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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교향곡 제36번 C장조 작품번호 425 〈린츠〉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교향곡 제36번 C장조 작품번호 425 〈린츠〉 
  • 의사신문
  • 승인 2018.08.06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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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445〉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모차르트의 작곡의 성숙미
모차르트의 경이로운 음악성과 함께 그의 작곡 속도와 관련 전해 내려오는 많은 일화 중 교향곡 제36번에 얽힌 에피소드가 아마도 그 으뜸으로 꼽힐 것이다. 그는 1783년 11월 고향 잘츠부르크를 방문했다가 빈으로 돌아가는 길에 들른 린츠에 머물며 불과 엿새 사이 이 교향곡을 작곡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오보에, 바순, 호른, 트럼펫이 두 대씩 포함된 2관 편성에 4악장짜리 교향곡을 쓰면서 오케스트라 총보는 물론 파트악보까지 준비했고 나아가 리허설을 거쳐 연주회까지 멋지게 성공리에 치러냈다는 점이 그의 절대적 음악성에 신비한 이미지까지 더하게 한다.

1783년 7월 말, 모차르트는 아내 콘스탄체와 함께 고향 잘츠부르크를 오랜만에 방문했다. 1780년 말 고향을 떠났고 콘스탄체와의 결혼식이 1782년 8월이었음을 감안하면 그의 고향 방문은 꽤 늦은 셈이었다. 이 배경에는 아버지 레오폴트와 누나 나넬이 콘스탄체와의 결혼을 계속 못마땅하게 생각한다는 것과 무엇보다 추기경의 궁정에 다시 억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한 아버지의 확답을 듣고서야 귀향길에 올랐던 것이다. 고향에 3개월간 머물면서 지인들과 해후하는 한편 아버지와 누이가 자기의 아내를 인정하도록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버지와 누나의 태도는 여전히 완고했다. 고향에서 3개월을 머문 뒤 10월말 빈으로 돌아가는 길에 린츠에서 일주일 정도 체류한 그는 거기서 툰 백작(Count Thun) 가문의 환대를 받게 된다. 툰 백작은 하인을 도시 입구까지 보내 모차르트 내외를 마중했고, 자신의 저택으로 데려와 짐을 풀게 했다. 그리고 린츠에서 그해 11월 초 연주회를 열어 달라고 부탁했는데 정해진 날이 11월 4일이었다. 당시에는 한 해 연주회의 처음과 마지막은 교향곡이 장식하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린츠에 도착했을 당시 그는 어느 교향곡 악보도 가지고 있지 않아 초스피드로 6일 만에 새 교향곡을 써야만 했고, 무사히 공연을 치룰 수 있었다.

급하게 작곡을 하다 보니 하이든의 영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지만 제2악장에서 관현악 기법의 화려한 발전이 돋보이며, 우아함과 활력, 정열과 기품을 조화롭게 어울려낸 솜씨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특히 첫 악장에 붙은 느린 서주는 하이든의 어법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낸 작곡기법의 성숙미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한때 교향곡 제37번(K.444)이 〈린츠〉 교향곡일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적도 있었으나 제37번은 그가 아니라 미하엘 하이든의 작품으로 밝혀졌고, 그 곡을 사보하는 데 사용한 오선지가 린츠를 거쳐 빈으로 돌아오게 되어 그동안 오해를 받아왔다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그 곡은 모차르트 교향곡에서 삭제되었다. 결국 현재로서는 교향곡 제36번이 〈린츠〉 교향곡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이 교향곡은 모차르트가 빈 정착 후에 작곡한 두 번째 교향곡이지만 실제적으로는 첫 번째라고 볼 수도 있다. 전작인 교향곡 제35번 〈하프너〉는 세레나데를 전용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 교향곡은 보다 진지하고 절대음악의 순도 높은 세계를 지향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부터 빈 정착 후 한층 더 심화된 모차르트의 음악성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제1악장 Adagio - Allegro spiritoso 모차르트 교향곡에 느린 서주가 붙은 것은 이 곡이 처음이다. 오케스트라의 총주에 의한 특징적인 아다지오 서주로 출발한 후 풍부하면서도 교묘한 화성 변화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음악세계로 끌어들인다. 그 후 주제는 부드럽고 우아한 선율과 탄력적이고 힘찬 리듬의 교대로 진행되는데 그 절묘한 어우러짐은 마법과도 같다.

△제2악장 Poco adagio 트럼펫과 팀파니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시칠리아노풍의 주제가 흐르면서 독특한 효과를 빚어내고 있다. 느린 악장에서는 금관이 침묵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기에 이런 악상은 상당히 독창적인 시도였고 이러한 기법은 훗날 베토벤에게 영향을 미친다.

△제3악장 Menuetto 전형적인 고전파풍으로 화려한 무도회를 연상케 하는 미뉴에트 중간에 트리오가 삽입되어 있는데, 이 트리오에서는 오보에와 파곳이 목가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제4악장 Finale Presto 서주에서 베이스가 빠진 현악기들로 여리게 출발한 다음 힘차게 상승하는데 이는 〈파리〉 교향곡과 〈하프너〉 교향곡에서 사용했던 기법이다. 이에 기초한 선명한 다이내믹 대비 효과가 악장 전체에 걸쳐 두드러진다. 모차르트는 음량뿐 아니라 음색 면에서도 절묘한 대비를 이끌어내면서 음악을 천의무봉의 솜씨로 엮어 나간다. 폴리포니 효과까지 가미된 이 다채롭고 쾌활하면서도 눈부신 환희의 울림으로 깊이 있게 마무리된다.

■들을 만한 음반
△브루노 발터(지휘), 컬럼비아 심포니 오케스트라(CBS, 1960) △칼 뵘(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G, 1966) △크리스토퍼 호그우드(지휘), 고음악 아카데미 실내앙상블(L’oiseau-Lyre, 1977) △존 엘리엇 가디너(지휘), 잉글리시 바로크 솔로이스츠(Philips, 1988) △레너드 번스타인(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ecca, 1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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