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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환자로 향한 ‘주폭(酒暴)의 주먹’의협, 서울시의 등 성명서 잇따라 발표…“솜방망이 처벌이 원인”
송정훈 기자 | 승인 2018.07.06 13:56

최근 주폭(酒暴)의 주먹이 응급실 의사의 얼굴에 잔혹하게 꽂히면서 해당 의사의 손길을 기다리던 환자들을 망연자실하게 했던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1일 전북 익산의 한 2차 병원 응급실에서 발생한 주취자의 의사 폭행 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지며 의료계가 공분한 것인데 이와 관련, 대한의사협회는 가해자의 강력처벌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고 서울시의사회 역시 전국 시·도의사회 중 최초로 성명서를 발표, 경기도의사회·전남의사회까지 잇따라 성명서를 내며 의료계의 분노는 전국을 뒤덮었다. 

이어 대한개원의협의회·전국의사총연합·대한병원의사협의회 등 의료계 단체와 대한응급의학회도 분노하며 성명서를 발표해 의사폭행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 및 응급실 폭력 재발 방지를 위한 정부 및 지역사회의 노력을 촉구했다.

성명서를 낸 의료계 단체들은 한 목소리로 “응급실 등 의료기관에서의 의사폭행은 단순히 의료인의 폭행만을 의미 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국민 건강과 직결된 문제”라고 성토했다.

지난 2일 성명서를 발표한 대한의사협회(회장·최대집)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의료인 폭행에 대한 심각성을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의협은 “국민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의사폭행이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홍보 및 계도해야 한다. 응급의료법 개정으로 처벌이 강화됐지만 여전히 의사폭행은 재발되고 있다”며, “의료법 강화에도 의사 폭행이 지속되는 이유는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라고 밝혔다. 

의협이 이같이 주장한 이유는 의사폭행 가해자들이 현재까지 경미한 처벌만 받고 끝나기 때문인데, 실제로 이번 전북 익산 폭행 가해자 역시 경찰서에서 바로 풀려났고 폭행당한 응급의학과 전문의 이모(37)씨는 보복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했다.

전국 시·도의사회 중 가장 먼저 성명서를 발표한 서울특별시의사회(회장·박홍준) 역시 이번 사태가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의료진 폭행 가해자에 대한 미흡한 처벌 수준에 대해 쓴 소리를 낸 것이다.

서울시의사회는 “의료법 개정 등 제도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의사폭행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이다”며 의료기관내 의사폭행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 태도를 지적했다.

서울시의는 “정부는 의사 폭행 사건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있으며, 폭행에 따른 대응이나 지침이 미흡하다. 의료 현장에서 의료진에 대한 폭행 빈도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대한응급의학회의 ‘전문의 총 조사(394명 대상)’ 자료를 살펴보면, 응답자의 50%가 환자나 환자의 보호자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응답했고 80.7%는 폭언을 들었다고 답했으며, 대한응급의학지의 ‘응급실 폭력과 폭행대응의 이해와 변화조사(2015)’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80.7%가 폭언, 50%가 폭행에 시달리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 중 39.1%는 생명에 위협까지 느꼈다고 전했다.

서울시의사회는 “일부 의료진들은 공권력이 응급실 폭력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을 정도”라며 공권력의 부적절한 대응이 의료기관 폭행 재발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의료기관 폭행이 근절될 수 있도록 사법당국의 최선의 노력을 촉구했다.

서울시의사회에 이어 성명서를 발표한 전라남도의사회(회장·이필수) 역시 의협·서울시의사회와 마찬가지로 ‘솜방망이 처벌’이 계속되는 의사폭행의 주된 원인이라며 의사폭행에 대한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즉각 삭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남의사회는 “응급실에서의 의사폭행은 다른 환자의 생명에도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는 다중폭행과 살인이다. 이에 대해 현행 강력범으로 구속수사를 해야 한다. 또한, 의료인 폭행에 대한 반의사불벌죄 조항 역시 즉각 삭제해야 한다”고 분노했다.

이어 전라남도의사회는 2500여 명의 전남의사회원 일동 명의로 의료인에 대한 폭행이 근절될 수 있도록 각 지역의 병·의원과 경찰서 간 핫라인 폴리스콜 시행이라는 구체적인 해결책도 요구했다. 

또한, 해당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익산경찰서에도 “응급실에서 근무 중인 의사를 폭행하고 살해협박 한 가해자를 즉각 구속수사하라”고 촉구했고 사법당국에도 강력한 처벌로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찰 출동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의사폭행 가해자

경기도의사회(회장·이동욱)는 이보다 더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경기도의는 난동을 부린 가해자의 즉각적인 구속은 물론 더 나아가 익산경찰서장의 직위 해제까지 요구한 것이다.

경기도의사회는 “출동한 경찰은 응급실에서 난동을 부리는 현행범에 대해 수수방관하는 안일한 태도를 보였고 범죄 행위 이후 감옥에 갔다 와서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중범죄자를 다시 풀어줬다”며, “이 같은 태도는 안전 불감증을 넘어 피해자의 목숨을 방관하는 행동이다”고 경찰을 질타했다.

또한 “최근 단식 중인 국회의원에 대한 폭행사건에서 경찰은 즉각 현행범을 구속했고 대한항공 조현민의 물컵을 던진 행위에 대해서도 즉각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이번 응급의료기관 의사 폭행사건에 대한 경찰의 대응 태도는 너무나 실망스럽다”며, “국민의 생명을 담당하는 진료 현장의 안전성 확보에 대한 기본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고 전했다.  

더 나아가 경기도의사회는 “진료 중 의료인 폭력사건에 대한 구속수사원칙의 업무지침을 제정하고 진료 중 의사 보호에 대한 근본적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면서 13만 회원들과 함께 정부의 ‘진료거부금지, 강제 진료명령권’ 조항에 대한 헌법상 저항권에 기인한 불복종 운동 및 즉각적 철폐 운동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것도 경고했다.

전국의사총연합(상임대표‧이수섭)도 담당 경찰관의 징계를 요구하며 경찰관의 안일한 태도를 지적했다.

전의총은 “이번 의사폭행 사건에서 의사들을 더욱 분노케 한 것은 경찰의 안일한 대처와 태도였다”며, “경찰은 의사를 폭행하고 살해협박까지 한 현행범을 아무런 조치도 없이 풀어줬으며 오히려 고발을 하려는 피해자에게 담당경찰이 없다는 핑계로 문전박대를 했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어 폭행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사건 담당 경찰관 강력 징계, 의료인 보호를 위해 모든 응급실에 경찰 파견, 의료인 폭행 환자에 대한 보험자격 상실 법안 발의 등을 주장했다.

의료계에서 가장 강력하게 반발한 전국의사총연합은 “주취자가 응급실에 내원할 때 동행한 경찰이 없거나 확실한 신변보호가 되지 않는다면 응급실 의사는 생명의 위협을 느껴 주취자의 진료를 거부할 것이다"며, "의사폭행 사건이 계속 된다면 응급실 전면 파업, 경찰의 수사협조도 거부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개원의협의회(회장‧김동석)도 3일 성명서를 통해 “아무리 ‘엄격한 법’이 있어도 제대로 집행되지 않으면 무용지물과 같다. 사회악의 학습은 생각보다 빠르고 심각하다”며, “경찰의 미온적인 대응과 법원의 솜방망이식 처벌이 반복될수록 응급실뿐만 아니라 진료 현장은 누군가에 의해 또 다른 비극의 현장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대개협에서 말한 ‘엄격한 법’은 2015년 1월 개정된 응급의료법을 지칭하는 것으로 2015년 1월 28일 개정한 응급의료법은 응급의료종사자의 응급환자에 대한 구조·이송·응급처치를 방해하거나 진료 중 폭행, 협박 등의 방법으로 방해, 의료기관 등의 응급의료를 위한 의료용 시설, 의약품 등 기물을 파괴·손상하거나 점거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으며 이를 어길 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처해진다.

대개협은 “진료권은 중요하다. 환자와 의사의 진료권은 의사의 노력만으로 지킬 수 없다”며, “환자가 될 수 있는 모든 사람이 진료권을 지켜야 하며 특히 공권력을 쥐고 있는 경찰과 법원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공권력 집행과 법 집행이 올바르게 이뤄지지 못한다면 법은 오히려 범죄를 조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응급실에서의 의사폭행으로 가장 충격을 받았을 응급의학전문의들을 대표하는 대한응급의학회(이사장·홍은석)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응급 의료인에 대한 국민적 신뢰와 지지를 호소했다. 

대한응급의학회는 “가해자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을 경찰과 검찰, 사법 당국에 촉구한다. 응급실 폭력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정부 당국과 지역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응급실 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요구사항을 몇 가지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응급 의료인에 대한 폭행은 응급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로 관계 당국에서 엄정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것이며, 응급의료기관들도 안전 요원의 확보와 배치, 운영을 통해 응급 의료인들과 응급환자들의 안전한 진료 환경 조성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회는 “안전한 응급의료현장만이 응급상황에서 국민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 응급의료현장의 응급의료인에 대한 폭력은 중대 범죄라는 사실을 사회 전반적으로 공유해야 한다”며 안전한 응급실 환경 조성을 위한 국회와 정부 관계 당국, 관련 전문가 학회와 시민 단체의 긴급 토론회를 제안했다.

대한응급의학회는 이번에 폭행당한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속히 응급의료 현장에 돌아올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점도 덧붙였다.

의사를 폭행하는 장면이 담긴 CCTV 화면

송정훈 기자  yeswal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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