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4 17:46 (수)
용암이 만들어낸 해안절벽과 초원 그려진 수채화
용암이 만들어낸 해안절벽과 초원 그려진 수채화
  • 의사신문
  • 승인 2018.07.23 15: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진국 교수의 걷기 예찬 〈33〉  `송악산'

제주도 섬 최남단에 위치한 송악산은 소나무가 많이 자라는 오름(기생화산)이라서 붙여진 이름으로 오름 해안절벽에 부딪치는 절(물결의 제주 방언)의 울리는 소리가 범상치 않다하여 절울이오름이라고도 불린다. 끝없이 펼쳐지는 해안 절경을 따라 걷는 송악산 둘레길은 2.8km의 코스로 제주 올레길 10구간의 일부 구간이기도 하다. 잘 정비된 길로 온 가족이 걸으면서 멋진 풍광을 즐길 수 있는 명소이다.

■푸른 바다와 아름다운 해안 절경이 끝없이 펼쳐지는 길
푸른 하늘과 뭉게구름이 어우러진 너머로 오늘의 시작점을 알려주는 산방산이 우리를 반겨 맞아준다. 송악산 둘레길이 시작되는 공용주차장 옆에 푸른 잔디밭을 바라보니 갑자기 우리 부부의 신혼여행 모습이 떠오른다. 벌써 30여 년 전 일이지만 그 때 모습을 상상하며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가득하다. 우뚝 서 있는 송악산 표지석을 사진에 담고 천천히 발길을 옮긴다.

해안을 따라 바닷가 절벽에 15개의 동굴이 늘어서 있는 `일오동굴'과 하얀 파도의 모습은 너무 아름답다. 하지만 이곳의 슬픈 역사를 알고 나면 파도의 부서짐이 모두 선조들의 피눈물이 아닌가 싶다. 동굴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들이 제주사람들을 동원해서 군사기지로 인위적으로 뚫어놓은 것이다. 예전에는 산에 나무들도 무성하였으나 일제가 군사기지를 만드느라 불태운 뒤 지금의 모습이라 하니 정말 슬픈 역사의 길이기도 하다.

길을 따라 천천히 오르면서 바라다 보이는 산방산의 모습이 오늘따라 정말 아름답다. “아! 이래서 영주 10경에 하나라 하는 구나” 하면서 나도 모르게 감탄사 연발이다. 바다 한가운데에는 바위 둘이 나란히 마주보며 서있다. 크고 작은 두 섬이 형제처럼 있어서 형제섬이라 한단다. 일출과 일몰이 아름다워 사진 촬영 장소로도 유명하다고 하나 작품 만들기는 다음으로 미루고 산길을 따라 걷는다. 언덕에 올라서니 초원 위에 말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고 멀리 망망대해의 모습이 웅장하다.

■푸른 해안선과 초록 벌판이 하나 되어 만든 수채화 풍광
송악산 지도를 보면 사람의 코처럼 바다로 돌출한 부위가 있는데 이곳이 부남코지이다. 코지는 곶의 제주도 방언으로 바다로 돌출한 육지를 일컫는 말이다. 훤히 트인 바다를 바라보는 전망이 일품이다. 동쪽으로는 산방산과 형제섬이 보이고, 서쪽으로는 최남단 섬인 마라도와 그 사이에 가파도가 초록 잔디구장처럼 바다 위에 떠있다. 해안절벽에는 과거에 분출된 용암이 바다로 흘러들며 만들어낸 검은 주름들이 장관이다. 이곳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문 이중분화구로 지질학적으로 소중한 유산이다.

잘 정비된 나무데크 계단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제1전망대가 우리를 반겨준다. 초록 벌판을 끝으로 우뚝 솟은 송악산 정상이 푸른 하늘과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다. 망망대해가 바라다 보이는 바로 코앞으로 가파도 섬이 손에 잡힐 듯하다. 소나무들이 만들어 준 그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잠시 여유를 부린다. 노랑나비 한 쌍이 어디선가 날아와 사랑의 날갯짓을 하며 우리의 시선을 잡아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예쁘게 핀 야생화들도 몸매를 뽐내며 늘어서 있다.

나무들이 늘어서 있는 숲길로 들어서기 직전 마지막으로 보여주는 곡선 해안절벽과 바다의 풍경은 이 길의 클라이맥스다. 나무들이 울창한 숲길에 흙을 밟으며 걸으니 발걸음이 가볍다. 숲길이 끝나고 올레 표지판이 보이더니 멀리서 산방산이 오늘 걷기가 끝났음을 밝은 미소로 알려준다. 넉넉잡고 2시간이면 되는 짧은 코스지만 아름다운 추억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남았던 길이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