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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복지부, 영‧유아검진기관 ‘엉터리’ 평가 논란
[단독] 복지부, 영‧유아검진기관 ‘엉터리’ 평가 논란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8.06.20 1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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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 유형 검진기관 평가점수 중 영·유아검진기관 최고점…의료계 “평가 실효성 문제제기”

최근 복지부가 3주기 의원급 건강검진기관 평가결과를 발표한 가운데 평가만을 위한 ‘엉터리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여러 차례 의료현장에서 제기된 문제점에 대한 부분이 평가지표에 빠져 있고 소비자 만족도, 전문가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보여주기 식’ 평가라는 것이 주장의 주된 내용이다.

보건복지부(장관‧박능후)는 19일 지난해 실시한 3년 주기 의원급 건강검진기관 평가결과를 공개했다.

복지부에서 발표한 평가결과에 따르면 일반검진, 영‧유아검진, 구강검진, 5대암검진 총 8개 유형 중 영‧유아검진기관의 평균평가점수가 95.9점, 우수기관 비율도 92.4%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흡 영‧유아검진기관도 3.3% 줄어들었다.

복지부가 공개한 3년 주기 의원급 건강검진기관 평가결과

수치상으로만 보면, 의원급 영‧유아검진기관의 질과 만족도가 크게 향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평가항목에 있다. 영‧유아검진 평가는 교육문항 위주로 이뤄져 있는데다가 △검진절차 안내문 게시 △신체계측 △문진·진찰 등 3개 부문 항목으로만 구성돼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7년 4월 복지부 건강증진과에서 단국대 산학협력관에 의뢰한 ‘현행 영유아건강검진 문제점 분석 및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시간과 노력에 비해 낮은 수가가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혔고 △과다한 검진 항목 △불합리한 행정 절차 등이 이후 순차적으로 지적됐다.

수검자 입장에서는 △상담이 충분치 않음 △원하는 시간에 검진을 받을 수 없음 △예약의 어려움 등이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즉, 현장에서 검진에 직접적으로 마주하는 의사와 검진자들의 의견과 만족도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평가라는 설명이다.

검진평가에 대한 항목설정과 결과에 대한 평가가 의료전문가가 아닌 정부 공무원에 의해 이뤄지는 폐해를 이번 사건이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일부 의료계의 시각이다.

영유아검진에 대한 평가지표는 안내문 게시, 신체계측, 문진·진찰 총3가지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때문에 의료계 일각에서는 영유아검진에 대한 평가항목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2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실제로 검진이 이뤄지는 현장에서는 영·유아 건강검진기관 평가결과가 높다는 사실은 전혀 체감할 수 없다”며 “오히려 검진을 하는 의사, 검진을 받는 국민들 모두 많은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실제 의료현장의 검진 상태에 대해 왜곡하는 이런 엉터리 지표는 아무 의미가 없다. 복지부의 대표적인 보여주기 식 행정”이라고 설명하며 “복지부에서 의뢰한 영·유아검진 관련 연구용역이 지적한 여러 문제는 해결하지 않고 쓰레기 평가지표로 의료기관을 평가하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고 비난했다.

아울러 “이대로의 수박 겉핥기 식 평가는 더 이상 안 된다.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는 영·유아검진기관에 대한 평가를 전적으로 소청과 의사회에 맡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기존의 평가 툴에 의해서 개관적인 지표를 보여준 것일 뿐, 유형별 비교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검진마다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결과가 높게 나왔다고 다른 검진기관에 비해 질이 높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정영기 복지부 건강증진과 과장은 “영·유아 건강검진의 평가점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맞다. 그러나 그 이유를 잘 살펴봐야 한다”며 “다른 유형은 병을 찾아내는 유형의 검진인데 반해 영·유아 검진은 발달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를 알아내는 검진이다. 때문에 다른 유형에서 영상촬영, 초음파 등에 대한 건강검진을 하지만 영·유아 검진은 문진 및 설문지를 보고 상담해주는 형식”이라고 설명했다.

정영기 과장은 “때문에 영·유아 검진평가 난이도가 쉬운 편이다. 검진 자체가 그런 것이니 이는 어쩔 수 없다”며 “검진마다의 특수성이 있어 검진 점수에 대한 상대적 비교는 옳지 않다. 즉 이번 결과에서 영·유아 검진 점수가 높다고 해서 영·유아 검진이 잘되고 있다는 지표는 아니다”고 못 박았다.

이어 평가지표가 의료현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의료기관을 평가할 때도 국민들에게 설문조사를 하지 않는 것처럼 소비자 만족도 조사는 여러모로 복잡한 문제가 있다”며 “향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심도 있는 논의를 해보겠다”고 답했다.

또한 그는 “전문가 의견은 지금도 충분히 반영되고 있다. 평가지표도 전문가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으며 평가 뱡향성 자체가 전문가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는 것”이라며 “소청과의사회에 검진기관 평가를 위임하는 문제는 의료단체가 스스로에 대한 평가를 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적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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