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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환자에 의한 의료인 폭행…'현행법' 무엇이 문제인가?
[이슈] 환자에 의한 의료인 폭행…'현행법' 무엇이 문제인가?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8.07.03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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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 충분히 강화…문제는 사법부 인식개선‧세부조항 개정 필요성도

최근 전북 익산에 위치한 병원에서 술에 취한 환자가 응급실 의사를 폭행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의료인들을 보호할 장치가 마련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공론화 되고 있다.

현행법에서 의료행위를 방해하거나 의료기관 종사자를 폭행한 경우 처벌하도록 명시하고 있지만 실제 판례를 살펴보면 처벌 수위가 현저히 낮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의료계의 공분을 사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우선 현행법을 살펴보자.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하 응급의료법) 제12조(응급의료 등의 방해 금지)에 따르면 누구든지 응급의료종사자(의료기사와 간호조무사 포함)의 응급환자에 대한 구조·이송·응급처치 또는 진료를 폭행, 협박, 위계, 위력, 그 밖의 방법으로 방해하거나 의료기관 등의 응급의료를 위한 의료용 시설·기재·의약품 또는 그 밖의 기물을 파괴·손상하거나 점거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2015년 1월28일 개정에 따라 이에 대한 처벌이 벌금 3000만 원 선에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대폭 강화됐다.  

의료법에서도 의료인에 대한 폭행을 금지하고 있다. 의료법 제12조(의료기술 등에 대한 보호)에서는 누구든지 의료행위가 이뤄지는 장소에서 의료행위를 행하는 의료인, 간호조무사 및 의료기사 또는 의료행위를 받는 사람을 폭행·협박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법령은 2016년 5월29일 신설됐다. 

이 같은 법령의 강화에도 불구하고 환자에 의한 의료인 폭행 사건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대한응급의학지에 실린 ‘응급실 폭력과 폭행대응의 이해와 변화조사(2015)’에 따르면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80.7%가 폭언, 50%가 폭행에 시달리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그 중 39.1%는 생명의 위협을 진료 중 경험했다고 밝혔다. 

의료인 폭행은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나타나지만 이번 전북 의료인 폭행 사태와 같이 음주에 의한 폭행은 그 정도와 빈도에서 매우 위험해 심각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의료정책포럼에 실린 ‘응급실 의료인 폭행실태와 개선방안(2011)’에 따르면 전체 범죄의 약 30%, 강력폭력 범죄의 40%, 공무방해 범죄의 50%가 주취 상태에서 발생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들이 응급실에 내원하는 순간 응급실이 이들의 폭력과 행패로 인해 마비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위험성은 수차례 경고된 바 있다.

법령 강화에도 의료인에 대한 환자의 폭행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의료기관의 특성과 법원의 사법적 온정주의를 대표적인 이유로 설명한다.

전 성 훈 서울시의사회 법제이사 (법무법인(유한) 한별)

전성훈 법무법인 한별 변호사(서울시의사회 법제이사)는 “의료인에 대한 환자 폭행 사건이 벌어지더라도 병원 입장에서 환자와의 소송이 길어져 봤자 좋을 것이 없다고 생각해 윗선에서 적당히 합의를 통해 원만한 해결을 원한다”며 “환자들 또한 술이 깨고 나면 가족들과 함께 용서를 빌며 합의를 원하는 경우가 많아 경미한 처벌로 끝나는 사례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법원 자체에서도 의료인들보다는 상대적인 약자로 평가되는 환자 입장에서 사건을 보는 경향이 있어 실제 의료 현장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한 환자 측으로 경도된 판결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판례를 살펴보면 이 같은 이유들로 인해 실제로 법원에서 판결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5년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에 방문해 엑스레이 촬영을 한 환자A씨는 가만히 있어달라는 방사선사에 요구에 불응하며 폭행을 행사했다. 이어 술에 취한 환자A씨를 고정시키려던 병원 의사 또한 아무런 이유 없이 환자A씨의 다리에 맞아 어깨에 상처를 입었다.

응급의료법에 의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지만 해당 환자는 벌금 100만 원만 내고 사건이 종결됐다. 

당시 법원은 피고인이 뇌진탕 사고로 경막하 출혈 등의 증상이 있는 상태에서 이런 행위를 한 것으로 범행 당시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며 당시 상당히 술을 많이 마신 상태로 우발적인 범행을 한 것으로 인정했다.

이에 대해 전성훈 변호사는 “법 자체만 놓고 봤을 때는 충분한 벌칙조항이 마련된 것으로 보이지만 이에 대한 적극적인 적용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사법부의 인식개선이 필요하다”며 “이런 현실을 고려했을 때 새로운 법률을 재정하는 것 보다는 현행 법률을 현실에 더 명확히 적용 할 수 있도록 일부 내용 개정이나 벌칙조항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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