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시도자에게 삶에 대한 희망의 `불씨' 될 것”
“자살 시도자에게 삶에 대한 희망의 `불씨' 될 것”
  • 홍미현 기자
  • 승인 2018.07.2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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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강형구 소장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통해 삶을 마감하려는 이들을 위해 365일 24시간 불철주야 노력하는 의사들이 있다. 바로 한양대병원 응급의학과 의료진들이다. 한양대병원 응급실은 전국의 `자살' 시도자들에게 `삶에 대한 희망의 불씨'를 불어넣으려 애쓰고 있다.

2016년 한양대병원은 보건복지부로부터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받으면서 다른 응급의료기관에선 볼 수 없는 `고압산소치료기'를 응급실에 도입했다. 고압산소치료기는 일산화탄소 중독이나 피부 질병·질환에 주로 사용된다. 

한양대병원에서 고압산소치료기는 `일산화탄소 및 약물 중독' 등의 환자 치료목적으로 야간이나 휴일을 가리지 않고 24시간 사용되고 있다. 그 결과 병원은 지난 한 해 동안 400여 명의 자살시도 환자를 치료했고, 월 평균 50여 명의 환자가 병원을 찾고 있다. 

절망의 끝에 선 환자들에게 삶의 의미를 일깨워주고 있는 한양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강형구 소장을 만나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는 응급실에서의 삶에 대해 들어봤다. 

■꺼지지 않는 24시간의 `사투'

한양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에는 사고나 재해로 응급처치가 필요한 환자나 경증부터 중증까지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는 물론 `중독 환자'까지 몰리고 있다. 이는 지난해 5월 고압산소치료기를 도입한 덕분이다.

한양대병원은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 집중 치료에 특화된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 결과 서울은 물론, 경기도 지역의 중독 환자들도 한양대병원 응급실을 찾고 있다.

강형구 소장은 “우리 센터에는 매일 1∼2명의 일산화탄소·약물 중독, 식물독성 등 전국의 `중독' 환자를 실은 구급차가 센터 문을 박차고 들어오고 있다”며 “국내에서 365일 24시간 중독 환자 치료 전문가인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상주해 치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현재 서울 시내 병원들 중 고압산소치료기를 24시간 돌리는 곳은 한양대병원이 유일하다”면서 “우리 병원이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되면서 119 구급대원들이 중증환자와 함께 다양한 중독환자들을 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 소장은 “일산화탄소 노출 환자는 `초기' 치료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환자의 삶이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초기에 회복됐더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파킨슨병과 치매, 뇌졸중 등 다양한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들에게 짧게는 3일, 길게는 일주일 정도 고압산소치료기를 이용한 치료를 권장하고 있다”며 이 기기를 사용해 언어장애가 있던 환자가 정상적으로 말을 하게 된 사례도 있고, 내원 당시 식물인간 상태였던 환자가 정상적으로 걸어서 퇴원한 적도 있었다”고 했다. 한양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는 한 달에 약 50여 명의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를 진료 및 치료하고 있다.

■일산화탄소 노출 환자 `증가'…`특화'로 이어져

강 소장은 “최근 경제가 어려워 삶이 팍팍해지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2008년 일산화탄소 중독(번개탄)으로 사망한 유명 탤런트의 자살 이후 유사자살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 중앙자살예방센터가 발표한 일산화탄소(번개탄) 자살시도자 수를 보면 2005년 29명, 2006년 30명, 2007년 63명에 그쳤던 숫자가 2008년에만 267명으로 한 해 동안 4배 가량 증가했다. 2015년 기준으로는 2207명에 이른다. 일산화탄소 사망자 수의 경우 2005년 0.3명에서 2008년 2.9명으로 증가세를 보였으며, 2015년 기준 19.7명으로 나타났다. 

강 소장은 “일산화탄소 노출 환자와 그로 인한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현재 이들을 위한 치료기관이 많지 않다”며 “중독환자를 보는 사회나 의료기관의 부정적 인식과 시각이 진료에까지 영향을 주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일산화탄소에 노출된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선 고압산소치료기를 갖춰야 하는데, 이 기기에 대한 의료수가가 낮아 많은 의료기관들이 진료를 포기하고 있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고 했다.

강 소장에 따르면 서울 및 수도권에는 한양대병원을 포함한 4곳의 병원이 고압산소치료기를 운영하고 있는데, 다양한 질환의 치료를 위해서 사용되고 있으며 한양대병원이 수도권 북부지역을 포함한 넓은 지역을 담당하고 있어 많은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그는 “사회로부터 소외돼 보호받지 못하는 일산화탄소 노출이나 약물중독 환자에 대한 응급치료 및 사후관리 치료에 앞장서고 싶었다”며 “병원에서 고압산소치료기를 도입해 줬고, 응급의학과 전문의 3명을 중독 환자 치료 전문가로 구성해 운영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한양대병원의 고압산소치료기는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 치료에 중점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중독 환자 한 명을 치료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2시간(입원 시 치료시간)으로, 24시간 기기를 돌렸을 때 하루 최고 11명까지 치료할 수 있다.

응급실에 고압산소치료기 도입 24시간 운영·집중 치료 특화
일산화탄소·약물·뱀 등 모든 중독 치료 전문센터 구축 목표
공단의 중독환자 의료보험비용 회수는 환자 두번 죽이는 일

■벼랑의 끝에서 희망을 논하다

강형구 소장은 고압산소치료기 도입 이후 가족동반 자살 시도자가 기억에 가장 남는다고 했다. 30대 여성과 아이 2명으로 119 구급대원 의해 인근 3개 병원으로 이송 된 후 전문 처치를 위해 한양대병원 권역응급센터에 이송됐었다. 이 가족은 번개탄을 이용한 자살시도자였으며 의식불명의 상태로 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를 하고 고압산소 치료를 시행해서 의식 회복 후 정상적으로 퇴원했다. 그는 경제적인 어려움이 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그는 “일산화탄소 노출 환자 대부분이 삶을 비관해 자살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며 “진료비 때문에 많은 자살시도자들이 초기엔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병원은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의 원활한 진료와 사회복귀를 돕기 위해 다방면으로 시스템을 갖췄다”며 사회복지팀과 생명사랑팀이 지역사회기관 통해 의료비지원을 연계하고 있으며, 생명보험사회복지재단에서 의료비지원펀드를 만들어 자살시도자들에게 지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병원은 자살 예방 차원에서 환자 퇴원 이후 약 4주간에 걸쳐 전화 및 방문관리를 통해 환자들이 안정적인 삶을 갖출 수 있도록 할 뿐만 아니라 환자 거주 지역 내 `건강증진센터'와도 연계해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등 환자의 사회 적응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병원의 노력을 치하했다.

■중독환자 위한 `중독센터' 개설 목표 

강 소장이 응급의학과 전문의로서 자살시도 환자들을 위한 진료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된 것은 레지던트 때부터다. 

그는 “1997년 레지던트 시절, 응급실 근무를 하면서 중독환자를 많이 접하게 됐는데 경험이 쌓이다 보니 중독환자들을 위해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더욱이 응급실 진료를 보면서 중독환자들에 대한 진료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거나 환자들이 홀대받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도 인력, 진료수가, 의료지원 등의 측면에서 외상환자의 열악한 환경과 별반 다르지 않다”며 “자살을 시도한 환자들의 경우 병의원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소외받는다”고 전했다.

강 소장은 “고압산소치료기 도입으로 중독환자들을 체계적으로 진료하다보니 `센터'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향후 일산화탄소와 약물중독은 물론 뱀 중독, 버섯중독 등 `모든 중독 환자'를 중점으로 보는 전문센터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센터를 통해 환자를 거부하지 않고, 다른 병원보다 `중독환자를 전문적으로 잘' 보는 한양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를 만들어 가고 싶다는 것이 꿈이자 포부”라며 웃었다. 

■일산화탄소 중독환자 위한 `사회적 시스템' 갖춰야

강 소장은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들은 사회적 약자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료보험 혜택이 예전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고 해도 자살을 시도한 사람에 대한 혜택까지 많아진 것은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의료보험 혜택을 받더라도 스스로 상해를 입혀 병원 진료 및 치료를 받았기 때문에, 공단이 소송을 통해 지불한 비용을 회수하고 있다”며 “이는 결국 환자를 두 번 죽이는 일로,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자살을 시도한 사람은 언제든 삶을 비관해 다시 자살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지만, 우리나라에는 자살시도에 대한 감시체계 및 신고체계가 별로 갖춰져 있지 않다”면서 “이런 환자들을 사회 안전망 속에서 관리하고 보호하는 시스템을 갖춘다면 우리나라 자살률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산화탄소에 노출된 환자는 신속하게 치료를 받으면 일상생활로 복귀하는데 어려움이 없다”며 “한양대병원은 일산화탄소 중독 치료에 최적화돼 있는 병원으로, 환자 치료에 자신이 있다”고 자부했다.

아울러 “한양대병원은 `사랑을 실천하는 병원'으로 자살 환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진료비, 입원 문제, 진료거부 문제가 없도록 할 것”이라며 “경증 및 중증 환자들이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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