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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Sports)<9>
스포츠(Sports)<9>
  • 의사신문
  • 승인 2010.06.16 1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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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스포츠에 관심이 많아서인지 우리집 TV는 주로 스포츠 경기를 시청하는데 사용된다. 드라마나 오락프로는 물론 뉴스도 별로 시청하지 않지만 스포츠 경기는 꼭 보려고 한다.

그렇다보니 가족들 모두 스포츠에만 관심을 갖고 TV를 본다. 심지어 아내도 가수나 연기자 등 연예인 이름은 모르지만 프로야구 선수의 이름은 모두 외우고 있다. 겨울철에 주로 농구 경기를 보고 봄부터 가을까지는 프로야구를 본다. 중간에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혹은 월드컵이 시작되면 스포츠의 바다에 빠져 경기를 즐긴다. 아마도 거짓과 가식이 없는 스포츠의 진실한 매력에 재미를 느껴서인지 모르겠다.

프로야구는 가족들 모두 롯데 자이언츠를 응원한다. 매년 몇 경기 정도는 야구장에 직접 가서 관람하는데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란 내가 부산이 연고지인 롯데 자이언츠와는 별 상관이 없지만 학창시절 좋아했던 소설 속의 여주인공의 이름과 팀 이름이 같아 아무 이유 없이 좋아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남자답게 화끈한 팀 분위기에 반해 지금까지 응원하게 되었다. 재작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야구가 금메달을 딴 후에는 인기가 더욱 올라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야구에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인기 많은 스포츠가 오래전에는 군사 정권의 3S(Sex, Screen, Sports) 정책의 하나라고 욕을 얻어먹던 시절도 있었다.

멍청하게 스포츠에 관심 갖기 보다는 의식을 갖고 정치에 관심을 가지란 의미였던 것 같다. 대학생 시절 야구를 좋아하던 나도 많은 고민을 했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후 3S 정책이라 스포츠를 욕했던 사람들도 큰 스포츠 이벤트를 이용해 다시 정권을 잡는 모습을 보았다.

남이 이용하면 3S 정책의 하나고 자신이 이용하면 국민이 하나 되는 이벤트라 말하는 정치인들을 보며 정당과 정치인을 응원할 바에는 야구팀 하나를 응원하는 것이 훨씬 의미 있고 행복할 수 있을 거란 생각도 했다.

지난 6월 2일 선거에는 투표용지에 8번의 도장을 찍었다. 프로야구팀 한 구단의 총 선수 보다 많은 30여명이 넘는 후보를 보며 이런 것이 민주주의일까 고민도 했었다. 정치에 관심을 유도하는 인터넷이나 신문을 보며 우리나라는 정치 과잉의 국가가 아닐까 생각했었다. 정치에 대한 관심으로 선진국이 될 수 있다면 우리나라는 이미 선진국일 것이다. 정치인과 정당을 응원할 바에는 스포츠 팀과 선수를 응원하는 것이 더 행복할 거란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지난 토요일 롯데 자이언츠는 8연승을 했고 월드컵에서 한국은 그리스를 이겼다. 그날은 너무 행복했다. 지지했던 정치인이 당선되는 것 보다 천배 아니 만배는 더 기뻤다. 너무 기뻐서 새벽까지 잠도 못 이뤘다.

얼마전 롯데 경기를 보러 야구장에 아이들과 같이 가서 이대호 선수를 직접 만나 사인을 받았다. 둘째 아이는 이대호 선수를 보고 “아빠 이대호 선수가 정말 뚱뚱한지 알았는데 실제로 보니 아빠랑 비슷한 것 같아”란 말을 내게 했다.

그 말에 충격을 받고 이젠 스포츠를 눈으로 보지만 말고 직접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운동은 환자에게만 강요할게 아닌가 보다.

조재범<성애병원 가정의학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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