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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든 교향곡 제83번 G단조 `암탉' 호보켄번호 I-83 
하이든 교향곡 제83번 G단조 `암탉' 호보켄번호 I-83 
  • 의사신문
  • 승인 2018.05.21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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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435〉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독창적인 위트와 재치가 담긴 걸작
교향곡 제83번은 교향곡 제82번과 마찬가지로 파리 청중을 위해 작곡된 6곡의 `파리 교향곡' 중 한 곡이이다.
하이든이 남긴 편지에 따르면 이 작품은 `파리 교향곡'들 중 가장 먼저 완성된 것으로 보인다. 작곡 시기도 1786년 완성된 교향곡 제82번보다 한 해 앞선 1785년이다.

계속되는 반전과 재치 있는 전개, 고도의 아이러니가 정교한 작곡기법과 잘 어우러진 이 작품은 그의 전 작품 가운데 매우 독창적이면서 유머러스한 작품이라 할 만하다.

이 교향곡에 `암탉'이란 별명이 붙은 것은 제1악장에서 오보에가 연주하는 부점 리듬이 암탉 우는 소리와 닮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머러스하고 재치있는 특성들이 이 교향곡을 유명하게 만들었다.

하이든의 놀라운 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작곡 기법에 있어 통일성과 논리적 흐름을 중요시했던 그는 대조적인 주제라 할지라도 항상 그들 사이의 연관성을 부여하곤 했다.

이 작품 역시 예외는 아니다. 오보에가 연주하는 암탉 소리의 부점 리듬은 사실 도입부의 격정적인 제1주제에서 나온 것이다.
완전히 대조적인 두 가지 음악이 실상은 같은 뿌리를 지닌 셈인데 대조와 반전의 묘미를 즐기면서도 통일성과 논리적 흐름까지 잊지 않는 곡 진행 방식의 용의주도함이 놀라울 뿐이다.

고도의 유머는 고도의 지성을 바탕으로 하이든 역시 정교하고 지적인 작곡 기법을 통해 위트 넘치는 음악을 만들어냈다.
이 작품의 악기 편성은 다른 `파리 교향곡'에 비해 간결하다. 교향곡 제82번에는 팀파니와 트럼펫이 편성된 데 비해 이 곡은 팀파니와 트럼펫 없이 플루트와 오보에, 바순, 호른, 그리고 현악기만으로 연주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입부의 강렬한 음향은 교향곡 제82번을 능가할 정도다.

△제1악장 Allegro spiritoso 시작되자마자 악센트가 붙은 강렬한 화음은 매우 강하게 인상적이면서 찌르는 듯한 불협화음이 충격적이다. 이토록 격정적인 도입부를 들으면 이 교향곡이 유머러스하다는 생각도 전혀 들지 않는다.
오히려 이 음악이 뿜어내는 그 심각하고 진지한 격정에 빠져든다. 그러나 다시 주제가 반복되면서 음악은 슬그머니 밝은 장조로 바뀐다. 그리고 경쾌한 춤곡풍의 음악마저 들려온다. 그리고는 격한 슬픔과 분노의 음악이 언제 연주되었냐는 듯 난데없이 제2주제의 암탉 우는 소리가 우스꽝스럽게 들려오며 흥겨운 분위기를 띠다가 심각한 표정으로 천연덕스럽게 농담을 던지며 듣는 이의 폭소를 이끌어내는 코미디를 음악으로 바꾸어 놓았다.

△제2악장 Andante 도입부가 고요하고 편안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고요하면서도 편안하게 연주되던 음악이 갑작스럽게 강하게 바뀌는 순간 빠르게 연주되며 매우 무례하고 과격한 느낌을 주는 충격적인 반전은 강한 인상을 준다. 이윽고 다시 여린 음악이 이어지다가 이번에는 더욱 매우 강한 충격이 가해진다. 이때 현악기는 격렬한 폭음과 함께 관악기들은 크고 거칠게 연주한다. 다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평온한 음악이 계속된다.

이런 평온함 속에 종종 난폭한 음악이 끼어드는 방식은 `변덕스럽다'거나 혹은 `일시적인 기분'의 카프리치오와 유사하다. 이런 리듬이 자주 나타나면서 짧고 경쾌하며 즉흥적이면서 음악적 긴장감을 더 부여한다.

△제3악장 Minuet Allegretto - Trio 일반적인 미뉴에트와 다른 특이한 악센트가 두드러져 기괴한 강약박자로 뒤뚱거리는 느낌이다. 이는 궁정의 미뉴에트가 아니라 시골춤곡과 같이 소박한 렌틀러 선율 같다.

△제4악장 Finale: Vivace 반복되는 리듬 형으로 볼 때 바로크 모음곡의 지그와 많이 닮았다. 지그풍의 춤곡 리듬은 이 악장 전체에 걸쳐 끊임없이 계속되다가 마지막 부분에서 돌연 멈추면서 놀라게 한다. 이는 하이든이 즐겨 사용했던 기법이다. 끊임없이 계속될 것만 같던 춤곡이 어느 순간 갑자기 멈추어버릴 때 그 예상치 못한 반전에 미소 짓게 하는 것이다.

이처럼 재기발랄한 위트와 거침없는 전개와 화려하고 자유분방한 표현이 넘치는 이 작품은 그의 교향곡 가운데서도 독자적인 위치를 차지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들을 만한 음반
△프란츠 브뤼헨(지휘), 18세기 오케스트라(philips. 1999)
△안탈 도라티와 필하모니아 훙가리카의 연주(Decca, 1974)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지휘), 콘첸투스 무지쿠스 빈(Harmonia mundi, 2006)
△에르네스트 앙세르메(지휘),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Decca, 1959)
△네빌 마리너(지휘), 성 마틴 인 더 필드 아카데미(philips, 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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