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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장병원 ‘꼼짝마’…‘서울시의사회가 나선다’
사무장병원 ‘꼼짝마’…‘서울시의사회가 나선다’
  • 홍미현 기자
  • 승인 2018.07.10 0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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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경찰청-의료계 나서 법·제도·감시 강화해 뿌리 뽑는데 앞장

#. 의사 A씨는 2008년 7월~2012년 10월까지 비의료인에게 의원 개설자금을 투자하게 한 뒤 매년 450만원의 대여료를 받았다. A씨는 의사면허를 대여했다 적발됐다.

#. 사무장병원 운영자 B씨는 의사 C씨와 함께 제천시에 병원을 개설했다. 비의료인으로 의료법상 병원개설이 어려웠던 B씨는 브로커를 통해 의사 D씨로부터 면허를 빌렸다. 이후 B씨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의료급여 6억원을 부정 청구했다가 사무장병원으로 적발됐다.

#. 사무장병원 운영자 E씨는 의사 F씨와 G씨의 명의로 요양병원 2곳을 개설해 약 6년간 공단과 보험사에 요양·의료급여 291억원, 보험금 27억원 등 318억원을 부정 청구해 적발됐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9년간(2009년~2017년) 적발된 '사무장병원'은 1402곳이었다. 연도별로 사무장병원은 2010년 45곳에서 2011년 158곳으로 한 해 동안 적발건수가 3배 이상 늘었고, 2016년에는 244곳으로 5년 새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에는 253곳이 적발돼 해마다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건강보험제도와 의료체계를 뒤흔드는 사무장병원을 뿌리 뽑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불법개설자를 찾아내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처벌도 벌금으로 가벼운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불법의료기관인 사무장병원을 뿌리 뽑기 위해 정부와 경찰청, 의료계가 칼을 빼 든 가운데 특히 서울시의사회가 서울 지역 사무장병원과 요양병원 등 불법의료기관을 척결하는데 앞장서 나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 ‘미꾸라지’ 같은 사무장병원

사무장병원은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자가 의료면허를 가진 사람을 고용하거나 면허를 빌려 개설한 불법의료기관을 말한다. 현행 의료법상으로는 의사면허를 가진 의료인만 병의원을 개설할 수 있다.

그러나 비의료인이 운영하는 사무장병원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비급여 진료 및 과잉진료와 건강보험 부당 청구, 보험사기 등을 통해 투자 대비 막대한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무장병원의 가장 큰 문제는 ‘건강보험 재정’ 악화와 ‘의료의 질’ 저하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수익에만 치중하다보니 시설투자는 외면해 환자 안전을 위협하기도 한다. 

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7년간 연도별 요양급여비용 환수 결정액'을 보면, 요양급여 환수 결정액은 2010년 1130억원에서 2011년 1920억원, 2012년 2030억원, 2013년 3590억원, 2014년 5500억원, 2015년 6760억원, 2016년 7110억원, 2017년 7830억원으로 해마다 늘었다. 7년간 무려 7배나 증가한 셈이다.

더욱이 불법 사무장병원의 부당수령 금액이 최근 5년간 1조4721억원을 넘어섰지만 징수 금액은 1079억원, 환수율은 7%에 불과해 국민들이 내는 건강보험료가 줄줄이 새는 동시에 국민건강보험료 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법·제도 강화로 ‘초반에 잡자’

불법 사무장병원은 전반적인 의료서비스의 질 하락을 불러올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재정 낭비의 주요한 원인이며, 국민건강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지고 선량한 의료인들까지 피해를 입게 하는 의료 적폐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정부-공공기관-의료계가 사무장병원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다양한 근절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건보공단은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 의료기관 개설권 폐지와 지역 의사회를 통한 사전감시, 의료법인 설립기준 구체화 및 관리체계를 강화 등을 통해 사무장병원 개설 장벽을 높이기로 했다. 

또한, 복지부와 공단은 보건복지부 특별사법경찰의 권한을 활용해 사무장병원 단속 강화와 함께 의료인 자진신고 감면(리니언시) 제도 등 의료계 자정 활동 유도와 사회적 감시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사무장병원 퇴출 시 불법 개설자 형사처벌과 비급여 진료비용에 대한 몰수·추징, 체납금액 징수 등 처벌 수위를 높여 사무장병원을 통해 불법적으로 얻은 이익을 국가에 모두 환수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청은 지난 7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3달간 사무장 요양병원 특별단속을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비의료인에 의한 요양병원(한방병원) 설립·운영 행위와 요양급여 부정청구 및 보험사기 행위, 무자격자 등에 의한 불법진료 행위, 기타 사무장병원 관련 각종 불법행위를 중점 단속한다.

또한, 경찰은 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및 경찰서 지능·경제팀 중심으로 수사력을 집중 투입해 사무장병원 관련 비리를 강력 단속하고 각 지방청 지수대에 사무장·요양병원 불법행위 전문수사팀을 1개 이상 지정해 전문 수사체계를 구축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직접적인 행위자 이외에도 실제 범행을 계획하거나 지시한 사람, 부패고리의 최상위에 있는 배후세력·주동자도 끝까지 추적해 엄단할 계획이다.

국회에도 지난 1월 민주평화당 김광수 의원의 의료법 개정안 발의를 시작으로 사무장병원을 근절하기 위한 법안 발의가 줄을 잇고 있다. 김 의원이 발의한 '사무장병원 방지' 법안은 다른 사람에게 면허증을 대여해 면허가 취소된 의료인에 대해 면허를 재교부 받지 못하도록 하는 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늘려 제재를 강화하는 동시에 의료인 면허증 대여 금지, 의료기관 개설자 제한 등에 대한 위반 여부를 조사하는 검사를 거부하거나 방해·기피하는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 공단-각 구의사회 공조로 ‘척결 앞장’ 

서울시의사회도 서울 지역 ‘사무장병원’ 척결을 위해 앞장서 나가기로 했다. 이를 통해 건강보험 재정 낭비와 의료서비스 질 하락을 막고, 선량한 의사회원들의 피해를 최소화 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서울시의사회 의장단 및 전문위원회에서는 '사무장병원 근절(징계)을 위해 집행부에서 각 구의사회별로 신고를 받아 조사 방안 등을 추진해 달라'는 요청에 따라 불법 관행 척결에 나섰다.

현재 서울지역에서는 사무장병원, 면허대여 약국 등 불법 의료기관 개설·운영을 차단하는 한편 기관 간 정보공유를 통해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건보공단 서울지역본부 주최로 협의체가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의사회는 이 협의체 운영을 더욱 강화해 사무장병원 개설 여부와 개설자 등을 찾아나선다는 방침이다.

또 서울시의사회 25개 각 구의사회 협조를 통해 ‘사무장병원 의심기관’을 제보받아 리스트를 종합한 뒤 서울지역 협의체에 정보를 제공, 현지조사가 바로 진행될 수 있도록 의뢰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건보공단 서울지역본부에 ‘진료비 청구현황 확인 협조’를 요청해 사무장병원이라는 정확한 증거를 확보하는 등 불필요한 건강보험 재정 지출을 최소화할 예정이다. 나아가 대한의사협회 사이비의료대응팀에도 협조를 요청해 사무장병원이 근본적으로 퇴출될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가기로 했다. 

서울시의사회는 "불법 사무장병원을 근절하기 위해 복지부, 공단 및 각 의료계 단체 등이 참여하는 ‘불법의료기관 대응 지역 협의체’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며 "협의체에서의 활동을 중심으로 불법 사무장병원 척결을 위한 적극적인 대응과 회원 피해 최소화를 위해 사무장병원 고용 의사들이 자발적으로 신고될 수 있도록 적극 홍보하는 한편 사무장병원으로 의심되는 기관에 대해선 즉시 제보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무장 병의원의 척결을 위해 반드시 회원들의 적극적인 제보가 필요하다"며 ”의사회는 지속적인 정보수집을 통해 고발조치 등 회원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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