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만호 회장, 회원께 드리는 글
경만호 회장, 회원께 드리는 글
  • 의사신문
  • 승인 2010.06.17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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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

존경하는 회원 여러분,

어려운 의료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주어진 사명에 충실하고 계신 회원여러분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와 존경의 인사를 올립니다.

올해는 ‘한국의사 대투쟁 10주기’를 맞이하는 해입니다. 의쟁투 당시의 기억들, 그 함성소리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때 우리 의사들은 가운을 벗고 거리로 뛰쳐나와야만 했습니다. 잘못된 제도와 정책에 맞서 ‘투사’가 되어야만 했습니다. 의료현장을 지켜내기 위해, 의료현장을 잠시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2000년 한해를 뜨겁게 달구었던, 한국역사상 전무후무한 의사집단의 대정부 저항투쟁이었습니다.

10년이 흐른 지금, 한국 의료와 의사들이 서있는 현주소를 봅니다. 우리의 항쟁은 100년 의료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일대 사건이었지만, 여전히 잘못된 정책과 제도들이 판을 치고 있습니다. 의쟁투의 함성이 멈출 수 없는 이유입니다.

“리베이트 쌍벌제로 잃어버린 자존심, 되찾아오겠습니다!”

얼마 전 국회를 통과한 리베이트 쌍벌제는, 가뜩이나 실의에 빠져있는 의사들에게 씻기 어려운 치욕을 안겼습니다. 의료인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의료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규정하는 이 부당한 법안에 맞서 의협 집행부는 수단과 방법을 다했으나, 결과적으로 저지하지 못했습니다. 회원 여러분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드리지 못해 송구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191:0이라는 의결 스코어가 말해주듯이 리베이트 쌍벌제 건은 여야 정파를 막론하고 설득이 어려운 사안이었습니다. 하지만 쌍벌제 법안 통과가 됐다고 해서 그저 무기력하게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직 우리가 할 일은 남아있습니다. 의료법 시행규칙에서 허용범위가 최대한 합리적으로 조정되도록 하는 등 의료계 입장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노력할 것입니다. 집행부는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규칙과 관련해 회원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전문가 검토를 충분히 받아 협회의 입장을 정리하고, 회원의 불이익이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앞으로 우리가 할 일은 리베이트 쌍벌제가 왜 잘못된 선택이었는지 정부와 국회로 하여금 깨닫게 해주는 것입니다. 의료계의 협조 없이 건강보험도, 의료공급도 지속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것입니다. 우리의 정당한 주장을 수용하지 않고서는 의료가 한 발자국도 전진할 수 없음을 알도록 정부와 국회를 압박해나갈 것입니다. 쌍벌제로 잃은 것이 컸지만, 지금 눈앞에 닥쳐있는 숙제들 즉,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 불합리한 제도 개선, 수가 현실화 등에서 그 이상을 얻어내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10년만의 의-정 대화… 향후 의료계 입장 최대한 반영되도록 할 터”

지난 5월 13일 열린 ‘한국의료살리기 전국의사대표자대회’에서 의협은 15개의 대정부 요구사항을 내건 바 있습니다.

국민을 위한 의료시스템 전면 개선을 위해 ▲건강보험 30년 평가 및 의약분업 10년 평가 ▲의료공급자 및 소비자의 자율선택권 보장을 요구했으며,

붕괴하는 1차의료 활성화 대책으로 ▲의료전달체계의 확립 ▲약가제도 개선 ▲1차의료 활성화를 위한 수가항목 신설 ▲ 의사인력 적정 수급 대책 마련 ▲기본진료료 요양기관종별 차별 폐지 ▲의원 종별가산율 상향 조정(15%→20%) ▲건강보험 국고지원 강화를 촉구했습니다.

불공정한 법·제도 개선책으로 ▲원외처방약제비 환수법안 철회 ▲차등수가제 완전 폐지 ▲임의비급여 제도 개선 ▲현행 공정경쟁규약 폐지 ▲굴욕적인 과징금 제도 개선 ▲의사-환자간 원격의료 폐지를 주문했습니다.

강력한 대정부 요구 이후로, 보건복지부 장관이 우리 협회에 대화를 제의해왔습니다. 10년만에 이뤄진 의-정간 대화 자리에서 정부는 그간 논란이 돼 왔던 총액계약제와 성분명처방에 대해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건강보험 30년과 의약분업 10년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의료계측 요구를 수용했습니다. 특히 일차의료 강화를 위해 의-정이 힘을 모으기로 한 것이 의미있는 결실이라 하겠습니다. 먼저, 구체적 정책대안 마련을 목적으로 하는 ‘일차의료 활성화를 위한 추진협의체’를 이달 중 구성키로 합의했습니다. 의료계, 학계, 시민단체, 정부 관계자 등으로 구성되는 이 협의체를 통해 고사 위기에 놓인 1차의료를 정상화하고 흔들리는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도출하고 단기 및 장기과제로 나눠 추진해나가게 될 것입니다. 일차의료의 위기문제에 대해서는 정부에서도 깊은 공감과 대안 제시의 의지가 뚜렷해보였습니다. 법 개정이 필요할 경우 정기국회 회기 중에 입법 추진하겠다는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1차의료 활성화를 위한 수가항목을 신설하고 건보 재정의 절감을 통해 수가를 현실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는 등 우리 협회가 제시했던 대정부 요구사항의 상당 부분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의료 패러다임 뒤바꿀 법안들이 이제 국회에서 본격 논의됩니다”

제18대 국회 하반기 일정이 6월 임시국회와 함께 시작됐습니다. 국회는 지난 14일부터 대정부질문을 시작으로 상임위 활동에 들어가 법안심의에 착수했습니다. 보건복지위원회 하반기 위원 구성에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위원장이 선진당 이재선 의원으로 바뀐 것을 비롯해 일부 의원들의 이동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국회를 상대로 해결해야 할 수많은 현안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의사의 소신진료를 가로막는 원외처방약제비 환수법안이 재상정될 것이고, 촉각이 곤두서 있는 원격의료 관련 법이 본격 논의될 것입니다. 건강관리서비스법안이 상정될 것이며, 투자개방형의료법인 또한 재논의될 것입니다. 그야말로 의료계의 패러다임을 뒤바꿀 법안들이 줄줄이 대기중입니다.

리베이트 쌍벌제 통과로 고배를 마셔야만 했지만, 대국회 활동에 전열을 가다듬고 다시 뛰어야 할 때입니다. 집행부는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일에 있어서 저희 집행부는 독단이 아닌, 회원 여러분의 뜻을 받들어 추진할 것입니다. 이달 들어 회원 의견을 회무에 적극 반영하기 위해 우선 시도, 시군구 및 각 직역 임원을 대상으로 ‘대한의사협회 자문단’을 본격 가동했습니다. 자문단 소속 위원들에게 매주 상임이사회 자료는 물론 각종 의료계 현안에 대한 관련 자료를 송부해, 현안문제에 대해 폭넓게 이해하고 의견을 회신하실 수 있도록 시스템화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자문단 수를 더 늘려, 민의를 정확하고 깊이있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회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수가 개선을 위한 노력이 점차 결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회원들께서도 아시다시피 자연분만 수가가 50% 인상되는 희소식이 있었던 반면 병리과 수가는 15.6% 인하되는 타격이 있었습니다. 13개 병리조직검사에 부여된 상대가치점수가 과학적 근거 없이 훼손된 것에 대해 저희 집행부는 정부에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즉각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단, 병리과 수가 인하의 근본원인은 빈약한 건강보험 재정과 고질적인 저수가 문제에서 기인하는 것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통계에 의하면 2002년부터 2009년까지 국고지원 누적 미지급액이 3조6000억원에 육박하며, 이는 지난해 국정감사를 통해서도 지적이 된 사항입니다. 정부가 저수가-저보험료를 건강보험 재정 정책기조로 삼는다면, 지속 가능한 재정의 건전화를 위해 법으로 정해 놓은 국고지원 금액을 당장 투입해야만 합니다. 이의 실행을 집행부는 집요하게 요구하고 압력을 행사해나갈 것입니다.

그래도 긴 가뭄에 단비처럼 한 줌 위안이 되는 것은 2010 상반기 수가조정에 따라 수가 총 순증액이 1126억원에 이르고, 이중 의원급에 730억원의 재정이 투입됐다는 사실입니다. 우선, 7월부터 차등수가제가 개선되어 오는 7월부터 야간 시간대 진찰료(조제료) 차등수가제 적용이 제외되어 의원급에 400억원의 수가재정 투입효과가 발생합니다. 자연분만 수가 50% 가산 결정으로 인한 570억이 확보됐고, 비록 15.6% 삭감됐지만 병리조직검사에 156억원이 추가됐습니다. 이는 2010년 환산지수 결정(3% 이상)으로 인한 재정투입분 1805억원은 제외한 효과입니다. 수가 현실화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일부에서 폄하하듯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식이 아니냐는 우려 어린 시각을 불식시킬만한 분명한 성과임을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선거방식 관련 정관변경 허가는 대의원 총회 의결사항입니다”

가뜩이나 산적한 현안이 많은 의료계에 갈등과 분열이 있었던 점, 집행부로서 큰 책임감을 느낍니다. 지난 4월 23일 대의원회는 정관 제11조 제1항 “회장은 회원의 보통, 직접, 평등, 비밀선거로 선출한다”는 내용을 “회장은 대의원을 포함한 선거인단의 비밀투표로 선출한다”로 변경하는 정관 승인을 보건복지부에 요청하라고 집행부에 재차 주문해왔습니다. 그간 기회가 될 때마다 말씀드렸지만 제 개인적 소신은 간선제에 부정적인 견해가 확고함에도 불구하고 의협회장이라는 현 위치에서 우리 협회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대의원 총회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에, 보건복지부에 정관 승인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사안과 관련해 일부 회원들이 문제를 제기해 법정 소송으로까지 비화되어 법적 공방과 혼란이 지속돼오기도 했지만, 결국 5월 26일 보건복지부에서 의협회장 선출방식과 관련한 정관 변경에 대해 허가를 통보해왔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정관변경 건이 승인된 이상, 회장 선출방식을 둘러싼 의료계의 내부혼란을 종식시키고, 하루도 지체할 수 없는 당면과제들에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것입니다.

“대의원총회 권고사항에 대한 윤리위 결정에 대해 말씀드립니다”

또 한 가지 안타깝게 생각하는 일은 이원보 회원에 대한 중앙윤리위의 징계결정에 관한 것입니다.

대의원총회에서 징계 철회를 권고했지만 윤리위는 징계결정은 이미 확정되어 회원의 피선거권이 제한되고 임원자격도 정지된 것이며, 정관 및 제규정에 따라 대의원총회의 권고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저와 집행부는 윤리위와 이원보 감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장이 재심청구까지 하는 등 노력했으나, 이원보 감사가 재심청구를 스스로 포기함으로써 해결되지 못했습니다. 결국 집행부는 윤리위의 결정사항을 이행할 수밖에 없음을 회원 여러분께서 널리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윤리위는 의협 내 사법부의 역할을 하는 기구입니다. 의협 회원 그 누구도 윤리위 앞에서만큼은 평등합니다. 실제 현직 회장인 저도 일부 회원의 제소로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윤리위의 결정을 법으로 여기며 회원 모두가 존중하고 따라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건강보험과 의료공급의 지속가능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합니다”

존경하는 회원 여러분,

의사만 옥죄는 저수가 정책으로 일차 의료기관은 고사 직전입니다. 잘못된 의약분업과 약가정책으로 건보재정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건강보험 제도가 붕괴될 것이 자명합니다. 의료공급 자체가 지속 불가능해집니다. 이 엄중한 현실을 정부는 외면하고 있고 국회는 방치하고 있습니다. 국민은 이런 사실조차 알지 못합니다.

이에 의협 집행부는 ‘건강보험과 의료공급의 지속가능성’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의료제도의 획기적 개선을 강력히 촉구해나갈 것입니다. 의료자원(인력·시설·장비)의 효율성을 높여 1차의료를 회생시키기 위한 모든 노력을 강구해나갈 것입니다. 그것이 회원 여러분이 소신진료할 수 있고, 의사로서 자존심과 긍지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합니다.

비록 험하고 고된 여정이 될지라도 10만 회원 여러분이 계시기에 자신 있습니다. 부디 집행부를 믿어주시고,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0. 6. 대한의사협회 회장 경만호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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