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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 환자들의 웃음을 기약하며
아토피 환자들의 웃음을 기약하며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8.05.30 1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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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토피 관련 국회 정책토론회를 갈 일이 생겼다. 성인 아토피 질환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국가 지원을 촉구하는 자리였다. 이날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한 피부과 교수는 중증 성인 아토피가 그 어떤 병보다 삶의 질과 밀접하게 관련된 질병이며 말기 암 환자들보다 자살을 생각하는 아토피 환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성인 아토피가 늘고 있다는 통계는 개인적으로 많은 안타까움이 묻어나오는 대목이다. 2013년도부터 중증 성인 아토피 질환을 갖고 있는 주변 지인의 고통을 누구보다 생생히 목격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 교토 우지타케다 병원에서 6748명의 아토피 환자와 3575명의 일반인을 대상으로 시행한 연구 결과를 보면 아토피 환자의 자살관련 유병률은 일반인구 대비 경증이 2.5배, 중증도가 71.5배, 중증이 226.6배에 달했다.

또한 건강보험심평원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20세 이상 성인 아토피 환자의 수는 2013년에 33만9000명에 비해 2017년에 40만3000명으로 꾸준한 증가세에 있다.    
 
아토피가 실제로 정신질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가설도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영국 쉐필드대학의 연구진들이 지난 2016년에 제시한 정신질환과 아토피의 상관관계에 대한 가설은 왜 아토피환자들에게서 우울증과 수면장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지 잘 보여준다.

피부 염증반응은 면역매개 단백질인 IL-1, IL-6, TNF-알파의 체내 분비량을 증가시키는데 이 면역매개 단백질(사이토카인)들은 세로토닌이라는 수면과 우울증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의 생산원료(precursor protein)라고 할 수 있는 5HTP가 세로토닌으로 바뀌는 것을 방해한다.

세로토닌의 부족은 인체가 만들어내는 수면유도물질인 멜라토닌의 생성에 영향을 미치고 직접적으로는 우울, 불안장애를 유도해 수면부족, 우울로 인한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이 같은 암울한 상황에서 최근 국내 아토피 환자들의 마음에 불을 지피는 일이 일어났다. 중증도‧중증 성인 아토피 치료를 위한 최초의 표적 생물학적 제제의 국내 시판이 곧 계획된 것이다.

아토피를 유발하는 주요 사이토카인인 인터루킨-4와 인터루킨-13의 신호전달을 선택적으로 억제한다고 알려진 ‘듀피젠트’는 그동안 국소치료제로 적절히 조절되지 않던 중증 아토피 질환 환자들에게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중증 성인 아토피 질환에는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실정으로 증상 억제를 위해 사용되는 스테로이드는 심각한 부작용과 내성 문제로 장기 사용이 어려워 뾰족한 치료제가 없던 터.

듀피젠트는 사노피와 리제네론의 글로벌 협업 계약에 따라 공동 개발된 의약품으로 지난 2014년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피부암을 제외한 피부 질환에서 ‘획기적 치료제(Breakthrough Therapy)로 지정한 첫 번째 의약품으로 선정된 바 있어 국내의 많은 아토피 환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국내에서는 지난 3월 식약처로부터 시판 허가를 받은 상태이며 치료 효과에 대한 임상가치도 입증 받았다. 사노피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에 있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비용이다. 듀피젠트는 고가의 생물학 제제로 미국의 사례를 봤을 때, 2주 간격으로 1년간 약물을 투여하는 데 드는 약값이 3만7000달러(약 4200만원)에 이른다.

중증 아토피가 단기간의 투여로 완치될 수 있는 병이 아니라는 점에서 약이 출시되더라도 국내 환자들의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에 환자들은 듀피젠트에 대한 빠른 보험화를 해달라며 청와대 청원까지 진행, 한 달만에 4000여 명의 인원이 청원에 동참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아토피는 환자의 정신질환을 유발하고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는 중증질환이다. 장기적으로 아토피 치료를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더불어 정부는 임상가치를 인정받은 신약에 대한 일반 환자들의 접근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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