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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세프 하이든 교향곡 제96번 D장조 〈기적〉 호보켄번호 I:96 
요세프 하이든 교향곡 제96번 D장조 〈기적〉 호보켄번호 I:96 
  • 의사신문
  • 승인 2018.06.18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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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439〉 

■전례 없이 앙코르를 요청한 청중들의 열광적인 반응
30여 년 동안 하이든의 중요한 후견인이었던 니콜라우스 후작이 1790년 세상을 떠나자 후작의 후계자이자 아들인 파울 안톤 에스테르하지는 음악을 좋아하지는 않았어도 하이든의 연금과 지위는 그대로 유지하였으며, 아무것도 요구하지도 않았다. 비로소 자유의 몸이 된 그는 런던의 흥행사이자 바이올린 연주자인 요한 페터 잘로몬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오페라와 신작 교향곡 등에 비용을 지불하겠다는 것으로 단 런던을 방문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이런 배경으로 1790년 12월 58세의 하이든은 영국을 방문하여 1792년 6월까지 런던에 체류하며 여섯 곡으로 구성된 일명 〈런던 교향곡〉을 작곡했다.

1791년 3월 교향곡 제96번을 연주하는 날, 하이든이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기 위해 무대로 모습을 드러내자 런던 청중들은 거장의 모습을 좀 더 가까이 보기 위해 무대 바로 앞까지 몰려들었다. 새로운 음악 듣기를 열망했던 청중 대부분이 무대 가까이 다가가는 바람에 연주 홀 중앙은 텅텅 비어 있었다. 드디어 신작 교향곡의 연주가 시작됐고 사람들은 그의 음악에 빠져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홀 중앙 천장에 매달려 있던 거대한 샹들리에가 무시무시한 굉음을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샹들리에는 산산조각이 나버렸고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크게 놀랐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러한 상황에서도 중상을 입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었다. 만일 그 자리에 있던 청중들이 하이든을 보기 위해 앞쪽으로 자리를 옮기지 않았다면 최소한 30여 명의 사람들이 참변을 당할 뻔했다. 그때 한 사람이 “기적이다! 기적이야!”라고 외쳤고, 이로 인해 그날 연주된 교향곡 제96번에는 `기적'이란 부제가 붙게 되었다. 이것이 하이든 전기 작가인 알버트 크리스토프 디에스가 소개한 `기적'이란 부제의 유래이다. 그러나 이 `샹들리에 사건'은 나중에 알려진 바로는 교향곡 제96번이 연주되던 음악회에서가 아니라 1795년 2월 교향곡 제102번이 연주될 때 일어났다고 한다.

하지만 이 작품에 〈기적〉이란 부제가 붙어도 아무런 손색이 없다. 여러 음악 양식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하이든의 독창성이 드러나 있는 기적적인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 작품을 1791년 완성해 그해 3월 런던의 하노버 스퀘어 룸에서 초연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여러 정황으로 보아 1789년 작품인 교향곡 제92번과 더불어 신작 교향곡 제96번이 함께 연주되었다고 전해진다. 이 연주회에서 교향곡 제96번의 제2악장은 청중의 요청으로 다시 한 번 연주되었는데 이는 런던에서는 전례가 없는 일로 하이든의 음악이 런던 청중들에게 얼마나 깊은 감명을 주었는지를 알 수 있다. 그의 일기장을 보면 그날 공연에서 런던 청중들이 제3악장도 앙코르 요청을 했으나 이를 거절했다고 쓰고 있다.

이 작품에서는 클라리넷을 제외한 목관악기를 2대씩 편성한 2관 편성에 호른 2대뿐만 아니라 트럼펫 2대와 팀파니를 넣어 화려하고 축제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다. 특히 제1악장은 매우 뛰어난 걸작으로 평가되고 있으나 19세기의 악보편집자들에 의해 하이든의 악보가 왜곡되는 불상사도 있었다. 악보에 따라서는 제1악장 서주에 그가 의도하지 않았던 팀파니 연주가 추가되거나, 추진력을 부여하는 트럼펫의 공격적인 성격이 약화되어 있기도 하였다.

△제1악장 Adagio - Allegro 〈런던 교향곡〉의 거의 모든 교향곡이 그러하듯 이 곡 역시 느린 서주로 시작한다. 서주는 전체 오케스트라가 장엄하게 시작되고 나서 곧바로 작은 소리로 8분음표 3개가 연주되며 다음 선율을 이끄는데 이 선율은 악장 전체를 통일하는 요소가 된다. 애수 띤 오보에 솔로로 서주가 마무리된 후에는 명랑한 빠른 주제로 진입한다. 그 순간 낮은 소리의 바순은 코믹하면서도 유쾌한 느낌을 주며 하이든의 유머가 빛을 발한다. 중간 부분 예기치 않은 휴지부가 극적인 효과를 나타내고 마지막 클라이맥스 역시 장엄한 비극으로 끝난다.

△제2악장 Andante 한 성부가 다른 성부의 선율을 뒤따르는 동안 바흐 음악을 떠올리게 한다. 아마 18세기 런던의 세련된 음악 청중이라면 당시 현대 음악과 옛 음악의 대조적인 미학을 느꼈을 것이다. 종결부에 뜻밖의 제1, 제2바이올린 수석들의 이중주와 목관악기의 카덴차가 더욱 흥미를 끈다. 제2악장이 앙코르로 연주된 것도 이런 특별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제3악장 Minuetto: Allegretto 미뉴에트가 금관의 팡파르 리듬을 배경으로 펼쳐지며 귀족적인 느낌을 준다. 중간의 트리오 부분에선 특별한 오보에 솔로가 선보이는데 당시 영국의 잘로몬 오케스트라의 수석 오보이스트인 윌리엄 토머스 파르케를 위해 작곡된 것으로 보인다.

△제4악장 Finale: Vivace 주제는 당시 유명하던 대중적인 멜로디이다. 중간에 단조의 비극적인 음악이 삽입되면서 여러 성부가 복잡하게 얽히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연출한다.

■들을 만한 음반
△안탈 도라티(지휘), 필하모니아 훙가리카(Decca, 1974) △마르크 민콥스키(지휘), 르 뮤지션 드 루브르(Naive, 2009) △아담 피셔(지휘), 오스트로-헝가리안 하이든 오케스트라(Nimbus, 1996)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G, 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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