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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정보] 의료기관 중복개설 어디까지 허용될까?
[법률정보] 의료기관 중복개설 어디까지 허용될까?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8.07.18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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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의료기관 진료행위 대한 판단 기준 이중해석 가능성 함의

# 의료인이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한 후 이와 별도로 명의를 빌려 다른 의료기관을 개설, 운영하고 각 의료기관을 운영하면서 필요한 자금의 조달을 했다면 의료기관 중복개설로 인한 위법일까?

# 기존 의료기관을 인수한 후 명의변경을 하지 않고 기관을 운영했다면 이 또한 의료기관 중복개설로 인한 위법에 해당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경우 모두 위법이다. 판례를 살펴보면 대법원은 의료법 따라 의료인은 어떤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첫 번째 사례의 경우, A치과의사는 다른 명의를 빌려 A, B, C 치과의원을 개설‧운영했다. 법원은 A치과의사가 각 치과를 운영하면서 그 시설과 인력의 관리,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그 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했다고 인정, 이 사건 공소사실 중 1인 1개설‧운영 원칙 위반 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두 번째 사례는 다른 의사의 명의로 새로운 의료기관을 개설해 자신의 주관 하에 의료행위 등을 하게 하거나 의료기관을 인수한 뒤 개설자 명의변경을 하지 않고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행위에 대해 그 형식과 상관없이 의료법 제33조 제8항의 위반행위로 판결 했다.

■의료법상 의료기관 1인 1개설 및 운영원칙의 판단기준

의료법 제4조 제2항은 ‘의료인은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의료법 제33조 제8항 본문은 ‘의료인은 어떤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이하 의료법 제33조 제8항 본문의 금지규정을 ‘1인 1개설‧운영 원칙‘이라고 한다).

의료법 제33조 제8항에서 의사가 개설‧운영할 수 있는 의료기관의 수를 1개소로 제한하고 있는 취지는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의사가 자신의 면허를 바탕으로 개설된 의료기관에서 이뤄지는 의료행위에 전념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장소적 한계를 설정해 의료의 적정을 기하고 국민의 건강을 보호‧증진하고자 한 것.

이런 의료법의 규정 내용 등에 비춰 보면, 1인 1개설‧운영 원칙에 반하는 행위 중, 의료기관의 중복 개설이란 ‘이미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한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 등의 명의로 개설한 의료기관에서 직접 의료행위를 하거나 자신의 주관 아래 무자격자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게 하는 경우’를 말한다.

또한 이와 구분되는 의료기관의 중복 운영이란 ‘의료인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에 대해 그 존폐‧이전, 의료행위 시행 여부, 자금 조달, 인력‧시설‧장비의 충원과 관리, 운영성과의 귀속‧배분 등의 경영사항에 관해 의사 결정 권한을 보유하면서 관련 업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도록 하는 경우’를 뜻한다.

즉 의료기관의 중복 운영에 해당하면 중복 개설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1인 1개설․운영 원칙에 위반한 것이 된다.
 
나아가 구체적인 사안에서 1인 1개설‧운영 원칙에 어긋나는 의료기관의 중복 운영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위와 같은 운영자로서의 지위 유무를 잘 따져야 한다.

다시 말해 둘 이상의 의료기관 개설 과정, 개설명의자의 역할과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고 지목된 다른 의료인과의 관계, 자금 조달 방식, 경영에 관한 의사 결정 구조, 실무자에 대한 지휘․감독권 행사 주체, 운영성과의 분배 형태, 다른 의료인이 운영하는 경영지원 업체가 있을 경우 그 경영지원 업체에 지출되는 비용 규모 및 거래 내용 등의 제반사정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둘 이상의 의료기관이 의사 결정과 운영성과 귀속 등의 측면에서 특정 의료인에게 좌우되지 않고 각자 독자성을 유지하고 있는지, 또는 특정 의료인이 단순히 협력관계를 맺거나 경영지원 혹은 투자를 하는 정도를 넘어 둘 이상의 의료기관의 운영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의료법상 타 의료기관에서의 진료행위에 대한 판단 기준

그렇다면 타 의료기관에서의 진료행위에 대해 법원은 어떻게 판단하고 있을까.

최근 전주지방법원은 자신이 개설한 안과가 아닌 타 안과에서 정기적으로 수술을 한 의료인에 대해 1심 무죄혐의를 파기하고 2심에서 벌금형 100만 원을 선고했다. 

1심과 2심에서 다른 판결이 나온 이유는 의료법 33조와 39조의 다른 해석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33조 1항에 따르면 의료인은 법에 따라 의료기관을 개설하지 않고 의료업을 할 수 없으며, 그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8조에서는 의료기관의 수를 1개소로 제한하고 있다.

반면, 의료법 제39조 제1항은 의료인이 다른 의료기관의 장의 동의를 받아 그 의료기관의 시설·장비 및 인력 등을 이용해 진료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2항에서는 의료기관의 장이 그 의료기관의 환자를 진료하는 데에 필요하면 해당 의료기관에 소속되지 아니한 의료인에게 진료하도록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의료기관 장소와 의료업에 대한 규제를 명시한 33조와 타 의료기관에서 진료할 수 있도록 한 39조 사이에서 다른 법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실제로 판례를 살펴보면 해당 사건 1심에서는 의료인이 다른 사람이 개설한 의료기관에 고용돼 보수를 받고 의료행위를 하는 것은 의료업 영위로 볼 수 없는 점, 의료기관의 장은 그 의료기관의 환자를 진료하는 데에 필요하면 해당 의료기관에 소속되지 않은 의료인에게 진료하도록 할 수 있는 점 등을 근거로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에서는 의료인이 특정 시기 다른 병원에 내원하는 환자들을 진료할 필요성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 없이 일률적으로 진료하게 하는 것은 대가를 받지 않더라도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이에 의료계 일각에서는 타 의료기관에서의 진료행위에 대한 일률적인 잣대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는 상황. 의원급 의료기관에서의 협진제도를 활성화 시켜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의료계 관계자는 “사전에 환자에게 동의를 구하고 소속이 명확한 전문의 간 협진이라면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환자 건강을 위해서 각 개원가 소속 진료진과 장비를 공유할 수 있는 협진제도를 원활히 할 수 있도록 법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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