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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세프 하이든 교향곡 제98번 Bb장조 호보켄번호 I:98 
요세프 하이든 교향곡 제98번 Bb장조 호보켄번호 I:98 
  • 의사신문
  • 승인 2018.06.25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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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440〉

■모차르트의 죽음을 애도하는 아다지오
하이든이 첫 번째 런던 연주여행을 했을 때, 런던의 공연분위기는 다소 경쟁적이었다. 그의 등장으로 당시 런던 음악계를 장악하고 있던 `프로페셔널 콘서트' 시리즈가 위축되자, 이 콘서트의 바이올리니스트인 크라머는 하이든의 옛 제자인 플레이엘을 프로페셔널 콘서트에 초청해 경쟁을 부추겼다. 자신의 제자와 경쟁해야 하는 곤란한 상황에 직면한 그는 신작 교향곡에 예년보다 더 심혈을 기울여 연작으로 발표하자 경쟁은 그리 오래가지 못하였다. 이 교향곡 제98번은 `런던 교향곡' 12곡 중 하이든의 첫 번째 런던 체류 기간 중 완성된 작품으로 1792년 3월 2일 런던 하노버 스퀘어 룸에서 초연됐을 때 제1악장과 제4악장이 앙코르로 연주될 정도로 청중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 작품의 특이한 점은 모차르트의 음악을 닮았다는 데 있다. 특히 제2악장은 모차르트를 연상시키는 감각적인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있다.

하이든은 모차르트와 무려 스물네 살의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우정을 나누며 서로의 음악에 많은 영향을 주고받았다. 자신에게 오페라 작곡을 의뢰한 이에게 모차르트가 훨씬 더 뛰어나다며 모차르트를 추천하기도 했고, 자신의 〈러시아 현악사중주〉에 영향을 받은 모차르트가 `하이든사중주'라 불리는 6곡의 현악사중주를 작곡해 헌정하기도 했다. 서로를 존경하며 가깝게 지냈던 두 사람의 우정은 모차르트의 죽음으로 너무 일찍 끝나버렸다. 모차르트가 1791년 12월 5일 35세에 세상을 떠났을 때 그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 무렵 런던에 체류하고 있던 하이든은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난 지 2주 후 빈으로부터 그 소식을 듣고 이 작품의 제2악장을 찬송가풍으로 작곡하여 모차르트의 죽음을 애도하는 진혼곡으로 만들었다. 또한 모차르트를 연상케 하는 감각적인 터치와 특별한 악기 용법을 사용하여 다른 작품들과는 다른 새롭고 참신한 모차르트 음향을 가미하기도 했다.

이 작품의 음향은 다른 작품에 비해 매우 독특하다. 우선 Bb장조로 작곡한 다른 교향곡들과는 달리, 트럼펫과 팀파니를 넣은 대편성 교향곡으로 구상해 웅장함을 더했고, 당시까지만 해도 잘 쓰지 않았던 저음 호른을 편성하여 어두우면서도 숭고한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만들어 진혼곡의 분위기를 담기도 하였다. 가장 놀라운 반전은 제4악장 마지막 부분에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건반악기의 독주로 물론 당시까지 바로크 시대의 관습이 남아 있었어도 건반악기가 교향곡에 들어가는 것이 필수사항은 아니어서 더욱 각별하였다. 건반악기 독주는 보수적인 성향을 지닌 영국의 음악문화에서 기인한 것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영국인들은 19세기 전반까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옛날 방식 그대로 피아노 앞에 앉아 화음을 연주하면서 지휘하였다. 당시 홍보용 `런던 교향곡' 연주회 광고에도 `하이든 박사가 피아노포르테에 앉아 연주를 지휘한다'는 문구가 나와 있다. 오늘날 전해지는 그의 교향곡 악보에 건반악기 파트가 기보되어 있지 않아도 연주회에서는 그가 건반악기 앞에 앉아 화음을 연주하면서 오케스트라를 지휘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놀라운 솔로 덕분에 이 곡은 또 다른 `놀람 교향곡'이라 불리기도 한다.

△제1악장 Adagio-Allegro 어두운 분위기의 느린 서주로 시작한다. 오케스트라의 현악기들은 마치 오페라의 레치타티보(해설)처럼 비장한 선율을 제시하는데 사뭇 진지하다. 잠시 쉰 후 다시 작은 소리로 똑같이 반복되면서 주제 선율의 작은 변화이긴 하지만 이런 미묘한 차이가 섬세한 감정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다시 현악기들이 매우 장대하고 더욱 힘차게 연주하면서 진지한 서주를 힘차게 마무리한다. 서주에 이어 예상을 깨는 발랄하고 경쾌한 음악이 등장한다. 그의 노련함이 드러나는 부분으로 특히 마지막 반주부에 우스꽝스러운 반주 음형을 넣어 심각하게 시작된 악장을 희극적으로 마무리한 것은 하이든만의 음악적 농담이라 할 만하다.

△제2악장 Adagio cantabile 고귀한 찬송가풍 음악으로 매우 감동적인 악장이다. 영국 음악학자 도널드 토비는 모차르트 교향곡 제41번 〈주피터〉의 제2악장을 인용했다고 주장했는데 주제선율이 영국 국가 〈God save the King〉와 유사하여 당시 런던 청중에게 친근감을 주었을 것 같다.

△제3악장 Minuet allegro 빠르면서 힘차게 진행하는 미뉴에트는 길고 진중하다. 트리오에선 악기 편성이 다소 축소되면서 소박한 느낌을 주면서 주저하는 듯한 엇박자가 유머러스하다.

△제4악장 Finale. presto 빠르게 진행하면서 마지막엔 바이올린 독주에 이어 건반악기(쳄발로) 솔로가 등장해 놀라움을 준다. 하이든은 런던 음악계의 보수적 관습을 역이용하여 아예 건반악기를 추가하여 11마디의 귀여운 아르페지오네 솔로를 선보여 청중을 기쁘게 했다.

■들을 만한 음반
△안탈 도라티(지휘), 필하모니아 훙가리카(Decca, 1974) △마르크 민코브스키(지휘), 르 뮤지션 드 루브르(Naive, 2009) △아담 피셔(지휘), 오스트로-헝가리안 하이든 오케스트라(Nimbus, 1996)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G, 1983) △클라우디오 아바도(지휘), 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DG,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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