나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 금지, 의료분쟁조정법 등 새로운 규제를 위한 법령이 쏟아지고 있다. 의료계 여기저기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의원급까지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 소방시설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지난 1월 밀양 세종병원 사건을 계기로 정부와 국회가 앞다퉈 소방설비 기준 강화에 나선 가운데 최근 소방청은 입원실이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에까지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기 위한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소방시설법 시행령 개정안은 30병상 이상의 입원실을 갖춘 중소병원과 입원실이 있는 의원에도 스프링클러 설비 등 소방시설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바닥면적 합계가 600㎡ 이상인 병원급 의료기관과 입원실이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은 간이스프링클러를 갖추도록 했다. 시행령이 개정되면 입원실을 갖춘 의료기관은 무조건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한다. 다만, 소방청은 기존 건축이 완료된 의료기관은 건물구조 및 안전성 등의 문제로 간이스프링클러설치를 인정하되 3년간 유예기간을 뒀다.

그러나 병실이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은 대부분 낮에만 병동을 운영할 뿐만 아니라 임대 건물에서 운영 중인 곳은 현실적으로 스프링클러 설치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보니 "의료현실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는 목소리가 의료계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일회용 의료용품 재사용' 금지법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순례 의원(자유한국당)은 최근 의료용품의 재사용을 금지하기 위한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에 앞서 보건복지부도 일회용 주사용품에 한정된 재사용 금지 규정을 일회용 의료기기 전반에 대한 재사용 금지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현행법은 의료기기 등 의료용품의 부적절한 사용으로 인한 감염 등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주사기, 주사침, 수액세트 등 일회용 주사 의료용품의 재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대목동병원에서 발생한 신생아 집단 사망사건과 같이 의료용품의 부적절한 사용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하는 동시에 언론보도를 통해 요도삽입관, 레이저 시술용 바늘 등과 같은 일회용 의료기기의 재사용 문제가 지적되면서 일회용 주사 의료용품의 재사용만을 금지하고 있는 현행 규정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졌다.

이에 김 의원은 환자 안전 확보를 위해 재사용 금지 대상 의료용품을 ‘일회용 주사 의료용품’에서 ‘모든 일회용 의료용품’으로 확대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했다.

의료계는 일회용 의료용품 사용·처리와 관련해 적절한 수가 책정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모든 의료용품 재사용 금지는 의료기관에 과다한 책임을 부과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법을 개정할 때 처벌만 강화할 것이 아니라 재료대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매년 증가하고 있는 의료폐기물 역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 개정안은 불필요한 자원의 낭비를 초래해 전체 의료비용을 상승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의료사고배상책임보험 및 배상공제조합 가입 의무화

모든 의료기관이 의료사고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기 위한 의료사고배상책임보험이나 의료배상공제조합에 가입하도록 의무화 하기 위한 의료법 개정안도 나왔다. 이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현행법상 외국인 환자 유치 의료기관으로 국한돼 있는 의료사고배상책임보험 의무 가입 대상을 '내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전체 의료기관'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의료사고로부터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도록 국민을 보호하는 한편 의사들이 의료행위에 보다 집중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의료계는 의료사고 배상보험 가입 의무화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의료계 이해관계자 간의 깊이 있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 입법돼야 할 내용인데도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 없이 졸속으로 제안됐다는 것이다.

특히, 의료계에서는 "법안 내용에 따르면 외국인 환자와 달리 내국인환자에 대한 책임보험 가입 규정이 없다보니 '의료사고가 일어났을 때 의료기관이 피해자에 대한 합리적인 배상을 하고 있지 않다'고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이미 운영되고 있는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대불금 제도와 중복적인 제도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의료계는 자동차보험처럼 의료사고배상보험 가입 의무화가 필요하다면 자동차보험의 ‘10대 중과실 외 면책’과 같이 중대한 의료인의 과실을 제외한 의료사고에 대해 의료인이 면책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위험 분산의 또 다른 수익자인 환자와 국가의 공동 책임 분담을 위해 환자의 자기부담금 및 국가의 지원금이 함께 도입돼야 할 뿐만 아니라 해당 보험의 공공적 성격을 고려해 보험의 보장 범위 및 보험료 산정기준 등을 법정화 하는 등 보험의 관리책임을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고도 했다.

소아응급환자 전용 응급실 설치

응급의료기관이 소아응급환자를 위한 응급실과 성인응급환자를 위한 응급실을 따로 설치·운영하도록 하기 위한 ‘소아응급환자 전용 응급실 설치’ 법안도 발의됐다.

응급실이 성인과 소아를 구분하지 않고 운영되다보니 소아환자가 중증의 교통사고 환자나 상해환자의 모습을 목격할 경우 공포나 정신적 충격을 받을 수 있어 응급실 운영도 달리해야 한다는 취지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 규모 이하의 응급의료기관의 경우에는 예외로 두면서 소아환자에게 적합한 의료 환경의 조성을 위해 노력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구체적인 대안 없이 소아 전용 응급실 설치를 강제적으로 규제할 경우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최근 응급실 의사 폭행 등으로 가뜩이나 응급실 인력 수급이 어려운 가운데 소아·성인 응급실을 따로 만들게 되면 의료진 확보에 더욱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의료계는 "소아응급실을 구축한 의료기관에 대해 소아 진료수가의 1.5배를 주는 등 격려를 위한 보상이 뒤따라야 소아응급실이 자연적으로 늘어나게 될 수 있다"며 선택적으로 제도를 시행하는 의료기관에 대해선 수가나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으로 제도가 시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원격의료 추진… 의료계 ‘논란’ 

지난 정권에서 추진됐지만 의료계와 야당, 시민단체의 극렬한 반대로 가로막혔던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에 대해 당시 야당이었던 현 정부가 허용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이 취임 1주년 행사에서 “원격의료의 물결을 타지 않으면 세계 최정상 수준의 한국 의료기술의 지위를 지키기 힘들 것”이라고 언급한 것이다.

의료계는 줄곧 원격의료에 대한 반대 입장을 유지해 왔다. 현 시점에서 충분한 검토 없이 무분별하게 원격의료를 허용할 경우 필연적으로 대면진료원칙을 훼손해 의료의 질 저하, 대형병원 환자 쏠림, 중소 병·의원 몰락 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그동안 원격의료 허용 관련 법안은 사회적 공감대를 얻지 못해 국회에서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의사는 물론 국민들도 원격의료의 허용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현실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박 장관이 “원격의료에 대한 정치적인 접근이 상당하다 보니 정작 내용이 갖춰지지 않았다. 급격한 기술 변화 속에서 앞으로 원격의료를 사용할 준비는 돼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앞으로 원격의료 허용 여부를 계속 주목하게 됐다.

‘환자 안전사고 패싱 방지법’ 

환자가 사망하거나 1개월 이상 의식불명, 장애등급 1등급 판정을 받는 등 안전사고를 당한 경우 병원장이 정부에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하는 법안이 민주평화당 김광수 의원에 의해 발의됐다. 

개정안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사망이나 1개월 이상 의식불명, 장애등급 1등급 등에 해당되는 환자 안전사고가 일어난 경우 해당 의료기관장이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사고 사실을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기존 '자율보고' 제도를 '의무보고' 제도로 바꾼 셈이다.

특히 개정안은 의무보고제 도입에 따른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벌칙 및 과태료 규정까지 추가했다. 환자 안전사고 발생 사실을 보고를 하지 않거나 고의적으로 사고 사실을 누락·은폐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했다. 보고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은 의료기관장이나 의료기관장의 보고를 방해하는 사람은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했다.

의료계는 고의도 아닌 과실에 대한 제재를 위해 민사적인 수단을 넘어서 법의 최후 수단인 형사처벌까지 동원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환자 안전을 위한 설비 설치와 직원 교육, 인력 확보 등 예산의 추가적인 투입이 없으면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부에 대한 보고 의무화는 행정적인 부담만 가중시키는 조치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내놨다.

'의료사고 경위·보상방안 설명 의무화' 법안도

병의원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피해자나 보호자에게 사고 경위와 보상방안을 의무적으로 설명하도록 제도화하기 위한 법안도 발의됐다. 이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보건의료기관개설자와 보건의료인이 피해자나 피해자의 보호자에게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대로 의료사고 내용과 사고 경위, 보상방안 등을 충분히 설명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의료계는 "의료사고의 내용이나 경위 등을 피해자 및 보호자에게 설명하는 것이 옳겠지만, 과실의 주체와 책임소재, 범위 등이 가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보상 방안까지 설명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은 과도한 제도"라는 입장이다. 특히 의료진이 피해자와 보호자에게 도의적인 책임을 느껴 자세한 설명이나 유감 표명을 할 경우, 자칫 과실을 인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까 우려하는 의견도 많다.

환자 보호자 위한 ‘가짜 중환자실’ 퇴출법 

아울러 의료기관에서 법령에 따라 중환자실이 갖춰야 할 시설 및 운영 기준 등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시설을 중환자실, 집중치료실 또는 이와 유사한 명칭으로 설치·운영하는 것을 금지하기 위한 의료법 개정안이 민주평화당 천정배 의원에 의해 발의됐다.

의료계는 중환자실을 구비해야 하는 의료기관이 중환자실의 시설기준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면 ‘중환자실 미구비’로 보고 이에 대한 시정명령 또는 처분을 하면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또 중환자실 시설 기준에 미달하거나 무관한 시설을 갖추고 이를 ‘집중치료실’과 같은 명칭으로 운영하는 것은 의료기관의 운영의 자유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금지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홍미현 기자  mi97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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