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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교향곡 제35번 D장조, 작품번호 385, 〈하프너〉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교향곡 제35번 D장조, 작품번호 385, 〈하프너〉
  • 의사신문
  • 승인 2018.07.23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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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444〉 

■모차르트의 위대한 후기 교향곡의 개막을 알리는 전조 작품
1781년 빈에 정착한 모차르트는 창작 활동의 무게중심을 당시 빈에서의 유행을 따라 다분히 피아노협주곡으로 옮기고, 상대적으로 교향곡 창작에는 소홀했다. 여덟 살 때부터 교향곡 분야에 발을 들여 놓았고 빈으로 이주 전까지 사십여 편 이상의 교향곡을 작곡한 그였지만, 막상 빈에서의 10년 동안에는 불과 여섯 교향곡을 남겼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여섯 편은 제각기 뚜렷한 개성으로 그의 완숙한 교향곡 양식을 대변하며, 나아가 하이든 교향곡들과 더불어 고전주의 교향곡을 대표하는 걸작들로 추앙되고 있다. 일명 `하프너 교향곡'으로 불리는 이 교향곡 제35번은 그중 첫 작품으로 위대한 그의 후기 교향곡의 개막을 알리는 전조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1782년 여름 어느 날 아버지 레오폴트로부터 편지를 한 통 받았다. 그 편지에는 어린 시절 그의 친구인 지그문트 하프너의 작위 수여식을 축하하기 위한 세레나데를 새로 작곡해 잘츠부르크로 보내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당시 모차르트는 얼마 전 발표해 성공을 거둔 징슈필 오페라 〈후궁으로부터의 탈출〉을 연주용으로 편곡하느라 바빠 그 요구에 곧바로 응할 수가 없었다. 더구나 같은 해 7월 23일은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해야 했고, 8월 4일엔 콘스탄체 베버와 결혼식을 올리는 등 정신없는 나날들이 이어지던 시기였다. 또한 6년 전인 1776년에 이미 하프너가 직접 의뢰하여 세레나데 〈하프너〉 작품번호 250을 작곡한 바 있었다. 따라서 그는 그런 사정을 알리며 양해를 구하는 편지를 썼다. 이 후 수차례에 걸친 아버지의 독촉 편지를 받으면서도 틈틈이 작곡을 이어 나갔다. 한 악장씩 마무리되는 대로 아버지에게 우편으로 부쳤는데, 수 주 간에 걸쳐 이 새로운 미션을 완수해냈다. 비록 세레나데가 작위 수여식에서 적절히 활용되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아버지는 아들의 신작을 마음에 들어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해 연말 그는 자신이 빈에서 열게 될 콘서트의 무대에 올리기 위해 여름에 보냈던 세레나데의 악보를 급하게 돌려달라는 편지를 아버지에게 보낸다. 하지만 아버지는 아들의 요청에 즉각 응하지 않았다. 결국 이듬해 2월에서야 그는 아버지의 호의에 감사하는 편지를 남겼다. 편지에서는 정신없이 급히 작곡했던 세레나데의 충실한 완성도에 그 스스로 만족해하면서 공연의 성공을 자신하고 있었다. “저의 새로운 `하프너 교향곡'은 좋은 의미에서 저를 놀라게 했어요. 왜냐하면 이 세레나데의 음표를 하나도 남김없이 잊어버리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이 교향곡은 틀림없이 좋은 반응을 이끌어낼 거예요.” 모차르트는 여섯 악장으로 구성돼 있던 세레나데에서 행진곡 악장과 미뉴에트 악장 하나를 제외하고, 그렇게 정리된 네 악장 중에서 첫 악장과 마지막 악장에 플루트 파트와 클라리넷 파트를 추가하는 등의 손질을 가했다. 하지만 악기 편성의 변경은 세레나데를 보강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져서 기본적으로는 기존의 세레나데를 거의 고스란히 전용한 셈이었다. 새로 정리된 교향곡의 초연은 1783년 3월 빈 부르크 극장에서 모차르트 자신의 지휘로 치러졌고 그의 예상대로 대성공을 거두었는데, 특히 황제인 요제프 2세가 친히 참석하여 축의금까지 하사하였다고 한다.

△제1악장 Allegro con spirito 모차르트가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에서 “정말 열화와 같이 연주해야 해요!”라고 했던 이 악장은 실로 장대하고 화려하여 원래 `축전용 음악'이었다는 사실을 상기하게 만든다. 동시에 단일 주제의 대위법적 전개로 진행되면서 모차르트가 하이든과 바흐의 음악에 대한 연구를 통해 도달한 새로운 경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제2악장 Andante 밝고 우아하며 유머러스한 빈 스타일이다. 두 개의 주제에 기초한 소나타 형식으로 첫 번째 주제는 사뿐한 스타카토가 가미된 반주 위에서 편안하게 노래하는 듯하다. 두 번째 주제는 마치 조잘거리며 키득거리는 듯 듣고 있으면 절로 미소 짓게 된다.

△제3악장 Minuet `구김살 없는 음악이 낳은 작은 기적'이라 불리는 이 악장은 궁중 무곡풍의 격조 높고 위풍당당한 미뉴에트 사이에 제1바이올린, 오보에, 파곳이 서로 어우러진 가곡풍의 트리오가 삽입되어 따스한 봄날 같은 화사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제4악장 Presto 론도와 소나타가 교묘하게 섞여 빈 시절 모차르트의 완숙한 경지를 잘 보여준다. 이 질주하는 듯한 주제는 오페라 〈후궁으로부터 탈출〉에 나오는 오스민의 아리아에서 따온 제1주제와 `터키풍' 분위기의 제2주제가 다채롭게 흐름을 이어가다 힘차게 마무리한다.

■들을 만한 음반
△브루노 발터(지휘), 컬럼비아 심포니 오케스트라(CBS, 1960) △칼 뵘(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G, 1966) △크리스토퍼 호그우드(지휘), 고음악 아카데미 실내앙상블(L'oiseau-Lyre, 1981) △프란츠 브뤼헨(지휘), 18세기 계몽주의 오케스트라(Philips, 1988) △존 엘리엇 가디너(지휘), 잉글리시 바로크 솔로이스츠(Philips, 1987)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G, 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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