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갑을관계서 벗어나 병원-기업이 적극 협력”
“기존 갑을관계서 벗어나 병원-기업이 적극 협력”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8.07.04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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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우 고려대병원 의료기기상생협력단장, 의료기기 별도수가 필요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맞아 보건의료분야에서도 신기술이 절실한 시점이다. 하지만 국내 의료기기업계의 경우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미국과 유럽 등의 거대 기업에 비해 우리나라 의료기기 기업들이 대부분 영세한 이유로 충분한 기술투자가 어려운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실제로 의료 분야에서 통용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 의사가 쓰지 않으면 그만이기에 기술개발 과정에서 직접 의사에게 내 아이디어가 괜찮을 것인지 물어볼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으면 좋겠지만 ‘갑’과 ‘을’로 불리는 병원과 의료기기업체의 관계 때문에 그런 기회도 쉽게 주어지지 않는 실정이다.

올해 출범 4년째를 맞은 고려대병원 의료기기상생협력단(단장·박건우 신경과 교수)은 병원과 의료기기 기업이 기존의 ‘갑을관계’에서 벗어나 기술개발 단계 이전부터 아이디어를 공유하기 위한 조직이다.

협력단은 특히 의료기기 관련 사업화 및 의료진 연결 액셀러레이팅을 적극 돕는 W.ingK 클럽(이하·윙크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박건우 단장(사진)은 최근 기자와 만나 “우리나라 의료산업은 사실상 고사 직전이다. 특히 의료기기 분야의 경쟁력이 부족하다”면서 “병원과 기업이 서로 아이디어를 공유해 연구중심 수익창출 구조를 만들어 이런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협력단이 출범했다”고 밝혔다.

그는 “중소기업의 경우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와 제품화되기까지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려 이 과정에 병원의 적극적 도움이 필요하지만 기존 병원들은 진료만 하기에도 부족한 실정이어서 어려웠다”며 “협력단은 이런 한계에서 벗어나 산업자원부로부터 직접 펀딩을 받아 엑셀러레이팅 뿐만 아니라 인증 후까지 업체의 실력을 검증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윙크클럽은 기업 친화 조직으로 기업으로부터 제안서가 들어오면 우선 기업들이 의사와 만날 기회부터 제공해 조언해주고 투자회사도 섭외해주는 등 신뢰성을 보장해주고 있다”며 “수많은 규제 장벽도 뛰어넘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윙크클럽은 믿을 수 있는 전문성과 체계로 병원-기업간 최적의 조화 및 최상의 시너지 제시를 기치로 △아이디어 상호보호 △시제품 제작위원회 설립 △실비수준 (비)임상연구 프로세스 △시장진출을 위한 다기관 임상연구 프로세스 △국산의료기기 대형 테스트 베드 구축 △실사용자(의료진, 간호부) 사용자 평가 진행 △표준화된 프로세스를 갖춘 테스트 베드를 통한 신속한 피드백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 4년간 체결된 공동연구계약은 26건에 이르고 203건의 기업과 의료진간의 아이디어 교류가 이뤄졌을 뿐만 아니라 지금도 새로운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검증받고자 하는 기업들의 문의가 협력단에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협력단이 이러한 과정을 통해 새로운 알고리즘으로 개발해 제품화 및 건강보험 급여화까지 이뤄진 마취심도 측정기(사진)는 기존에 외산기기가 독점하다시피 했던 시장 판도를 바꿔 기존 수가를 떨어트리기도 했다. 외국산만 있으면 힘들었겠지만 대체하는 국산기기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어서 전체 의료비를 절감함으로써 건강보험 재정건전성까지 높이는 데 기여한 것이다.

다만 박 교수는 제품화에 기여한 연구자에게만 의료기기 판매를 통해 발생한 수익을 공유할 수 있고 병원에 공유하면 바로 리베이트가 돼버려 병원의 적극적 지원을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점과 현재 의료기기에 대한 별도수가가 마련돼 있지 않고 의료행위에 포함돼버려 제품 개발 이후 시장진입이 어려운 점을 당장 해결이 필요한 과제로 지적했다.

박건우 교수는 “의료행위 수가만 인정되고 소모품은 비용처리해주는 방식이다 보니 의료장비가 계속해서 일회용 위주로 가고 있다”며 “궁극적으로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기대한다면 비용과 실제 노동력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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