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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선생님들은 변호사를 싫어하나요?
의사 선생님들은 변호사를 싫어하나요?
  • 의사신문
  • 승인 2018.07.02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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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변호사의 친절한 법률 이야기' 〈1〉
전 성 훈 서울시의사회 법제이사법무법인(유한) 한별

서울시의사회 법제이사를 맡고 있는 전성훈 변호사(법무법인 한별)가 이번호(5276호, 7월2일자)부터 `친절한 변호사의 친절한 법률 이야기'를 연재한다.

현재 서울시의사회의 법률 자문 등 의료계와 회원들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전성훈 변호사는 의료소송, 병원양수도, 행정처분과 같은 개인적인 것부터 대불금, 영리병원, 원격의료 등 정책적인 것까지 중요한 의료 이슈와 법률의 접점들에 관해 친절하게 설명할 예정이다.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당부한다. 〈편집자 주〉

`의료 전문 변호사들은 의사들을 전문적으로 뜯어먹는 변호사'

예전에 어떤 후배로부터 이런 노골적인 인식을 전해 듣고 약간의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일부의 인식일 것이라고 애써 무시하기는 하였지만, 진짜로 싫어하는지, 대부분이 그러는 것인지 여러 의문이 꼬리를 물고 든 끝에, 마지막 의문은 이것이었다. `그런데 대체 왜 싫어하실까?'

의사들이 변호사를 싫어할 만한 이유를 돌이켜 생각해 보면, 아마도 의료 분쟁에서 환자를 대리하는 변호사의 공격적이고 몰아붙이는 태도나, 의사의 과실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날선 표현을 경험했다거나 전해 들은 것이 원인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변호사가 의사를 대리하는 경우에도, 의사들에게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 내어 변호사에게 이른바 성공보수를 지급하게 되는 경우에, 유리한 결과에 안도하면서도 한편으로 성공보수의 적정성에 대하여 불만이 있는 것이 또 다른 원인이 아닐까 한다. 간단히 말하여, `별로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성공보수가 너무 과하지 않느냐'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변호사들은 각종 의료 분쟁에 있어서 의사들을 과도하게 공격하거나, 의사들에게서 과도한 보수를 받고 있는 것일까?

먼저 언급할 점은, 변호사는 위임계약의 본질상 `치열하고 독하게' 최선을 다하여 싸워야 한다는 점이다. 변호사가 적당히 싸우는 것은 위임계약 위반이 될 소지가 있다. 이것은 의사들이 환자를 적당히 진료할 수 없으며, 최선을 다하여 진료하여야 하는 것과 동일하다. 진료계약 역시 위임계약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환자 측 변호사는 그 의사들을 특별히 더 싫어해서 더 날선 표현을 쓰는 것이 아니고, 대부분의 사건에서 그렇게 일하고 있을 것이다.

또한 사법 관련 통계를 보면, 의료 사건을 많이 다루는 거의 대부분의 변호사는 환자만이 아니라 의사도 대리하고 있다. 심지어 환자만을 대리하는 변호사는 없지만, 의사만을 대리하는 변호사는 있다.

의사들을 위하여 변호사들이 열심히 싸운 결과인지, 2014년 통계를 보면 일반적인 손해배상청구소송 사건의 원고 전부승소 비율은 9.5%이지만, 의료과오 손해배상청구소송 사건의 원고(환자) 전부승소 비율은 0.54%밖에 되지 않는다. 또한 환자의 일부승소 비율 역시(일반 사건보다) 의료과오 사건이 낮다. 즉 변호사들이 열심히 일하여 의료과오 사건에서(일반 사건에 비하여) 의사에게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 내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로 보수의 적정성 문제를 말씀드리기 이전에, 변호사 전문지에 실렸던 한 이야기를 먼저 소개한다.

김 변호사는 의뢰인 A로부터 사건 1에 대한 자문을 의뢰받아 일정한 자문료를 받고 `3주' 간의 작업을 거쳐 자문의견서를 완성하여 보내줬다. 그런데 얼마 되지 않아 의뢰인 B로부터 사건 2에 대한 자문을 의뢰받았는데, 그 내용은 사건 1과 거의 유사하여 일부의 내용만 수정하면 `3일' 만에 자문의견서를 완성할 수 있는 정도였다.

그래서 김 변호사는 의뢰인 B에게 자문료를 얼마나 받아야 하는지 고민하던 중에, 최 변호사에게 물어보았다. 최 변호사의 답변은 간단했다. 의뢰인 A와 똑같이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김 변호사가 그 이유를 묻자, 최 변호사는 명쾌하게 답변했다.

“It's not a time work, but a value work!”

즉 자문료는 사건에 대한 적절한 의견을 제공하는 판단(가치)에 대한 평가이지, 사건에 대하여 소비한 시간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는 것이다. 판단에 대한 평가, 이것이 전문가의 업무를 경제적으로 평가하는 기준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진료' 역시 같은 기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즉 의사의 진료에는 적절한 판단을 내리기 위한 오랜 기간 동안의 피나는 학습과 소중한 수련, 즉 `가치'가 녹아 있음을 누구나 인정하기 때문에, 의사가 한 번의 진료를 할 때에 그 진료시간을 불문하고, 약을 처방하지 않아도, 주사를 놓지 않아도 같은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변호사들은 대부분 의사들을 돕는 것을 좋아한다. 대부분 양식 있고 합리적인 분들인 것도 이유이지만, 무엇보다도 자신들이 전문가이기 때문에 전문적 판단의 중요성과 가치를 잘 이해하고 있어 법적 대응의 필요성이나 그 방향에 대한 설명을 잘 이해하기 때문이다.

변호사들은 의사들을 좋아하는데, 의사들은 변호사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니, 의사들에 대한 변호사들의 짝사랑이라고나 할까. 그 짝사랑의 세레나데로서, 다음 글에서는 많은 의사 분들이 궁금해 하는 `의사에 대한 수사 절차'에 대하여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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