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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의료사고 경위·보상방안 설명 의무화'…과도한 규제
서울시의, '의료사고 경위·보상방안 설명 의무화'…과도한 규제
  • 홍미현 기자
  • 승인 2018.06.05 0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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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실주체·책임소재 확정 없이 보상방안 설명은 '반대'

병의원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피해자나 보호자에게 사고 경위와 보상방안을 의무적으로 설명하도록 제도화하기 위한 법률안에 대해 서울시의사회가 반대하고 나섰다.

서울시의사회는 의료사고 여부가 결론나지 않은 상태에서 보상 방안까지 설명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지난달 21일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보건의료기관개설자와 보건의료인이 피해자나 피해자의 보호자에게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대로 의료사고 내용과 사고 경위, 보상방안 등을 충분히 설명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법안은 최근 한 유명 연예인과 관련된 의료사고에서 병원 측이 신속한 사과와 함께 보상 논의에 나서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한 반면, 의료사고 피해자가 일반 국민인 경우에는 제대로 된 병원 측의 설명이나 사과가 없었다는 불신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의료사고 과실 주체나 책임소재 등이 명확하게 가려지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보상방안까지 설명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지적한다.

서울시의사회 박윤규 법제이사는 “의료사고의 내용이나 경위 등을 피해자 및 보호자에게 설명하는 것이 옳겠지만, 과실의 주체와 책임소재, 범위 등이 가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보상 방안까지 설명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은 과도한 제도”라고 주장했다.

특히 박 법제이사는 의료진이 피해자와 보호자에게 도의적인 책임을 느껴 자세한 설명이나 유감 표명을 할 경우, 자칫 과실을 인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까 우려하는 입장도 내비쳤다.

성북구의사회 서정우 법제이사도 “의료사고는 의사와 환자 및 보호자의 관점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신속하게 설명하는 것을 의무화하겠다는 것은 의료사고의 책임이 가려지기 전에 의료기관에 과실을 인정하라고 강요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서 법제이사는 “의료사고가 발생한 상황에서는 환자 및 보호자 뿐만 아니라 해당 의료진들도 상황 파악에 시간이 필요한데도 신속한 설명을 의무화하는 것은 과중한 규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의료과실이 명백할 경우, 병원 측에서 환자 및 보호자에게 충분한 설명과 합의 노력을 보였는지 여부는 합의로 사건이 종결되거나 재판을 통해 시시비비가 가려질 때 이미 참고점이 되고 있다”며 "의사와 환자 간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재판이 진행될 경우 과거의 발언들이 정황적 증거로 사용될 수 있어 불합리하게 작용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서 법제이사는 "일반인의 의료사고에서 신속한 사과와 적극적인 피해보상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이러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나, 유명인이 아닌 일반인의 의료사고가 언론에 보도되는 경우 자체가 드물고 원만히 합의된 경우에는 보도될 이유가 더더욱 없었다"면서 "개정안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의사회 전성훈 법제이사(변호사) 역시 "의료사고는 ‘보건의료인이 환자에 대해 실시하는 의료행위 등으로 사람의 생명·신체 및 재산에 대해 피해가 발생한 경우’로 의료행위-인과관계-피해발생의 요건을 갖춰야 의료사고에 해당돼 의료분쟁조정법이 적용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이사는 “의료사고에 해당하려면 인과관계 유무가 중요한데, 의사와 환자 모두 비법률가이므로 인과관계 유무에 대해 큰 시각 차이를 보일 가능성이 크고, 실제 의료분쟁에서도 인과관계 유무에 대해 많이 다투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의사와 환자의 시각 차이에 따라 의료사고 해당 여부가 다퉈질 수도 있는 사안에 대해 보건의료인에게 의료사고임을 전제로 의료사고 내용과 사고 경위를 비롯해 보상방안까지 설명하도록 하는 것은 사실상 보건의료인에게 과실에 대한 인과관계를 인정하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전 이사는 “의료사고라고 주장되는 경우에 의료진도 상황 파악에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을 뿐만 아니라 의료사고를 주장하는 초기 단계에서의 의료진의 대응이나 발언이 추후 의료과실 또는 인과관계의 인정 여부에 대한 재판부의 심증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현실인 점을 감안하면, 개정안은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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