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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슈베르트 '겨울 나그네' 작품번호 89
프란츠 슈베르트 '겨울 나그네' 작품번호 89
  • 의사신문
  • 승인 2010.06.16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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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 당한 젊은이의 애절한 연가

독일 가곡의 싹을 키운 작곡가는 모차르트였다. 그의 가곡 `제비꽃'을 보면 이전과는 다른 개념의 가곡을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베토벤은 연작 가곡 형식을 창시하였는데 그의 가곡집 `멀리 떨어진 연인에게 붙임'은 총 6곡으로 이루어졌다. 이 연가곡의 형식은 슈베르트의 `아름다운 물레방앗간 아가씨', `겨울나그네', `백조의 노래'와 슈만의 `여인의 사랑과 생애', `시인의 사랑' 등으로 이어진다. 이후 브람스의 `마갈로네', 볼프, 말러 등의 작곡가들이 가곡을 발전시킨다.
 

이들 중에 독일의 연가곡을 예술적 가곡의 경지로 승화시킨 것은 단연 슈베르트이다. 그는 연가곡의 짧은 한 곡이 규모가 큰 교향곡에 필적하는 내용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음악사에서 증명해 보였다. 슈베르트의 가곡은 어느 것이라도 거기에 어떤 작위적이라든가 부자연스러움 등은 느낄 수가 없다. 모든 곡이 음악적 본능이 향하는 대로 흐르고 있으며 아름다운 조바꿈이나 표정은 너무도 자연스러워 베토벤의 숙고한 결과에 의한 조바꿈과는 비교가 된다. 여기에 피아노 반주부의 확대와 독립성을 볼 수 있으며 이러한 반주의 다양성은 이후 슈만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름다운 물레방앗간 아가씨'는 1823년 슈베르트가 26세에 작곡한 연가곡이다. 그해 봄 슈베르트는 친구 란트하르팅거 집을 방문하였는데 그때 친구가 집에 없어 기다리는 동안 책상 위에 놓인 시집을 펼쳐 보았는데 그것이 뮐러의 시집이었다. 이 시의 내용이 마음에 들었던 슈베르트는 친구가 돌아오기도 전에 그 시집을 가지고 그대로 집으로 와 그날 밤중에 몇 편의 가곡을 작곡하였다. 다음날 시집을 찾으러 온 친구에게 허락도 없이 책을 들고 와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면서 이미 작곡한 노래를 불러 주었다고 한다.

슈베르트가 곡을 붙인 `아름다운 물레방앗간 아가씨'와 `겨울 나그네' 연가곡으로 유명하게 된 뮐러(Wilhelm Muller)는 베를린대학을 졸업한 후 소박하고 청순한 서정시로 대중들을 사로잡고 있었으며 슈베르트와는 어떤 교분도 없었다. 뮐러의 시집 `발트호른을 부는 사람의 유고'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생략하고 일부를 고쳐서 원래 25편의 시에서 20개의 시를 골라 곡을 붙였다. 이 작품은 청년의 여행, 취직, 사랑, 실연, 죽음을 주제로 크게 5개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제1부(제1∼4곡)는 즐거운 여행을 떠나는 청년의 방랑을 노래하고, 제2부(제5∼9곡)에서는 청년의 마음은 점점 더 물방앗간 아가씨를 향한 사랑으로 빠져들게 되고, 제3부(제10∼12곡)에서는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를 남몰래 흠모하던 주인공 청년은 시냇가에서 아가씨 옆에 앉아 다정함을 느끼며 황홀한 축복의 시간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그 시간은 길지 않았다. 제4부(제13∼17곡)에서는 사랑의 감정으로 가득 찬 마음을 노래하던 젊은이는 이제 사랑하던 아가씨에 대한 배신감과 질투심을 느끼게 된다. 마지막 제5부(제18∼20곡)에서는 자신이 방앗간 아가씨에게는 더 이상 필요 없는 존재임을 깨닫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제20곡 `시냇물의 자장가'에서 “잘 자거라 아침까지, 잘 자거라 아침까지 모든 즐거움도, 모든 고총도, 잊고 달빛 흐르고 안개는 사라지니 저 하늘 저렇게 높고 넓구나.”라며 시냇물에서 평화로운 안식을 구한다.

곡의 구성: 제1곡 방랑(Das Wandern), 제2곡 어디로?(Wohin?), 제3곡 멈춰라!(Halt!), 제4곡 시냇물의 감사(Danksagung an den Bach), 제5곡 밤의 휴식(Am Feierabend), 제6곡 알고자 하는 마음(Der Neugierige), 제7곡 초조(Undeduld), 제8곡 아침인사(Morgengruss), 제9곡 방아쟁이 꽃(Des M?llers Blumen), 제10곡 눈물의 비(Tranenregen), 제11곡 나의 것!(Mein!), 제12곡 휴식(Pause), 제13곡 녹색 리본으로(Mit dem grunen Lautenbande), 제14곡 사냥꾼(Der J?ger), 제15곡 질투와 자존심(Difersucht und Stolz), 제16곡 사랑하는 빛깔(Die liebe Farbe), 제17곡 나쁜 빛깔(Die bose Farbe), 제18곡 시든 꽃(Trockne Blumen), 제19곡 물레방아와 시냇물(Der M?ller und der Bach), 제20곡 시냇물의 자장가(Das Baches Wiegenlied)

■들을만한 음반 : 디히트리 피셔-디스카우(바리톤) 제널드 무어(피아노)(DG, 1971); 헤르만 프라이(바리톤), 레너드 호칸슨(피아노)(Philips, 1973); 피터 슈라이어(테너), 노르만 쉘터(피아노)(DG, 1971), 프리츠 분데리히(테너), 후베르트 기젠(피아노)(DG, 1966)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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