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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약국 자살예방사업’ 첫 단추부터 잘못됐다
서울시의, ‘약국 자살예방사업’ 첫 단추부터 잘못됐다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8.06.28 20:2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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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성명서 발표…책임소재 불분명‧불확실한 평가방법 등 지적

서울시의사회가 정부의 ‘약국 자살예방사업’에 대해 강력한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의료 전문가의 양심을 걸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 근거와 효과가 불분명할 뿐더러, 오히려 자살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 경로를 혼란스럽게 한다는 것이 주장의 큰 골자다.

서울특별시의사회(회장‧박홍준)는 28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복지부의 약국 자살예방사업의 문제점들에 대해 면밀히 지적했다.

복지부는 앞서 민관자살예방사업의 일환으로 7월부터 약국 자살예방사업을 시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사업은 약사회 산하 약학정보원이 만든 프로그램에 탑재된 자살예방 프로그램의 모니터링 도구와 자살위험약물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는 것으로 약국 250여 곳에 상담료 등의 인센티브가 지급된다.

서울시의사회가 해당 사업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개인의 자살 시도는 정신과적 응급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어설픈 예방사업으로 자칫 치료  시기를 놓쳐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책임소재가 명확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또한 개인의 진료 및 투약 정보에 약사 단체가 개입하면서 생기는 환자 정보 침해 가능성에 대한 책임 소재도 불분명한 상황. 이 같은 상태에서 해당 사업이 시행된다면 또 다른 피해자와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의사회의 입장이다.

또 다른 약국 자살예방사업의 문제점으로는 불확실한 평가방법이 지목됐다. 국가의 재정이 투입되는 만큼 효과 검증이 명확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서울시의사회는 사업 진행에 앞서 사업 결과에 대한 투명한 평가 방식이 우선 공개돼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한편 자살 문제가 정신건강의학이라는 접근이 어려운 전문영역에 속해 있음에도 불구, 비의료인이 문제에 접근한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서울시의사회는 “문제 해법부터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 자살 문제에 있어 최고 전문가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자살이라는 심각한 문제의 상담과 치료에 나서는 것은 타 의료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이런 문제를 의료인도 아닌 약사가 단순히 자살위험약물에 대한 상담으로 해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의료법 위반 소지 또한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서울시의사회 성명서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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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 자살예방사업! 전문가로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보건복지부가 민관자살예방사업의 일환으로 7월부터 약국 자살예방사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약국 자살예방사업은 대한약사회 산하 약학정보원이 만든 프로그램에 탑재된 자살예방 프로그램의 모니터링 도구와 자살위험약물 DB를 활용하는 것으로, 약국 250여곳에 상담료 등의 인센티브가 지급된다.

국내 자살률이 높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자살률)는 2016년 기준으로 25.6명에 달하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으며, 이와 관련한 사회경제적 손실이 막대하기에 자살예방사업이 민관 합동의 시급한 당면 과제임에 동의한다. 그러나 자살예방사업을 약국에서 시행한다는 것에 대해 본회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반대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자살예방사업의 부작용에 대한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 한 개인의 자살 시도는 정신과적 응급 상황이다. 섣부른 상담과 어설픈 예방사업으로 자칫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책임은 과연 누가 질 것인지 궁금하다. 아울러 개인의 진료 및 투약 정보에 약사 단체가 개입함으로써 생기는 개인 정보 침해 가능성에 대한 책임 소재도 더욱 명확해져야 한다.

둘째, 자살예방사업의 평가 방법이 불확실하다. 국민 세금을 들여 정부 예산으로 사업을 진행한다면 당연히 사업의 효과에 대한 검증이 필요할 것이다. 사업 진행에 앞서 과연 어떠한 방식으로 예방 사업의 결과를 평가할 것인지부터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셋째, 문제 해법이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 자살 문제에 있어 최고 전문가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살이라는 심각한 문제의 상담과 치료에 나서는 것은 타 의료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이러한 문제를 의료인도 아닌 약사가 단순히 자살위험약물에 대한 상담으로 해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의료법 위반 소지 또한 다분하다.

요컨대 정부가 발표한 약국 자살예방사업은 근거와 효과가 불분명하고, 오히려 자살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 경로를 혼란스럽게 할뿐더러, 부작용에 대한 책임소재조차 불분명하기에, 본회는 의료인 단체로서의 전문가적인 양심을 걸고 동 사업에 대해 적극적인 반대 입장을 밝히는 바이다!

 

2018.6.28
서울특별시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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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진 2018-06-30 00:30:01
자살상담과 환자의 프라이버시에 관련된 상담은
타인이 듣지 못하는 <격리된 공간>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공개된 장소에서
자살이나 환자의 은밀한 프라이버시 내용을 담은 상담을 하는 행위는
비윤리적인 행위로 징계대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