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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세프 하이든 교향곡 제85번 C장조 `왕비' 호보켄번호 I-85 
요세프 하이든 교향곡 제85번 C장조 `왕비' 호보켄번호 I-85 
  • 의사신문
  • 승인 2018.05.28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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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436〉

■마리 앙투아네트가 좋아했던 가장 프랑스적인 교향곡
하이든의 교향곡 제85번은 그가 파리 청중을 위해 작곡한 6곡의 `파리 교향곡' 중 가장 프랑스적인 교향곡이다. 1785년 이 곡이 발표되자 파리 청중에게 익숙한 요소들로 인해 당대 청중들은 특히 이 곡을 가장 좋아했으며 그 인기는 19세기까지 이어졌다. 하이든의 대표작으로 여겨질 만큼 인기가 있었던 탓에 미국의 필라델피아와 뉴욕에 처음 소개된 `하이든의 작품'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1788년부터 이 작품에는 `왕비'라는 부제가 붙었다. 이는 루이 16세의 왕비인 마리 앙투아네트를 가리킨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이 곡을 좋아했다는 이유로 붙게 된 `왕비'라는 부제로 교향곡 제85번은 더 유명해졌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프랑스 혁명 때 파리 고등법원 부속 감옥인 콩시에르주리에 갇혀서도 이 곡의 악보를 베낄 정도로 아주 좋아했다고 한다. 확실히 이 작품에 나타난 로코코 취향은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잘 어울린다.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에서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의 딸로 태어나 프랑스의 루이 16세와 정략결혼을 한 그녀는 내성적인 왕과 함께 지내며 얻은 외로움을 사치와 향락으로 달래곤 했다. 그녀는 하이든의 교향곡 중 가장 세련되고 귀족적인 이 작품이 마음에 들었다.

특히 `젊고 상냥한 리제트'라는 달콤한 노래 선율을 주제로 한 제2악장의 장식적인 변주곡은 마리 앙투아네트가 호화롭게 개조한 프티 트리아농의 농촌 마을과 평화로운 전원생활을 연상시킨다.

이 작품에선 교향곡 제83번처럼 예상을 뒤엎는 변화나 충격적인 음악적 사건을 발견하기는 힘들다. 음악의 흐름은 하나의 지향점을 향해 정돈된 움직임을 보여준다. 그래서 그 안정감이 다소 지루할 수도 있으나 하이든 특유의 세련된 형식미와 위트로 미소를 짓는다. 이 교향곡은 프랑스의 세련된 취향을 반영하고 있는 만큼 악기 편성은 절제되어 자극적인 트럼펫이나 강력한 팀파니는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플루트 1대와 오보에 2대, 바순 2대로 이루어진 목관악기에 호른 2대가 더해져 온화한 울림을 만들어낸다.

△제1악장 Adagio - vivace 프랑스 오페라 서곡풍으로 18세기 교향곡에 종종 나타나는 느린 서주로 시작한다. 권위적인 느낌을 주는 도입과 부점 리듬은 전형적인 프랑스 궁정풍이다. 이는 태양왕 루이 14세가 즐기던 발레의 서곡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음악 양식이다. 권위적인 부점 리듬과 휘몰아치는 상행음계로 이루어진 느린 서주를 지나면 곧 빠른 부분으로 이어진다. 우아한 주제와 뒤따르는 빠른 상행음계는 프랑스 궁정의 분위기를 암시한다. 이처럼 처음은 전형적인 서주와 빠른 춤곡풍의 음악으로 안정된 전개를 보여준다. 하지만 뒷부분에서 갑자기 격한 단조의 음악이 들려오는데, 중요한 주제 선율을 연결하는 경과에 불과하지만 이 부분이 던져주는 충격은 대단히 강하다. 하이든이 제1악장에 집어넣은 `고별 교향곡'의 선율은  수수께끼처럼 존재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제1악장 발전부에서 극적인 긴장감을 일으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음악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2악장 Romance Allegretto 당시 유행하던 `젊고 상냥한 리제트'라는 노래에 바탕을 둔 4개의 변주로 되어 있다. 로망스는 서정적인 멜로디가 돋보이는 음악을 뜻한다. 이 곡 역시 서정적이면서도 우아한 분위기로 가득하다. `젊고 상냥한 리제트'의 가사를 보면 “연인들은 서로 잘 지내다가도 틀어지거나 변덕을 부리네. 하지만 젊고 상냥한 리제트는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네. 어린 리즈에게 말해주오. 이제 그녀의 때가 왔다고. 그녀의 연인을 위한 시간이 왔다고. 예쁜 여인은 콧대가 높다네. 그러나 그들도 사랑에 빠지지. 이제 곧 그녀도 사랑에 빠지리.”

△제3악장 Minuet. Allegretto 전형적인 프랑스 궁정 미뉴에트풍으로, 우아하면서도 권위적인 느낌의 장식음으로 리듬이 강조되었다. 중간 부분을 장식하는 트리오는 시골 춤곡의 소박한 분위기로 되어 있어 귀족적인 미뉴에트와 대조를 이룬다.

△제4악장 Finale presto 역시 시골풍 춤곡의 느낌으로, 경쾌한 주제가 계속되면서 반복하는 론도 형식을 취하고 있다. 론도 형식은 당대 프랑스에서 매우 인기가 있었지만 하이든은 `파리 교향곡' 6곡 가운데 유일하게 이 교향곡에서만 론도 형식을 도입하여 가장 프랑스적인 교향곡을 완성했다.

■들을 만한 음반
△프란츠 브뤼헨(지휘), 18세기 오케스트라(philips. 1999)
△안탈 도라티(지휘), 필하모니아 훙가리카의 연주(Decca, 1974)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지휘), 콘첸투스 무지쿠스 빈(Harmonia mundi, 2006)
△에르네스트 앙세르메(지휘),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Decca, 1959)
△아담 피셔(지휘) 오스트리오-헝가리안 하이든 오케스트라(Nimbus, 1996)
△네빌 마리너(지휘), 성 마틴 인 더 필드 아카데미(philips, 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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