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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병을 정의한다
노인병을 정의한다
  • 의사신문
  • 승인 2018.06.25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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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음 오디세이아 〈35〉 
유 형 준CM병원 내분비내과 과장시인·수필가

많은 이들이 노인병을 `노인의 병'이라고 규정한다. 사전 역시 노인병을 `노인에게 많이 나타나는 병을 통틀어 이르는 말, 노인에게 잘 생기는 병을 통틀어 이르는 말' 정도로 소개하고 있다.

노인을 `bed blocker(s)[병상 장기 점유자]'라고 비극의 부정적 주인공으로 바라보는 극히 소극적 입장부터 노화를 포함한 모든 의학적 변화에 주목하는 넓은 시각까지 노인병을 정의하는 자세는 다양하여 한 가지로 집중하기는 곤란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일상용어가 된 `노인병'의 정의화는 교육, 연구 및 진료주제 뿐 아니라 정책의 명제를 명징하게 하여 언어 혼돈에 의한 오류를 최소화할 것이다. 이에, 그 정의를 몇몇 시선에서 다시 한 번 짚는다.

첫째, 세월 축적으로서 노인병 정의. 나이가 들면서 질병, 기능이상 및 약물 부작용으로 더욱 고생하게 된다. 생리적 예비능의 감소와 함께 이러한 부담의 가중은 노인들로 하여금 어떠한 환경적, 병리적, 약리학적 자극에 대해 취약해져 여러 질병에 노출되어 여러 개의 질병을 동시에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를 질병다발성이라 칭한다. 이러한 연유로 노인의학을 복합의학이라 칭하기도 한다.

둘째, 성공노화의 주요 변수로서 노인병 정의. 노화는 2가지 관점으로 살필 수 있다. 하나는 `얼마나 쓸모 있는 게 남아 있는가?', 다른 하나는 `얼마나 망가졌는가?'이다. 전자가 `성공노화'이고 후자가 `최소 질병-장애'다. 즉, `노인병의 최소'는 `성공노화'와 의미가 맞닿는다. 따라서 노인병은 성공노화 여부를 판별하는 핵심적 구성요소로 자리한다.

셋째, 기능 변화로서 노인병 정의. 노인병 발현의 애매모호성은 발현 증상이나 징후만으로는 질환의 위치를 비롯한 상태를 알 수 없게 한다. 오히려 발현은 질병과 무관한 듯 한두 개의 비특이적 기능적 호소로 드러나는 수가 오히려 많다. 즉 노인에선 질병이 기능 이상으로 발현하는 경우가 흔하다. 노인의 4중고로도 알 수 있듯이 노인은 의학적 요인 이외에 경제적, 사회적, 심리적 이유들로 인해 기능의 손실이 증폭된다. 따라서 질병 상태를 측정하는 것보다 기능을 측정하는 것이 건강 서비스의 요구를 더 잘 파악할 수 있다. 또한, 기능 유지는 의료와 사회 서비스 시행, 개선의 지표이며 또한 그 목표 자체이다. 예를 들어 이 능력의 소실은 그 자체가 중한 질병으로 국가에 따라선 시설거주 노인이 되어야 한다. 기능 상태로 개개인의 신체적, 지적, 사회적 생활을 평가, 판단할 수 있다. 즉, 기능을 유지한다는 것은 노인 삶의 질을 개선 유지한다는 것과 다름없다.

그러나, 노인에서 기능유지를 지나치게 강조하여 기왕의 의학적 진단을 과소평가 하면 절대 안 된다. 기능평가가 노인의 건강상태를 평가하는 힘이 의학적 진단보다 더 우수하다는 것이 아니다. 서로 보완되어야 온전해진다. 노인병학은 치료 가능한 문제들의 확인 치료하는 것과 기능의 극대화를 위한 파악과 개선 유지라는 2가지 과정을 거쳐 임상에 적용된다.

이와 같이 노인병은 분명 기능 변화로 표현하고 기능으로 파악 치료될 수 있다. 그러나 다양한 노인병에 의한 세밀한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경제적 기능 변화를 임상 실제에 적용할 수 있도록 역시 세밀하게 분별하기는 난감한 영역이 좁지 않다. 따라서 노인병 중에서 기능으로 두드러지는 질환들은 기능의 척자로 진단, 치료 되어질 수 있지만, 기능의 병으로서 노인병 전체를 정의할 수는 없다.

넷째, 증후군으로서 노인병 정의. 병은 분류학적으로 `원인과 병태기전이 다소라도 밝혀졌고 한 가지 징후나 증상 또는 잘 알려진 임상 징후 조합으로 발현하는 임상적 실재이다. `증후군'은 그리스어 δυνδρομο?(`함께 걷고 달리고 또는 함께 무리지다'의 의미)에서 흘러나온 것이다. 최근에는 함께 모여 한 가지 질병분류학적 실재적 특징을 이루는 증상 징후 발현의 합체를 일컫는다. 노인증후군은 일반증후군과 달리 다발성 원인의 병태기전이 상호 영향을 끼쳐 대개 단일 증상을 발현한다. 이러한 노인증후군은 노인 질환의 특성을 이해 파악하는 하나의 중요한 실적 개념이다.

다섯째, 범주로 깨치는 노인병 정의. 일반적으로 노인병을 청장년기서부터 갖고 있던 병들, 노인이 되어야만 생기는 노인특유질환들의 2가지라 정리한다. 그러나 노인병에는 이 2가지 이외에 보다 고유한 의미의 노인병들이 있다. 그러나 실제 임상에선 이 2가지 분류의 질병들과 노인만이 지니는 중요한 특성인 노화 현상이 한데 얽혀 기존의 질병명칭으로는 규정지을 수 없고 현재의 질병 명칭으로는 적시될 수 없는 노인병들이 적지 않다. 이와 같은 고유 전문 범주에 속하는 노인병의 한 예가 다름 아닌 노인병증후군과 노쇠다. 물론 이외에도 아직 불분명한 의학적 증상과 징후들이 있다. 인간의 수명이 급속히 늘면서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의학적 상황들이 보고되고 있다. 정확히 이르면, 오히려 상당 부분은 아직 병명이 없이 예비능이 감소한 노인에서 의학적 문제로 드러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1909년 미국의 내셔가 `노인의학(geriatrics)'이라는 용어를 제창한 이래 노인병에 대한 진료, 연구는 좀 더 본격적으로 진전되어 왔다. 그러나 노인병에 대한 정의 혹은 범위에 대한 견해는 일치되어 있지 않기에 노인병을 짧은 글로 규정하기는 만만치 않다. 선각의 노인의학자들이 노인병을 `노인의 병'이라고 덤덤하게 기술한 근인을 새삼 되새기며, `노인병은 노인에서 노화와 깊은 관련을 지닌 채 특성적 증후군으로 드러나 기능 감퇴를 초래하는 병으로서 의학은 물론 사회경제적 영향도 무시 못 할 아직 살필 것이 넉넉한 병'이라고 까지만 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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