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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검진에 폐기능 검사 도입, 더 이상 미루면 안돼”
“국가검진에 폐기능 검사 도입, 더 이상 미루면 안돼”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8.06.12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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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국내 최초 미세먼지와 COPD 연관성 밝힌 심재정 고대구로병원 교수

최근 미세먼지가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급성 악화의 중요한 위험 인자로 작용한다는 연구결과를 국내 첫 코호트 연구를 통해 발표한 고려대 구로병원 호흡기·알레르기 내과 심재정 교수(사진).

그는 “미세먼지가 건강에 해롭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적으로 얼마나 어떻게 해로운지를 밝히는 정확한 통계가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없어 본 연구를 진행하게 됐다”면서 “과거 런던 스모그 때문에 환자들이 수만 명이나 사망했는데, 미세먼지는 그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COPD로 입원을 더 많이 하게 되면 당연히 사망자도 더 많아지고 의료비로 인한 개인적·국가적 경제적 부담도 더 늘어날 것”이라면서 “이런 점에서 흡연율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고위험군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호흡기 질환에 대해 더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심 교수에 따르면 국내에만 COPD 환자가 약 240만여 명이 있는데 이 중 병원에서 규칙적인 치료·관리를 받는 환자는 10분의 1 수준인 2~30만 명밖에 되지 않는다. 대부분 자신이 COPD 환자인줄도 모르고 있다가 50세 이상이 돼 폐기능이 50% 이상 떨어지고 증상이 발현돼 응급실에 실려 오고 나서야 진단을 받고 자신이 환자인 줄 알게 되는 현실이다.

이렇게 폐기능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난 이후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면 치료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약 300만 원 정도의 건강보험 진료비가 발생한다. 하지만 사전 진단을 받고 관리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환자의 건강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 측면에서도 이익이다. 폐기능 스크리닝 검사비도 건강보험 적용 시 엑스레이보다 좀 더 비싼 수준인 9천원 정도 발생하기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도 큰 부담이 가지 않는다.

심지어 최근 중국에서는 아무런 증상 없이 단지 폐기능만 조금 떨어진 1000여 명의 연구대상자들도 치료를 받음으로써 훨씬 더 증상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 심 교수는 “환자의 삶의 질과 경제적 부담 등을 고려하면 치료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COPD 조기 진단 시 이처럼 장점이 많은데도 진단율이 떨어지는 이유는 COPD가 가진 질환 특성과도 무관하지 않다. COPD 환자들은 대부분 기침으로 ‘감기’를 의심하거나 숨이 차는 증상으로 ‘천식’을 의심해 병원을 찾았다가 병원에서 의사가 COPD를 의심해 폐기능 검사를 제안하면 이를 ‘과잉진료’로 의심하고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50대 이상 고연령층에서 호흡곤란이 발생하는 경우 대부분 COPD인 경우가 많다.

COPD에 대해 무조건 “금연이 최선”이라고 알려진 것도 문제다. 물론 금연이 폐기능 감소를 늦출 수 있는 가장 간단하고 효과적인 방법임에는 틀림없지만 과거에 흡연력이 있는 경우도 있고 폐기능이 심각하게 떨어졌을 경우 금연만으로 모든 치료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흡연자에게 금연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폐기능 검사는 별도의 장비와 검사실, 의료기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렇잖아도 운영이 어려운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는 그나마 환자가 몰리는 ‘위내시경’이라면 몰라도 하루에 몇 명밖에 되지 않는 COPD 환자를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 투자를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일반적으로 당뇨에 대한 사람들의 경각심은 매우 크다. 당뇨 자체보다 당뇨로 인한 합병증 때문이기도 한데 사실 합병증이라면 COPD도 만만치 않다. 심장병, 뇌혈관질환, 당뇨, 고혈압, 골다공증, 근육위축증 심지어 우울증까지 COPD로 인한 합병증은 너무나 많고 특히 COPD로 인해 암 발생률은 최고 5배까지 높아진다. COPD로 인해 사망한 환자 중 합병증 발생으로 사망하는 환자는 6~70%에 이르는데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원인은 COPD로 기재되지도 않아 통계에도 집계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COPD로 인한 사망률은 현재 3위에 달하고 2020년에는 1위가 될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러한 심각성과 우리나라 상황을 감안해 관련 학회에서는 국가 암검진에 폐기능 검사를 도입할 것을 수 년 전부터 요구하고 있다. 심재정 교수도 “생애전환기 건강검진 항목에라도 ‘폐기능 검사’가 도입된다면 환자의 사망률은 물론 경제적 부담도 훨씬 더 낮출 수 있을 것”이라면서 “무엇보다 환자들이 기본적으로 ‘COPD는 질병’이라는 인식을 하고 50세 이상, 10년 이상 흡연력, 가래, 기침, 호흡곤란 등 5가지 중 한 가지라도 해당하면 즉시 폐기능 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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