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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클러 설치, 억단위 들 수 있다…"합리적 방안 필요"
스프링클러 설치, 억단위 들 수 있다…"합리적 방안 필요"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8.07.18 1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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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전문가들 “비용‧시간 무시 못해”…의료계 “방독면 구비가 더 효율적”

소방청에서 최근 병원급 의료기관과 입원실이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는 입법을 예고한 가운데 의료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화재에 대한 모든 의무와 책임을 의료기관에 떠넘기면서 정부가 아무런 현실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입법이 예고되자 일부 병‧의원에서는 심각하게 병원과 더불어 의원 내 입원실 폐쇄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예상된다.

소방청은 지난달 27일 병원급(30병상이상)이상의 의료기관과 입원실이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에 스프링클러설비, 자동화재속보설비, 방염성능기준을 갖추도록 하는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ㆍ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안’ 입법예고했다.

그러나 해당 개정안에 대해 의료현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의료계 일각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 이번 입법예고에 해당되는 병‧의원들 중 다수가 세입자라는 것이 개정안 반대에 큰 이유 중 하나다.

개원가 A 원장은 “사고만 터지면 효율적인 대안을 찾기보다는 의료계를 옥죄는 규제만 더해지고 있다”며 “화재를 막자는 취지는 동의하지만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는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임대 건물 세입자인 상황에서 수천 혹은 수억대까지 지불하면서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라는 말은 진료를 하지 말라는 얘기와 같다”며 “건물주의 경우에는 스프링클러 설치가 좀 더 용이할 수 있겠지만 세입자가 대부분인 영세 병‧의원에게 모든 소방시설 설치 부담을 지게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스프링클러 설치를 전문으로 하는 A업체에 문의해 본 결과, 스프링클러 설치는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설치비용의 경우 물탱크 여부, 펌프의 종류와 개수, 현장 면적 등 여러 가지 사안을 종합해 적게는 5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 원까지 들 수 있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설치 기간에 병‧의원을 운영할 수 없다는 점도 큰 문제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평균적인 공사 기간은 1주일에서 최대 2주. 지속적인 환자 내원과 치료가 병행돼야 하는 의료기관의 특성상 2주 간의 공백은 국민 건강에 대한 치명적 문제 발생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스프링클러 설치 전문 업체를 운영하는 B씨는 “제대로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려면 현장 상황에 따라 변수가 많지만 대략 수천만 원에서 억대까지 들 수 있고 공사 기간도 1주에서 2주정도는 잡아야 한다”며 “이번에 소방시설 관리법이 개정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많은 병‧의원들이 문의를 하고 있다. 모두 시간과 비용 문제에서 고민이 많았다”고 전했다.

박홍준 서울특별시의사회 회장도 “의료기관들의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많은 비용이 발생하는 스프링클러 의무화는 비용 상 어려움은 물론, 매일 진료를 하는 의료기관의 특성상 공사를 진행하려면 장기간의 환자진료에 차질이 발생하는 등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새로 입주하는 세입자의 경우는 건물주와 상의해 비용을 분담하거나 신축 과정에서 좀 더 저렴하게 소방시설을 완비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에 입주해 있는 대부분의 병‧의원들은 설치에 대한 어떤 정부 및 건물주의 지원을 받을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이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소방안전관리사 C씨는 “새로 입주하는 병‧의원의 경우는 애초에 계약을 할 때 소방시설에 대한 부분을 함께 논의해 공동으로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그러나 기존 입주 병‧의원들 같은 경우는 정부지원도 받지 못하고 건물주가 소방시설에 대해 공동으로 비용을 지불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정성균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이에 대해 “현실은 도외시한 채 규제만 강화하는 이번 법안은 탁상행정의 전형으로 비판받아야 한다”며 “타 기관의 지시사항을 소방청에서 면밀한 검토 없이 진행하는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소방청을 강력히 비판했다.

이어 정 대변인은 “소방청이 해당  입법예고를 취소하지 않으면 의협은 사유재산 침해행위로 판단해 법적인 조치를 포함한 가능한 모든 대응에 나설 것”이라며 “이로 인한 환자와 국민 피해는 온전히 소방청에 있다”고 규탄했다.

한편 스프링클러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자 이에 대한 대안으로 방독면 구비가 더 효율적이라는 주장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앞서 있었던 밀양 세종병원 화재 사건의 경우 대부분의 사망환자들이 질식사였다는 점에서 착안된 것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현재 의료기관에 대한 화재 예방이 스프링클러에만 집중되고 중요성이 부각되는 것 같다”며 “오히려 기존에 있었던 병원 내 화재 사건을 보면 대부분이 질식에 의한 사망환자가 다수인 점에서 병실 마다 방독면을 구비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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