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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환자와 소통하기
노인환자와 소통하기
  • 의사신문
  • 승인 2018.06.11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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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음 오디세이아 〈33〉 
유 형 준CM병원 내분비내과 과장시인·수필가

노인환자 진료는 의사소통의 문제를 수반한다. 예를 들면, 나쁜 소식을 전달하고, 기능과 인지가 쇠퇴하는 세월 동안 지지해야 하고, 심각하거나 절박한 상태에서 적절한 치료 목표를 수립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따라서 의사는 노인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의사소통을 향상시키는 방법으로 준비해야 한다. 노인 의사소통 과정은 일반적으로 청장년 환자에서 보다 더 복잡하기 때문이다. 우선 노인 환자는 젊은 환자보다 더 이질적이고 다양하다. 다양한 삶의 경험과 문화적 배경은 종종 자신의 질병에 대한 인식, 의료 요법 준수 의지 및 건강관리 제공자와 효과적으로 의사소통 할 수 있는 능력에 영향을 준다. 의사소통은 감각 상실을 포함 할 수 있는 정상적인 노화, 기억력 감소, 정보 처리 속도 저하, 자신의 삶에 대한 영향력 감소, 퇴직, 가족 친구들과의 이별 등이 포함된다.

흔히 노인이 되면 인지기능이 전반적으로 감퇴된다고 생각하지만, 인간의 인지기능은 30대에 정점을 이룬 후  50∼60대까지는 약간의 감퇴가 있을 뿐 비교적 잘 유지되다가 70대 이후 감소한다고 하며, 감퇴되는 정도는 세부 영역에 따라 달라서 상대적으로 잘 유지되는 기능이 있는가 하면 상당히 저하되는 기능도 있다. 따라서 노화에 따른 인지기능의 변화는 세부 영역별로 살펴보아야 한다. 인지기능의 세부영역으로는 주의력, 언어능력, 기억력, 시공간 기능, 집행기능 등이 있다. 일상적인 대화에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상대방의 언어를 이해하는 능력, 그리고 어휘력은 노화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잘 유지되며 표준화된 검사의 다수 항목에서도 언어 기능은 잘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70대를 넘어서면서 언어 유창성과 사물의 이름대기 능력은 다소 감퇴된다. 즉 언어 유창성을 일정 시간동안 같은 글자로 시작되는 단어들을 계속 대거나, 같은 범주에 속하는 단어들을 계속 대도록 하는 방법으로 평가했을 때 젊은 성인에 비해 다소 감소한다. 또한 조심성, 경직성이 증가한다. 즉 융통성이 적어져 자기중심적이 되어 어떤 행동을 함에 있어 큰 득이 없음에도 옛 것을 고집하는 완고한 경향이 있다. 이와 같은 노인의 의사소통 상의 특성을 넉넉히 고려하며 노인환자 의사소통을 좋게 하는 몇 가지 조목을 열거한다.

첫째, 넉넉한 시간을 확보한다.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하고 긴장되고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노인 환자는 추가 시간이 필요하다.

둘째, 혼란을 방지한다. 처음 60초 동안 환자에게 집중하면 환자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는 인상을 받는다. 가능한 다른 사람 출입 및 배경 잡음과 같은 시각적 및 청각적 산만함을 줄인다.

셋째, 얼굴을 마주 한다. 일부 노인환자는 시력과 청력이 약해지며 의사의 입술을 읽어 정보를 구하기도 한다.

넷째, 눈을 마주친다. 눈 접촉은 비언어적 의사소통의 가장 직접적이고 강력한 형태 중 하나다. 그것은 환자에게 관심이 있고 신뢰할 수 있다는 표징이다. 눈을 마주 치면 환자가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추가 정보를 제공 할 수 있는 보다 긍정적이고 편안한 분위기가 조성된다.

다섯째, 듣는다. 환자의 가장 흔한 불만은 의사가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좋은 의사소통은 좋은 듣기에 달려 있다.

여섯째, 천천히, 분명하고 크게 말한다. 노인의 학습 속도는 종종 청장년보다 느리다. 서두르지 않고 듣기에 충분할 정도로 분명하고 크게 말한다.

일곱째, 짧고 간단한 단어와 문장을 사용한다. 정보를 단순화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말하기는 환자가 의사의 지시를 따르도록 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어려운 의학 전문 용어나 기술 용어 사용은 고민한다. 노인이니까 기본 의학 용어조차도 이해할 것이라고 가정하지 말고 환자에게 친숙하고 편안한 단어를 사용한다. 학력과 건강 문해력(health literacy)은 정비례하지 않는다. 의료는 일방성, 불확실성, 경제적 공공재성 등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만족스러운 소통을 감당할 완벽한 용어 사용은 수월치가 않다. 다만 교육을 통한 건강 문해력 제고를 포함한 일치 노력도 보태어질 때 좀 더 수월해질 수 있다.

여덟째, 한 번에 하나의 주제에 집중한다. 정보 과부하는 환자를 혼동시킬 수 있다. 이를 피하기 위해 길고 상세한 설명을 제공하는 대신 정보를 개요 형식으로 전한다. 이렇게 하면 중요한 정보를 일련의 단계로 설명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먼저 심장에 대해 이야기하고 다음에 혈압에 관해, 그리고 혈압 치료에 대해 설명한다.

아홉째, 지침을 간동그려 적어 준다. 지침을 기본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형식으로 적어 준다. 글은 말보다 더 영구적 의사소통 방식이다. 환자의 스트레스가 덜한 환경에서 내가 말한 것을 나중에 검토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달성하는 한 가지 방법은 진료의 가장 중요한 요점을 요약하고 환자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을 구체적으로 적어 준다. 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나면 약을 복용하세요.”, “오후에 댁 근처 △△공원을 한 바퀴 도세요.”

열째, 차트, 모델 및 그림을 사용한다.

열한째, 자주 가장 중요한 점을 요약한다. 중요한 대목은 환자가 복창하도록 한다. 그러나 두 번 세 번 반복하여 복창하게 하면 노인환자는 좌절감을 느끼고 정보를 모두 무시할 수 있다. 이럴 땐 메시지를 수정하여 더 짧고 단순하게 만들어 설명한다. 또한 노인 환자가 정보를 확실히 이해할 수 있도록 상담하는 동안 가족이나 친구의 동행을 권할 수 있다.

열두째, 환자에게 질문하고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리고 과소보고(underreporting)를 염두에 둔다. 과소보고는 자신의 병세나 증상을 줄여 표현하거나 숨기는 것을 일컫는다. 우울(증), 인지장애 등에 의해 발생하지만 `늙어서 아프다'는 늙음에 대한 잘못된 인식도 문제가 된다. 아울러 경제적 부담으로 진료실에 함께 들어온 보호자의 눈치를 보며 과소 보고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노인병 의사로서 노인 환자와의 복잡다기한 의사소통 방안을 짧은 말로 줄일 자신은 없다. 다만 소통에 참여하는 이들과 공유할만한 견해 하나는 제시할 수 있다. “늙음이 엄연히 지니는 평범하기도 하고 특별하기도 한 속성들을 아름답게 옹호할 용기와 에너지를 발휘할 수 있어야 노인병 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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