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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적인 해설 덕분에 더 많은 숲 속 풍경 즐겨
열정적인 해설 덕분에 더 많은 숲 속 풍경 즐겨
  • 의사신문
  • 승인 2018.06.11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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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교수의 걷기 예찬 〈30〉  `금강소나무 숲길'

금강소나무는 우수한 목재로 예부터 궁궐을 짓거나 왕실의 장례용 관을 짜는데 사용하던 매우 고귀한 나무다. 금강소나무 숲길은 옛날 보부상들이 울진에서 해산물이나 소금을 구입해서 봉화나 영주 등 내륙지방에서 판매하고 그곳에서 담배나 곡물들을 사들여 다시 울진으로 내다팔기 위해 다녔던 십이령길을 코스별로 조성한 곳이다.

■소나기마저 반가운 소나무 숲길
인터넷 예약이 우선돼야 하는 만큼 먼저 구간별로 특징을 살펴보기로 했다. 고민 끝에 다른 코스와 마찬가지로 총 7시간 정도가 소요되나 난이도는 중간 정도인 3구간을 예약했다. 울진에 도착해 숙소에 짐을 풀고 가까운 후포항으로 직행했다. 후포항은 영덕과 함께 대게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에서 내일의 장시간 행보를 위한 영양보충에 돌입했다.

아침을 간단히 먹고 출발해 불영계곡에 들어서니 언제 봐도 아름다운 계곡의 풍광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 손잡고 왔던 민물고기 생태체험관을 지나니 감회가 참 새롭다. 구불구불 좁은 시골길을 지나 금강송펜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출석 체크를 한다. 11명이 단체로 온 팀도 있고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팀도 보인다.

첫 번째 가이드의 구령에 맞춰 몸 풀기 체조를 한다. 몸을 푸니 기분이 들뜨기 시작한다. 오늘의 코스로 향해 숲길로 들어서 첫 번째 고개인 저진터재에 오른다. 여기까지 올라오는 동안 구슬땀이 벌써 많이도 흘렀다. 하지만 골짜기 사이로 불어오는 산바람 덕에 기분은 상쾌하다. 화전민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가이드는 우리 조상들이 이곳에서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는지 맛깔스럽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두 번째 가이드분이 평소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갔던 산길의 의미와 숨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산길 주변의 파인 흔적들은 오소리들의 화장실 겸 쉼터란다. 또한 바닥에 흙이 약간씩 올라온 것은 두더지들의 땅굴길이니 밟지 않는 배려를 베풀란다. 숲속에 마련된 통나무 의자에 앉아 숲 이야기를 들으며 커피 한잔을 하는데, 난데없이 소나기가 내린다. 예기치 못한 손님이었지만 마음의 여유가 넘치니 소나기마저 반갑기만 하다. 우비를 챙겨 입고 떨어지는 빗방울 반주에 맞춰 콧노래를 불러본다.

■도도한 오백년 금강소나무와 화려한 꽃들의 축제
마을 주민들이 정성들여 만든 점심식사를 시작한다. 점심식사는 산행 시작 전 6000원만 내면 단체로 제공된다. 산나물, 손두부를 주재료로 한 맛있는 도시락이다. 나무 그늘 밑에 돌을 식탁 삼아 식사를 시작한다. 시장이 반찬이라 했던가. 맛도 있었지만 소박한 점심 도시락이 진수성찬처럼 느껴진다. 산행에 참가한 사람들도 모두 연신 맛있다는 감탄사를 내뱉는다. 내리는 비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들 젓가락질에 바쁘다. 

세 번째 가이드는 미니 스피커까지 준비한 열정 넘치는 분이다. 소나무는 암수 동체이나 절대로 근친교배는 하지 않게 만들어져 있다고 한다. 또한 산딸나무의 하얀 꽃은 사실 꽃이 아니라 꽃받침이라고 한다. 꽃이 너무 작아서 벌과 나비가 찾아오지 않자 가짜 꽃을 피우게 되었단다. 이러한 재밌는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막힘이 없다. 오늘의 하이라이트, 보호송인 500년 소나무를 보며 울진 금강소나무의 우수성과 나무의 감별법을 재미있게 가르쳐준다. 금강소나무 중에서도 더 잘생긴 소나무들이 모여 있다는 미인송 군락도 보인다.

산길 가에는 형형색색 야생화들이 만개했다. 하얀 까치수영들이 벌과 나비를 반기고, 보랏빛 엉겅퀴와 꿀풀, 노란색 달맞이꽃과 애기똥풀, 개울가의 물봉선과 노루오줌, 이름도 알 수 없는 꽃까지 화려한 꽃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비가 그치고 멀리서 뻐꾸기의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뻐꾸기의 환송을 받으며 소나무 숲길 일정을 마감한다.

코스 TIP. 금강소나무숲길 홈페이지에 가면 코스에 대한 자세한 안내를 볼 수 있다. 현재 1∼5구간까지 개발했고, 숲길의 생태 보존을 위해 이중 1∼4구간을 가이드 동반 전제 하에 인터넷 예약제로 개방하고 있다. 현재 가족들을 위한 가족탐방로가 시범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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