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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국회, 외국인 건강보험 ‘먹튀’ 방지책 마련 활발
정부·국회, 외국인 건강보험 ‘먹튀’ 방지책 마련 활발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8.07.17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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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는 ‘제2 건강보험 설립’까지 제안…정부·여당·공단은 ‘시기상조’ 입장

날로 심각해져 가는 외국인의 건강보험 무임승차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활발히 움직이고 있어 주목된다. 의료계는 ‘제2 건강보험’을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했지만 정부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자유한국당 박인숙 의원은 외국인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요건을 강화한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16일 대표발의했다.

현재 건강보험 혜택을 이용하기 위해 단기간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 건강보험 무임승차자’가 상당 수 존재하고 이로 인한 재정 적자도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외국인 ‘건강보험 무임승차자’가 약 3만여 명에 달하고, 외국인 지역가입자로 인해 지난해 발생한 건보재정 적자만 2050억 원에 달해 지난 2012년 778억 원과 비교해 단기간 동안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박 의원이 제출한 개정안은 외국인 지역가입자 자격 요건을 현행 국내 체류기간 ‘3개월 이상’에서 ‘1년 이상’으로 연장해 1년 이상 국내에 거주했거나 거주할 것으로 예상되는 외국인만 가입할 수 있게 했다.

‘외국인 건강보험 무임승차 문제’는 오랜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돼 왔던 사안으로 정부도 관련 대책을 세우고 추진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6월 7일 열린 국무총리 주재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 등과 함께 ‘외국인 및 재외국민 건강보험제도 개선방안’을 보고했다.

이날 복지부는 6개월 이상 국내체류 외국인 및 재외국인에 대해 국내 건강보험 지역가입을 의무화 하고, 현행 ‘3개월 이상 체류 시 본인 의사에 따라 임의 가입’ 규정을 ‘6개월 이상 체류 시 의무 가입’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외에도 건강보험 지역가입이 허용되지 않던 인도적 체류허가자의 가입을 허용하고, 소득·재산 등 능력에 따라 보험료를 부과하되, 소득·재산 파악이 곤란해 적정 보험료 부과가 어려운 외국인은 건강보험 가입자 평균 보험료를 부과하는 내용도 담았다.

보험료를 체납한 외국인에 대해서도 체류기간 연장신청 및 외국인 등록 시 체류기간을 제한하는 등의 제재 조치와 건강보험증 대여·도용 등 부정 사용자를 신고한 경우 신고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신설하고, 부정사용자 처벌 요건을 현행 ‘징역 1년 또는 벌금 1000만원 이하’에서 ‘징역 3년 또는 벌금 3000만원 이하’로 개정하는 등 처벌 규정도 강화했다.

외국인 가입자 요건 강화 넘어 제2 건강보험 신설 필요성도 제기돼
이처럼 외국인의 건강보험 무임승차를 막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활발히 움직이고 있지만 의료계는 이를 넘어 아예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제2 건강보험 즉 ‘개방형 역외 건강보험’을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건보재정 건전성 강화’뿐만 아니라 ‘미래 먹거리 창출’ 효과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중소병원협회는 지난 5월 31일 열린 제28차 정기총회 및 학술대회에서 ‘건강보험개방과 의료기관의 질 향상’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열고 ‘개방형 역외 건강보험공단’ 설립 필요성을 검토한 바 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이용균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겸임교수는 “재외국민과 주요 국가들의 외국인을 대상으로 별도의 건강보험을 실시함으로써 건보재정 효율화를 도모할 수 있다”고 주장했고, 토론자로 나선 정영호 중소병원협회장은 더 나아가 “역외 건강보험은 침체된 중소병원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낸 바 있다.

이처럼 외국인을 위한 제2 건강보험 신설에 대한 중소병원계의 기대가 크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외국인 건강보험 무임승차 제한’의 경우 정부 입장에서는 건보재정 누수를 줄여 ‘문재인 케어’ 등에 소요되는 재정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도 있는 만큼 적극 공감을 나타내고 관련 대책도 내놓았지만, ‘제2 건강보험 신설’은 어디까지나 중소병원계에서 단독으로 제기한 주장이고 새로운 조직과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외국인 대상 제2 건강보험을 신설하려면 필연적으로 적잖은 재원과 인력, 행정적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경우에 따라 다른 국가 또는 UN이나 WHO 등 국제기구와 협의까지 필요할 수 있다. 외교적 문제까지 수반될 수 있을 정도로 무거운 사안이어서 정부와 여당은 신중한 모습이다.

실제로 조원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보건의료전문위원은 중소병원협회 주최 토론회에서 제2 건강보험을 신설할 경우 일정 체류 외국인에 대해 자국의 사회보장 혜택을 줘야 한다는 국제협약 원칙을 침해할 소지가 있고, ‘의료 영리화’를 위해 정부가 별도의 건강보험을 운영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외국인의 대형병원 쏠림현상 발생 우려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건강보험 가입자 자격관리업무를 담당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익희 기획상임이사도 지난 5월 15일 출입기자협의회와 간담회에서 외국인 대상 건강보험 설립 논의와 관련해 “제도 도입 이전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아서 현재로서는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하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16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의료계 입장에서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신선한 방안이라고 생각하지만 새로운 제도를 신설하는 문제인 만큼 현재 단계에서는 논의하기가 힘들다”면서 “앞으로 사회적 공론화가 충분히 이루어졌을 때 구체적으로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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