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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세프 하이든 교향곡 제88번 G장조 호보켄번호 I:88 
요세프 하이든 교향곡 제88번 G장조 호보켄번호 I:88 
  • 의사신문
  • 승인 2018.06.04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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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437〉 

■느린 악장에 트럼펫과 팀파니를 사용한 파격적인 교향곡
교향곡 제88번은 하이든의 `런던 교향곡' 전 12곡과 더불어 그의 교향곡 중 오늘날 가장 자주 연주되는 작품이다. 생기발랄한 주제와 참신한 유머 감각, 그리고 특히 독창적인 제2악장은 현대인들에게도 매우 강렬한 인상을 준다.

하이든은 이 교향곡을 완성한 후 악보 출판 문제로 골치를 썩기도 했다. 이 교향곡과 교향곡 제89번은 바이올리니스트인 요한 토스트의 의뢰를 받아 작곡되었다. 토스트는 그가 악장으로 있던 에스테르하지 궁정악단의 제2바이올린 수석 연주자 출신으로 이 작품이 완성된 이듬해인 1788년 파리로 건너가 비즈니스맨으로서 그 자신의 야망을 펼치고자 했다. 당시 토스트는 교향곡 제88번과 제89번의 악보를 들고 빈의 출판사 아르타리아와 파리의 출판업자 장 조르주 지버와 접촉했다. 이어 그의 현악사중주 작품번호 54와 작품번호 55도 함께 가지고 갔으나 감감 무소식이었다.

아직 작품료를 받지 못했던 하이든은 토스트가 이미 아르타리아 출판사에 자신의 악보를 판매했다는 풍문을 듣자 초조해졌다. 참다못한 그는 1788년 9월 출판사에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냈다. “며칠 전 귀하께서 토스트 씨로부터 저의 새로운 현악사중주 6곡과 2곡의 교향곡을 구입하셨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몇 가지 이유로 이것이 사실인지 확인하고자 합니다. 부디 제게 소식을 전해주기 바랍니다.” 또 파리의 출판업자에게는 자신의 소나타 6곡과 4곡의 교향곡이 넘겨졌다는 소식을 듣고 놀라 1789년 4월 “토스트 씨는 6곡의 소나타를 비롯한 작품들에 대해 아무런 권리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라는 편지를 썼다. 파리의 출판업자에게 판매했다는 하이든의 교향곡은 2곡이 아닌 4곡으로 토스트가 아달베르트 귀로베츠의 교향곡을 하이든의 작품이라 속였기 때문이다. 그는 토스트에게도 편지를 썼다. “당신은 내게 300굴덴을 빚지고 있소.”

이런 행적에도 불구하고 하이든은 토스트에게 현악사중주 작품번호 64의 6곡 일명 `토스트 사중주'를 헌정했다. 아마도 토스트가 하이든의 후원자였던 까닭인 듯하다. 아무튼 1789년 말 `토스트 사건'은 막을 내리고 당시에 문제가 되었던 이 작품은 오늘날 하이든의 교향곡 가운데 매우 인기 있는 작품으로 자주 연주되고 있다.

이 작품은 한동안 영국에서는 `Letter V'라 불리기도 했다. 이는 19세기에 하이든의 많은 교향곡들이 런던 왕립 필하모닉협회의 목록에 있던 문자로 구별되었기 때문이다. `Letter V'라는 타이틀은 이 교향곡의 유머러스하고 독창적인 성격과는 별로 어울리지 않아 요즘은 사용하지 않는다.

그는 이 교향곡에 1대의 플루트, 2대의 오보에, 2대의 바순, 2대의 호른, 현악합주 외에 트럼펫 2대와 팀파니를 더 편성했는데, 당시 팡파르용 악기인 트럼펫과 팀파니를 느리고 서정적인 제2악장에 사용했다. 당시 교향곡의 느린 제2악장에서 트럼펫과 팀파니가 사용된 예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지만 그는 이런 관습을 깨고 과감하게 파괴하여 매우 충격적이고 신선한 효과를 거두었다.

△제1악장 Adagio - Allegro 서주는 매우 장엄하지만 악기 사용은 절제되어 있다. 아마도 화려하고 웅장한 도입에 익숙했던 당대 파리 청중이라면 트럼펫과 팀파니 주자가 한동안 잠잠한 것을 지켜보며 대체 무슨 이유로 연주를 하지 않는지 의아해 할 정도이다. 이어 빠른 주제는 시골스럽게 소박하지만 매우 정교하고 지성적이다. 과감한 분위기 전환은 매우 인상적이고 주제가 다시 등장하는 부분에선 현악의 소박한 주제에 플루트가 덧붙여져 흥미롭다.

△제2악장 Largo 숭고한 찬송가와 같은 느낌으로 처음부터 독주 첼로와 독주 오보에가 유려한 멜로디를 노래한다. 독창적인 악기 편성이 돋보이는 악장으로 하이든을 존경했던 작곡가 브람스는 언젠가 이 음악을 듣고 “나의 교향곡이 이 악장과 같다면 참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주제가 변주되면서 더욱 풍성하고 아름답게 장식된다. 갑자기 트럼펫과 팀파니의 폭발적인 연주로 통쾌함마저 느껴진다. 멋진 선율에 트럼펫과 팀파니의 불협화음이 공존함에 놀라게 된다.

△제3악장 Menuetto: Allegretto 궁중 춤곡선율은 꾸밈음으로 다소 과장된 느낌을 전해준다. 트리오 부분에선 비올라와 바순이 연주하는 음악이 마치 백파이프처럼 느껴져 인상적이다.

△제4악장 Finale. Allegro con spirito 하이든이 작곡한 가장 생기 있고 즐거운 음악이다. 주제는 하이든이 작곡한 선율 중 가장 훌륭한 것 중 하나로 마치 즐거운 게임을 시작하듯 경쾌하게 시작된다. 중간에 무거운 저음 현악기들과 경쾌한 고음 현악기들이 서로를 따라 노래하며 캐논을 연주하는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마저 느껴진다.

■들을 만한 음반
△브루노 발터(지휘), 컬럼비아 심포니 오케스트라(CB S, 1962) △칼 뵘(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G, 1972) △레너드 번스타인(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G, 1983) △빌헬름 푸르트벵글러(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G, 1951) △프란츠 브뤼헨(지휘), 18세기 오케스트라(Philips,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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