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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재 100억 털어 미술관 건립하는 박해룡 고려제약 회장
[인터뷰] 사재 100억 털어 미술관 건립하는 박해룡 고려제약 회장
  • 김동희 기자
  • 승인 2018.07.02 1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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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미술관은 어릴적 못이룬 미술가 꿈의 보상과 사회공헌 목적

어릴 적 미치도록 그리고 싶었던 그림의 꿈을 80을 넘긴 지금에서야 미술관 건립으로 보상받는다는 화가이자 미술품 컬렉터가 있다.

그 주인공은 고려제약 박해룡 회장(성균관대 약대 3회·1959년 졸업).

박해룡 회장은 친동생이 화가와 건축가였을 정도로 어려서부터 그림을 잘 그리고 소질이 있다는 칭찬을 들었다. 경동고 시절 김진명 화백(미술선생님)으로부터 극찬을 받았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상 안정된 직업을 가지기 위해 약대에 진학했다.

약대 졸업 후 종근당에 입사, 부흥을 이끌었고, 이후 종근당 건강 사장, 고려제약을 인수하기까지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다. 그러나 문득문득 일어나는 그림에 대한 열정이 그를 그림 컬렉터로 만들었다.

“그림을 모으는 것은 남들처럼 재테크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이름없고 가난한 화백의 열정과 가능성을 사는 것이다. 이렇게 한 점 한 점 모은 그림이 약 250점 가량이다. 10여년 전 2세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고 난 뒤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지금은 평일 아침에 3시간씩, 주말에는 12간씩 붓을 잡지만 체력이 딸리기는커녕 너무나 행복해서 시간을 모자랄 지경이다”

박해룡 회장은 이렇게 10여 년간 프랑스 노르망디, 이태리 베네치아 등을 여행하며 그린 작품이 300여 점이 넘는다. 박해룡 회장은 특별히 그림 기법을 배우지는 않았다. 지도교수를 두고 그림을 배우면 그림이 지도교수의 그림이 된다는 소신에서다. 그냥 선 하나, 점 하나의 표현을 느껴가면서 본인만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말의 역동적인 모습과 정적인 모습을 좋아한다. 동적으로 그리면 주변이 에너지가 만연하고 정적으로 그리면 주변이 그윽해 진다. 노르망디, 베네치아, 산토리니의 풍경을 좋아한다. 한 달씩 머무르면서 그곳의 모든 것을 그리고 싶다. 최근 최고 권위의 파리에서 열리는 앙떼빨레 전시회에 참가했다. 무한한 영광이었다”

박해룡 회장은 이제 마지막 남은 여생을 여주에서 편안히 보내고 싶다. 박물관은 있지만 미술관 하나없는 문화의 불모지 여주가 문화도시로 가기 위한 불쏘시게 역할을 하고 싶다. 가난한 미술가를 돕고 싶다. 그들의 훌륭한 재능이 다시 타오를 수 있도록 50년 경영자의 노하우도 미술관에 접목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여주에는 신륵륵사와 불국사 보다 더 큰 규모의 절터가 있을 정도로 문화적 가치가 높은 도시다. 교통도 발달되어 있다. 여주 사람들은 여주를 흐르는 강을, 한강이라고 부르지 않고 려(驪)강(江)이라고 부른다. 제1호 여주미술관을 지어, 지역민과 관람객, 지역 어린이, 어려운 미술가들 모두에게 도움되는 그런 미술관을 짓겠다.”

박해룡 회장은 사재 100억을 털어 여주대학 근처 점봉동 430의 37 일대에 1만㎡ 부지에 연면적 1000㎡ 규모 지상 1층 2개동, 지상 2층 1개 동으로 외국 미술품 전시관, 특별 전시관, 조각 공원, 어린이 미술 교실, 세미나실, 카페 등으로 꾸미겠다고 했다.

“미술관은 그 나라, 그 도시의 문화적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다. 6개월의 공사를 거쳐 내년 초 공식 개관 예정인 여주미술관을, 많은 예술가들의 사랑방이자 다시 뛰게 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주고 싶다. 지역 어린이들에게도 꿈을 심어 주겠다.”

박해룡 회장은 미술관 운영에도 자신감을 보였다. 어렵겠지만 수익 구조를 잘 살펴, 운영도 성공하고 예술가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내가 사랑하는 그림도 그리고, 후학들도 지도하는 4마리 토끼를 다잡는 `아트경영'을 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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